최근 있었던 몇 가지 일들을 갈무리하며
1.
최근 같이 일하던 동료가 약 1달 반 간격으로 2명이나 퇴사를 했다. '포기했던 꿈을 찾아간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코로나로 인해 위축되었던 업계인데, 다시 그 시장이 활기를 되찾고 있어 한번 더 도전해 보겠다는 것이었다. 물론 그 외에도 복합적인 이유가 있었겠지만, 지금까지 일궈온 것들을 두고 다시 새로 시작해 보겠다는 그들의 결단에 놀랐다. 난 아직 지금 회사에서 해보고 싶은 것들이 남아 있어서 당장은 이직을 고려하고 있지 않지만, 괜스레 한번 생각해 보게 됐다. '다음은 어떤 회사로 가게 될까? 업계는 지금과 같을까, 다를까? 하는 일은 지금과 똑같을까?'
2.
며칠 전, 지인을 만나 점심을 먹었다. 그 역시 최근에 직무와 도메인을 모두 바꾼 사람이었다. 그는 자신이 걸어온 길을 톺아보며, 궁극적으로는 '사람들을 모으는 커뮤니티'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그리고 나에게도 물었다. "최종적으로 하고 싶은 일이 있으세요?" 난 지금까지 해본 것 중에는 '서비스 기획, PM 업무'가 가장 잘 맞지만, 평생 하고 싶은지는 아직 모르겠다고 답변했다. 며칠이 지난 지금도 그 질문이 내 안에서 맴돈다. 나는 끝끝내 어떤 일을 하고 싶을까? 나란 사람은 어떨 때 효능감, 보람을 느끼지? 9월 동안 한번 곰곰이 고민해 볼 생각이다.
3.
추석 연휴가 끝나면, 새로운 팀원이 온다. 앞서 말한 동료의 후임자로 오는 사람이다. 타 팀에서 일하다가 우리 팀으로 넘어오게 되었다는데, 업무적으로 한 번도 합을 맞춰본 적 없는 동료다 보니 걱정은 된다. 그래도 분명 자신만의 고유한 강점을 갖고 있는 사람일 테니, 마음을 열고 잘 협업해 볼 생각이다. 완전히 Fresh Eye를 갖고 있을 테니, 우리 프로덕트의 개선할 점을 누구보다 잘 발견해 줄 수 있지 않을까. 9-10월은 파트의 체계화, 안정화가 중요할 것 같은데, 둘이서 의지하며 차근차근 성과를 내볼 수 있기를!
4.
모교에서 <창업 기획 컨퍼런스>의 심사위원 위촉 메일을 받았다. 링크드인에서 내 프로필을 보고 제안한 것이었다. 대학생들이 만든 산출물을 보고 피드백하는 것이라지만, '내가 뭐라고 평가를 해'라는 생각부터 들었다. 창업 쪽으로 특별한 지식이 있는 건 아니라 거절하려다가, 그래도 경험이니 그냥 해보자 싶어 참석하겠다고 회신했다. 비록 주니어지만, 과연 3년간 내가 쌓아온 경험 중 그들에게 도움이 될 부분이 하나도 없을까? 돌이켜 보면 나도 대학생 때는 연차와 상관없이 현업에 있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면 늘 큰 도움을 얻었던 것 같다. 컨퍼런스에 참석한 누군가에게 단 한 뼘의 빛이라도 되어줄 수 있다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용기를 냈다.
5.
멀리서 보면 잔잔한, 그러나 계속해서 출렁이는 바다의 수면처럼 나의 매일도 계속해서 흐르고 있다. 스타트업의 특성상 변화가 많고 잦을 수밖에 없지만, 가끔은 그 당연한 것도 피로하게 느껴진다. 바뀌는 외부 환경에 적응하면서 내 일상도 천천히, 때로는 급격하게 변모한다. 다행인 것은 그 과정에서 내게 무엇이 중요하고, 무엇이 중요하지 않은지 점점 더 선명하게 알아간다는 사실이다. 어느새 100일 남짓을 남겨둔 2024년. 그 끝에서 돌아볼 순간은 어떤 것이 될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