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차 주니어의 고민, 일을 잘하는 사람은 무엇이 다른가요?
2024년 2월 21일
겨울이 사그라들고, 봄의 기운이 일상 곳곳에서 감지되는 요즘입니다. 이 편지를 쓰고 있는 오늘은 봄비가 내렸습니다. 하늘은 흐리지만, 바람은 그렇게 매섭지 않아 신기했어요. 역시 계절이 바뀔 때면 ‘올해도 정말 빨리 가겠다’는 생각에 잠기네요.
그도 그럴 것이, 제가 어느덧 회사생활을 시작한 지 3년 차가 되었습니다. 2022년, 저희가 회사에서 처음 만난 순간을 기억하시나요? 저는 형석님의 첫인상을 아직도 선명하게 간직하고 있습니다. 스킨헤드, 웜베이지 색의 투명한 뿔테 안경, 언제나 올블랙 스타일링만을 고수하는 디자이너. 그게 제 뇌리에 남은 형석님의 인상값이었어요.
형석님은 저를 어떤 모습으로 기억하실지 모르겠지만, 저는 그때의 제 모습을 '우당탕탕'이라는 4글자로 정의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성숙하고 유능한 동료로 보이고 싶었지만, 갈고닦은 실력이나 무르익은 경험 대신 패기로만 똘똘 뭉친 주니어였죠. 하나부터 열까지 처음 해보는 것들이었기에 냅다 부딪치며 우당탕탕 배우는 수밖에 없었어요. 당연하게도 가끔(자주) 실수하고, 모르는 것이 많아 주변 동료들을 귀찮게 하기도 했습니다.
형석님 앞에서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게 멋쩍기는 합니다만, 그래도그때의 저와 지금의 저를 비교하면 많이 성장했구나 느껴요. 생각난 김에 메모장을 열어 '0년 차부터 3년 차까지, 무엇이 바뀌었나'라는 제목으로 끄적여 보기도 했는데요. 그중 한 가지가 '일을 하는 방법보다는, 일을 잘하는 방법을 고민한다'였습니다. 신입 때는 일단 내게 주어지는 일을 쳐내기도 바빴어요. 잘 해내는 건 둘째 치고, 끝내는 것부터가 미션이었죠.
3년 차가 된 지금은 일을 시작하기 전에 먼저 ’이 일을 잘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부터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위에서 시키는 일을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바로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일은 왜 하는 것이고 어떤 목표를 달성해야 하며 그렇게 하려면 무엇이 필요한 지부터 생각하는 거죠. 일을 잘하기 위해서요.
그런데 쓰고 나니 '일을 잘한다'라는 것의 의미는 주관적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형석님이 생각하는 '일을 잘한다는 것'은 무엇인가요? 일을 잘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요? 이 질문에 대해서만큼은 언제나 속 시원한 대답이 나오지를 않습니다. 제가 어떤 조직에 있고, 누구와 일하는지, 그곳은 지금 어떤 상황인지에 따라 일 잘하는 사람의 정의가 다를 것 같거든요.
하지만 그 가변성, 상대성에도 불구하고 늘 질문하게 됩니다. 일을 잘한다는 건 대체 뭘까요? 그리고 일을 잘하는 사람은 무엇이 다를까요? 15년 차 시니어인 형석님의 생각을 알려주세요.
날이 많이 풀렸지만 아직 일교차가 큽니다. 부디 감기 조심하시길 바라며, 답신 기다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