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일을 하는 2가지 이유
2024년 4월 6일
벚꽃이 만개한 주말입니다. 겨우내 얼어 있던 몸과 마음도 봄바람에 녹아내린 것인지, 어제오늘 길에서 본 모든 사람들이 한껏 들뜬 얼굴을 하고 있었습니다.
형석님은 아침마다 무엇을 기대하며 눈을 뜨시나요? 저는 요즘 회사에 일찍 출근해 하루를 여유롭게 시작하는 습관을 들이고 있어요. 커피를 내리고, 노트와 펜을 챙겨 회사 라운지에 자리 잡습니다. 아직 고요한 사무실 한켠에서 오늘 할 일을 점검하며 10~20분 정도 일기를 써 내려가는 이 아침이 제가 근래 들어 가장 좋아하는 시간이에요.
일기에는 어제 있었던 일, 오늘 할 일 같은 '사실'과 그 사실에 대해 제가 가지는 '감정', '생각'이 함께 담깁니다.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일을 글로 옮기면서 제가 내렸던 판단을 되돌아보기도, 저는 어떤 상황에서 주로 스트레스를 느끼는 사람인지 이해하게 되기도 하죠.
오늘도 전 어제 있었던 일들을 회고하며 ‘나는 왜 일하는가’, ‘내가 정의하는 행복은 무엇일까’, ‘나는 어떤 동료가 되고 싶나’ 같은 질문에 가 닿았습니다. 전부 정답이 있는 물음은 아니었죠. 그중 '왜 일하는가'라는 주제에 대해서는 형석님과도 나눠보고 싶습니다.
형석님은 왜 일을 하시나요? 꼭 거창할 필요는 없지만, 우리가 일을 하는 이유에 대해 생각해보고 싶어요. 제게도 같은 질문을 던지실 것 같아 먼저 말씀드리면, 저는 단연 ‘사람’ 때문에 일을 하는 것 같습니다. 일 덕분에 전혀 몰랐을 사람들과 관계 맺고, 함께 희로애락을 경험하며, 또 그들 덕분에 인간적으로 성장하는 기회를 얻는다는 것은 제가 혹 백만장자라고 하더라도 일하는 삶을 선택할 이유를 만들어줍니다. (물론 백만장자가 아니라서 더 열심히 합니다.)
문화예술을 즐기거나, 유튜브를 보는 등의 단순 오락적 행위를 할 때와는 다른 종류의 깊이 몰입하는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것도 제가 일에서 얻는 기쁨 중 하나입니다. 이 일을 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명확하게 이해하고, 그 일이 되게 하는 과정에서 느끼는 재미나 보람이 있잖아요.
물론 지금은 이렇게 일하는 이유와 기쁨에 대해 이야기해도, 뭔가 안 풀릴 때면 '다 때려치우고 싶다'는 마음에 사로잡히곤 합니다. 그건 주니어나 시니어나 똑같겠죠? 그럼에도 질문해 봅니다. 형석님이 그렇게 오래 일하는 사람으로 살아올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이었나요? 무엇이 형석님을 일하게 하나요? 다음 편지에서 들을 수 있기를 바라며 이만 줄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