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하지 않을 용기에서 비롯되는 지속 가능성
2024년 11월 17일
동절기에 들어서면서 일출 시간이 늦어졌습니다. 며칠 전 5회기를 맞이한 심리상담에서, 최근 힘든 일이 많았다는 제게 선생님은 뜻밖의 해결책을 제안하셨습니다. ‘햇빛을 쬐는 시간을 늘려보라’는 것이었죠. 보통 여름보다 겨울에 우울감을 겪는 사람들이 늘어나는데, 그 이유 중 하나가 ‘절대적인 일조량이 줄어서’라고 하시더라고요. 이야기를 듣는 내내 고개를 주억거린 저는 요즘 제 머리 위 해가 떠 있는 시간을 사수하고자 노력 중입니다. 출근시간도 조금 늦추고, 오전에는 창가 테이블에 앉아 햇살을 듬뿍 받으며 일하기도 해요.
그나저나, 지난번 형석님께서 보내주신 답장은 몇 번에 걸쳐 다시 읽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일과 삶을 사랑하고, 실패도 해보고, 다시 일어서도 본 사람에게 진심 어린 이해를 받고 싶었다는 걸 형석님의 지난 편지를 읽으며 깨달았습니다. 공감과 위로의 중요성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는 말씀도 길게 남았고요.
형석님께서 나눠주신 지혜와 마음 덕분에, 요즘은 다시 제 호흡과 속도를 되찾았습니다. 새로운 동료와의 협업에서 어려움을 겪을 때도 있지만, 그때마다 완벽하고 싶다는 생각은 내려놓으려고 해요. 할 게 너무 많다고 느껴지는 날에도, 제 몸이나 정신이 쉼을 필요로 한다면 과감히 노트북을 닫고 잠시 쉬어가기도 합니다.
그런 나날을 보내다 보니, 이런 일련의 과정이 지속 가능한 일을 위한 고민과 다를 것 없음을 알게 됐어요. 우리 사회도 고령화를 바라보면서, 나이를 먹은 뒤로도 일을 할 가능성이 높잖아요. 어차피 할 것이라면 내가 잘할 수 있는 일, 사회에서도 가치가 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마음이 예전부터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상념의 끝에는 언제나, '내가 오랫동안 지속할 수 있는 일이 뭘까?'라는 고민이 걸려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제가 혼자 자주 골몰하는 '지속 가능한 일'이라는 주제에 대해 형석님과 나눠보고 싶어요.
형석님이 평생에 걸쳐 지속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그리고 그걸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계신가요? 저는 오전부터 턱을 괴고 곰곰이 고민하다가, '지속 가능한 일' 이전에 '지속 가능하다'라는 말 자체에 집중하게 되었습니다. 지속 가능하다는 게 뭘까요? 기술의 발전이 가속화되면서 매년 업계에서 주목하는 것들이 조금씩 바뀝니다. 메타버스, 생성형 AI 등 제가 미처 따라가지 못한 트렌드도 많은 것 같아요. 여기서 문제는 그 변화의 속도가 점점 빨라진다는 겁니다.
이런 시대에 살고 있다 보니, '지속 가능하다'는 건 역설적으로 '지속하지 않을 용기'에서 비롯되는 결괏값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그 용기를 지금껏 해온 일, 갖고 있던 사고방식, 사용하던 툴 등 익숙하던 것들을 내려놓고 다른 것을 가볍게 받아들이는 수용력이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요즘 제가 회사에서 비효율이 발생하던 영역을 찾아내고 AI를 도입하려는 것도, 그 노력의 일환입니다. 팀원 중 AI를 잘 활용하는 분이 있어 점심시간 스터디를 통해 그분께 노하우를 전수받고 바로 일에 적용해보고 있는데, 정말 놀랍습니다. 이제는 일 잘하는 사람, 오래 지속할 수 있는 사람에게 ‘얼마나 변화에 열려 있고, 새로운 방식을 시도해 보는 데에 거리낌이 없는가’가 중요한 시대가 되었다는 생각도 들어요.
형석님은 작년부터 AI를 활용해 다양한 것들을 시도해 보신 만큼, 제 생각과 같은 부분도 다른 부분도 갖고 계실 것 같아요. 다음 편지에서 들려주시면 좋겠습니다. 어제 비가 내리고 기온이 확 떨어졌네요. 저는 패딩을 꺼내 입었습니다. 형석님도 따뜻하게 입고 다니시길 바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