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블 논란을 넘어선 진정성 있는 기업의 성공 토양을 마련해야
2000대 초반에는 미국 시장을 시발점으로 풍부해진 유동성과 저금리 기조로 신규 투자처를 갈망하던 투자자의 요구와 IT 산업의 미래가치에 대한 확신이 더해져서 버블이 최고조에 달했었습니다.
미국을 시발점으로 하는 IT 버블의 여파는 국내에도 영향을 미쳤고, 당시 증권사 객장에는 목돈을 들고 온 일반 투자자들 '닷컴 주'를 매수해달라는 문의가 빗발쳤었습니다.
오랜 제조업을 유지했던 회사들도 투자금이 IT 관련 업체로 편중되자 이에 편승하기 위해 앞다투어 IT 사업을 신규 사업 분야로 정관에 추가하는데 혈안이 되기도 했었습니다. 제조업과 IT 사업을 결합한다는 의미인 Click&Mortar 기업의 붐이 일어났었던 것입니다.
해당 시기의 증권 시장에는 그야말로 제한된 정보를 통한 투기 과열의 혼돈 상황이 연출되었고, 20일이 넘는 연속 상한가를 기록하는 주식들이 속출했습니다.
투자 대상 기업의 정보를 파악하는 데에 한계가 있던 일반인들로서는, 기업 스스로가 제공하는 정보에만 의지해서 투자 결정을 쉽게 내렸습니다. 증권 관련 커뮤니티에는 특정 종목을 추천하는 글들이 넘쳐났고, 높은 조회 수를 기록하며 주가에도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그야말로 장밋빛 뉴스로 인 헤 증폭된 상대적인 소외감과 이를 만회하기 위한 조급함, 그리고 제한된 정보와 과도하게 신속한 투자 집행이 함께 버물어져서 버블의 원인이 되었습니다.
투자를 비교적 쉽게 받을 수 있었던 당시의 벤처 기업가들 중 일부는 적정한 과정 없이 이룬 결과에 취했었고 모럴해저드가 만연하기도 했습니다.
테헤란로를 중심으로 형성된 당시의 벤처밸리에는 회원제 클럽이 성행했고, 하루하루 확인되지 않은 돈방석 루머가 유령처럼 떠돌아 사라들의 조급함에 부채질을 했습니다.
그런 상황을 틈타서 제도보다 앞선 해외의 부적절한 투자 관행을 마치 선진 금융 기법이라도 되는 듯이 한국에 들여와 주식 스와프이라는 형식으로 실체 없이 다수의 기업들을 하나의 계열로 묶어 주가를 부양하는 세력도 등장했습니다.
실현되지 않은 수익을 장부상으로만 맛보았던 해당 기업의 대표들은 나중에 버블이 꺼지고 실익도 없이 회사가 쓰러져 갔을 때에도, 이미 휴지가 되버린 주식으로 인한 세금은 남아서 신용불량자로 곤란한 상황에 빠지기도 했습니다.
앞서 언급한 닷컴기업 주식을 사달라고 했던 일반 투자자들 중 대부분이 매도가 힘들 정도로 투자 기업의 주식이 급속히 떨어지자, 일부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도 했고 사회면을 장식하며 우울한 단면을 전해주었습니다.
그러나 반대로 당시 창업했다 사라져간 수많은 기업들의 무덤을 밟고 일어서서, 지금까지도 견고한 기업으로 성장한 일부 닷컴 기업들이 희망의 불씨가 되기도 했습니다.
미국의 핫메일은 연상케하는 한국적인 한메일 서비스가 포탈 다음을 살아남게 했었고, 야후가 쓰러져 간 국내 검색서비스 시장은 네이버가 그 자리를 굳건히 지키며 오늘날 스스로를 거대 기업으로 성장하게 하였습니다.
1994년 학생이 창업한 소프트웨어 회사 지란지교도 지금까지 살아남아 다수의 계열사를 보유하고 보안을 비롯한 다수의 영역에서 자리를 잡은 대표적인 소프트웨어 기업을 성장을 했습니다.
이와 같이 암흑의 시기에도 장미가 꽃망울을 터트리듯이 인고의 과정을 쌓아나가 굳건한 기업의 토양을 이뤄낸 사례를 국내외에서 많이 발견할 수 있는 것은, 닷컴 버블 시대를 겪었던 과거에 대한 위안이자 열매라고 생각합니다.
최근 들어 풍부한 유동자금의 투자처로 부각되며, 또다시 조급함과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는 불록 체인과 암호화폐 산업에 대해 버블이라는 우려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정교하지 않은 화이트 페이퍼로 보아 투자에 대한 판단이 어려울 것 같은데도, ICO를 성공적으로 진행해서 대규모 자금을 유치한 사례가 보도를 통해 종종 전파되고 있습니다.
ICO를 꿈꾸며 창업하는 스타트업이 기존 타 IT 분야의 창업 수요를 능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또 꾸준히 소정의 과정을 밟아 기업을 이끌어오던 다수의 IT 관련 기업 CEO들로서는 풍부한 유동자금을 보유할 수 있는 유혹을 외면하기 어려운 상황일 것입니다.
2000년대 초반의 클릭 앤 모르타르 기업의 사례처럼 기존 사업에 어떻게든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를 적용한 사업의 변형을 염두에 둔 기업들이 하나둘씩 늘어나서 그 결과로 Reverase ICO가 급증할 것이 분명해 보입니다.
투자자들이 화이트 페이퍼와 기업 스스로가 흘린 홍보와 마케팅에 의존해서 정교하지 않은 투자 결정을 할 가능성도 높아 보입니다. 최근 각종 미트업 행사를 통해 시중에 공유된 수 맣은 화이트 페이퍼들을 읽어보면, 투자를 결정하기 위한 변별력의 근거로 턱없이 부족한 자료들이 많이 눈에 띄기도 합니다. 문제는 그런 정보들에 의존해서도 대규모의 투자금들이 몰린다는 데에 있습니다.
회사 이름에 닷컴을 덧붙이고, 정관에 IT 사업 분야를 신규 사업으로 추가하는 얄팍한 수에도 투자가 몰렸던 2000년대 초반 IT 버블 시기와 어느 정도 그 괘를 같이 하는 현상이 만연할까 우려되는 대목입니다.
하지만 앞선 IT 버블의 시대를 관통해서 현재에 이르는 성공 기업들의 사례들처럼, 지금의 혼탁한 환경 속에서도 묵묵히 적정한 과정을 쌓아올리며 한 걸음 한 걸음 전진하는 진정성 있는 기업들을 찾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래서 지금의 버블 논란이 십수 년 전의 그것과 비교해서 다르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기업들의 진정성을 가려낼 스마트한 투자자들의 안목은 여전히 아쉬운 부분입니다.
거기에 새로 생긴 산업 분야를 품지 못하고 규제와 금지로 선을 긋고 세상과 동떨어진 갈라파고스 섬과 같은 환경을 만들고 있는 정책의 사각지대는 가장 시급히 고민을 더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됩니다.
합법 규제로 해당 산업을 제도권 안에서 컨트롤하려는 노력이, 곧 우리나라가 주도권을 잃지 않고 내재되어 있는 IT 산업의 경험치와 장점을 충분히 발휘하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그 골든타임의 잔여 시간이 글을 쓰고 있는 시간에도 차츰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 안타까울 따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