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속 우정과 땀의 숭고한 가치
월드컵 축제가 멋진 점은 땀과 우정의 가치를 전 세계 축구팬과 공감할 수 있어서입니다.
각국 국민들의 응원을 받으며 자랑스러운 국가대표로 선발된 청년들이 고국을 위한 땀과 열정으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은 그 자체로 숭고한 가치가 있습니다.
하지만 국가대표 팀의 많은 선수들은 다시 팀으로 돌아가면 같은 리그나 팀 동료로서 인연을 이어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 대표팀 중계방송을 보면 전후반에 전력을 다한 뒤 탈진한 듯 운동장을 지키는 손흥민 선수에게 유독 상대 팀 선수들이 와서 위로의 말과 허그를 하는 장면을 많이 볼 수 있었습니다.
그가 거친 유소년팀의 스승을 가나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이번 월드컵 무대에서 만났다는 스토리는 마치 한편의 드라마와도 같습니다. 가나 감독도 경기가 끝나자 누구보다 먼저 손 선수를 안으며 위로와 격려를 하는 모습이 멋졌습니다.
어제 브라질과 본선 마지막 경기를 치른 뒤에도 같은 클럽 소속인 토트넘 홋스퍼 동료 히샤를리송이 고개 숙이고 있는 손 선수를 찾아와 포옹하며 위로를 나누는 장면을 볼 수 있었습니다.
내 뜻과 다르면 거의 적으로 간주하고 극심한 갈등 양상을 벌이는 어른들의 현실에서는 감히 상상도 못할 훈훈한 감동이었습니다.
안면부 골절로 수술 직후 뼈가 다 붙기도 전에 캡틴 완장과 마스크를 쓰고 대표 팀을 이끌며 최선을 다하는 팀 동료 손흥민 선수에게 보내는 인간적인 존경과 우정의 제스처라고 생각됩니다.
비록 브라질은 한국을 4-1로 이기고 히샤를리송은 세 번째 골을 터뜨리며 승리에 기여하는 등 각자의 팀에서 승패는 갈렸을지 몰라도, 승부보다 더 깊은 울림을 주는 두 선수의 포옹 장면은 너무나 감동적이고 다소 비현실적으로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보도를 통해 히샤를리송은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손흥민과 포옹하는 사진을 올리고 “나는 네가 여기까지 오기 위해 얼마나 힘들게 싸웠는지 알아. 네가 너의 사람들에게 영웅인 이유지”라는 글을 올렸다고 합니다.
우리가 잘 아는 겸손하고 유쾌한 인성의 손흥민 선수가 세계적인 리그에서 동료 선수들과 혹은 옛 스승과 나누는 교감을 볼 수 있어서 너무나 행복합니다.
승패를 뛰어넘는 아름다운 감동을 선사했던 2022년 월드컵은 그래서 길디 길게 저의 기억에 남을 듯합니다.
PS. 브라질 내친김에 우승할 후 있도록 응원하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