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산업의 영역을 넓히다.
수출 의존도 높은 우리나라의 경제 성장을 주도해왔던 반도체와 자동차, 그리고 스마트폰 등 글로벌 시장 공략 아이템들의 위상은 정말 자랑스럽습니다.
하지만 최근 글로벌 시장 환경의 급속한 변화에 따라, 개별 아이템들마다 다소 차이는 있지만 전반적으로 순탄치 않은 시기를 보내고 있습니다.
자동차의 경우 미국이 IRA(인플레이션 감축법)을 시행하고 전기차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자국 차량 외에 모든 수입차를 제외하며 현대/기아 전기차의 미국 시장 점유율 하락이 불가피해질 전망입니다.
시장을 석권해 온 우리의 반도체 경우도 전 세계 반도체 업황이 급속히 위축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분기 실적이 어닝쇼크 수준으로 드러났습니다.
3분기부터는 회복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전망도 있지만 아직은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그나마 비교적 건재한 것으로 알려져왔던 수출 상품인 스마트폰도 최근 발표된 3월 정보통신기술(ICT) 수출입 동향을 보면 전년 동기 대비 감소 수준이 49.3%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반도체 수급 불안 등의 시장 요인 등이 겹쳐서 나타난 결과라서, 향후 중기 전망으로 보면 회복을 점치는 전문가들의 견해도 있습니다. 그러나 예측이 어렵고 부침이 강한 수출 실적이 주는 불안감은 무겁게 다가옵니다.
이런 어려운 가운데에도 글로벌 시장에서 대세 상승의 흐름으로 우리나라의 수출 주력 상품 역할을 하는 분야가 있다는 점은 다행입니다. 바로 K 컬처와 관련한 여러 분야의 콘텐츠들이 그것입니다.
기존의 K 팝, K 드라마, K 무비, K 게임에 덧붙여 K 아트와 K 스포츠 분야까지 우리의 문화를 기반으로 하는 콘텐츠들이 전 세계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습니다. 이와 연관한 산업들도 그 규모와 파급력 면에서 놀라운 성장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최근 국내 인기 가수들의 해외 공연은 캘린더의 일정이 빼곡할 만큼 빈번하게 성사되고 있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단절된 무대에서의 팬들과의 만남이, 코로나가 진정 국면으로 전환되자 보복적 소비심리로 표출되면서 수만 명 규모의 해외 대형 공연장을 현지 팬들이 가득 메우고 있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인기 여성 그룹 마마무의 경우 5월 16일 뉴욕을 시작으로 볼티모어, 애틀랜타, 내슈빌, 포트워스, 시카고, 글렌 테일, 오클랜드, 로스앤젤레스 등 미국 9개 도시에서 공연을 개최할 예정으로, 선예매 좌석이 오픈과 동시에 거의 모두 매진되었다고 합니다.
한국의 미술시장 성장세도 무서운 기세입니다. 박서보, 이우환 화백의 작품 등 우리나라의 선구적인 단색화는 이미 전 세계 화랑계에서 높은 가격에 거래되는 블루칩으로 자리매김한 지 오래입니다.
해외 아트페어에서 다수의 참여 갤러리의 포트폴리오에는 우리나라 화단의 작가들 작품이 포함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작년에는 해외 유명 아트페어 중 하나인 프리즈의 첫 서울 개최가 진행되어, 일주일 남짓의 행사기간 동안 약 6,500억이 넘는 미술 작품의 거래액을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아카데미를 비롯한 다수의 국제 영화제에서 수상자를 배출하고 있는 한국의 영화 산업도 이제는 전 세계에서 수용 가능한 우리의 대표적인 문화 산업으로 인정받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 여파를 몰아 OTT에 공급되는 히트작을 다수 배출하고 있는 K 드라마의 경우까지, 경쟁 관계의 있는 복수의 글로벌 플랫폼으로부터 경쟁적인 러브콜을 받고 있습니다.
과거 홍콩의 영화 산업이 우리의 극장가와 관객에게 높은 호응을 받으며 외화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던 시절과 비교해 보면 격세지감을 느낄만한 변화입니다.
이제 신성장동력으로 신규 사업을 모색하는 기업이라면, 이러한 문화적 기류의 K 컬처 콘텐츠 사업을 한 번쯤은 떠올리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 되었습니다. 전 세계 시장에 가장 강력하게 판매 가능한 상품이기 때문입니다.
또 대부분 K 컬처 콘텐츠가 인터넷 환경을 통해 전 세계로 실시간 전파되고 있는 상황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따라서 K 아트/팝/드라마/영화/스포츠/게임 등의 콘텐츠를 글로벌 시장에 소개하는 온라인 플랫폼을 만든다면, 훌륭한 사업적 결실을 맺을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유무선 인터넷 인프라를 공급하는 첨단의 IT 기술의 영역에서, 조금 시선을 돌려 K 컬처 콘텐츠의 플랫폼 사업에 주목하는 이유입니다.
하지만 지금부터 이러한 노력이 정교하게 더해지지 않는다면, 언제라도 흐름은 꺾일 수 있다는 위기감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는 개별 아티스트들이 저마다의 노력을 주축으로 놀라운 성과를 만들어왔다면, 이제는 체계를 갖춘 민간 참여의 산업적인 뒷받침으로 그 지속성을 연장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