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각적인 정책이 시급한 이유
암호화화폐 공개(Initial Coin Offering)를 통해 자금을 확보하는 사례가 해외에서 급증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중국과 함께 작년 9월 ICO를 전면 금지했기 때문에, 모든 ICO는 해외업체 혹은 해외로 거점을 옮긴 국내 업체의 사례들입니다.
부정확한 정보와 이를 검증하는 주체가 명확하지 않다는 맹점 때문에 최근에는 허위 ICO로 투자금을 가로채는 사기사건이 보고되기도 했습니다.
최근 베네빗(Benebit) ICO가 이와 같은 사기로 밝혀진 것입니다. 베네핏은 ICO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전문 웹사이트들을 통해 허위 정보를 공개하여 많은 투자자를 모집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결국 제공된 정보의 진위여부를 파악할 장치가 없는 맹점을 이용 투자금을 가로채 잠적하는 수법으로 3~40억 규모의 사기가 가능했던 것입니다.
이러한 관리 부재의 ICO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다는 인식에서, 가장 발빠르게 나서고 있는 곳이 스위스입니다. 스위스는 암호화화폐에 대해 가장 적극적으로 지원에 나서고 있는 국가로 부각되고 있습니다.
스위스의 경제부 장관인 요한 스나이더는 최근 영국의 유력 경제지인 파이낸셜 타임즈와의 인터뷰를 통해 자국을 '암호화폐의 허브 국가'로 육성하겠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스위스의 암호화화폐 우호 정책에 힘입어 최근 해외에서 신규로 진행된 ICO의 40%가 스위스에서 이뤄졌습니다.
앞으로 스위스가 이러한 암호화화폐의 ICO 시장을 주도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2017년 ICO를 통한 자금 조달 규모도 미국과 스위스가 각각 약 6000억 안팎으로 박빙을 나타내고 있는 것도 이러한 스위스의 적극적인 지원 정책에 힘 입은 바가 큽니다.
이러한 가운데 ICO를 전면금지한 국내의 경우, 이를 우회하기 위해 스위스나 싱가폴 등 해외로 거점을 옮겨 ICO를 진행하는 사례가 생기고 있습니다.
최근 ICO를 진행해서 약 800억원대의 자금 조달에 성공한 HDAC가 대표적인 경우입니다.
HDAC는 잘 알려진 것 처럼 현대가의 정대선 현대BS&C 사장이 창업 멤버로 참여하면서 관심을 끈 업체입니다.
하지만 HDAC의 ICO는 앞서 언급했던 스위스에서 진행이 되었습니다.
정대선 사장을 포함 구성원이 대부분 한국인으로 이뤄진 회사이지만, 국내의 규제를 피해 스위스에 법인을 설립한 것입니다.
이와 같은 국내 암호화화폐 기업의 해외 ICO를 위한 법인 이전이나 신규 설립이 진행된 사례는 점차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해외 기업의 성격을 띄기는 하지만 대부분 ICO를 통한 자금 조달을 국내의 투자 참여자를 통해 진행하고 있는 기형적인 상황입니다.
결국 국내 부동자금을 주요 투자원으로 하면서도 기업 활동의 근거를 해외로 가져가면서 세금이나 자금의 역외 유출이 공고해지고 있는 것입니다.
최근 거래소에 대해서는 투기 과열을 진정시키기 위한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어느정도 형성되어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암호화화폐가 블록체인 생태계를 구성하는 인센티브의 성격을 가지기 때문에 정부의 규제가 암화화화폐와 블록체인 기술 자체를 분리해서 적용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도 있습니다.
하지만 근원적으로는 위에 언급된 현행 ICO에 대한 대응이 더 구체적으로 고민되어야 하는 시점이라고 생각됩니다.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하는 암호화화폐는 가벼운 트랜드로 보기에는 이미 구체적으로 적용단계에 들어와 있고 향후 확산될 가능성이 확실해 보이기 때문에, 단편적인 미봉책 보다는 전체 기술 생태계와 산업을 조망하는 종합적인 룰을 주도적으로 정해야 할 것입니다.
이미 스위스와 같이 선명하고 전향적인 지원 입장을 표명하는 국가 사례를 볼 때, 우리나라가 주도적으로 룰을 만들어 갈 수 있는 시기가 빠르게 사라져가고 있다는 위기감도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