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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치면 오스트랄로피테쿠스가 가장 힘들지

by 빵떡씨

아저씨들이 우릴 못마땅해 하고 우리가 아저씨들이랑 말 섞기 싫어하는 이유는 서로 다른 고민을 하고 살기 때문이다. 갈등들이 으레 그렇듯 다르다는 것 자체보다 '왜 쟤는 다르냐 좆같게'라는 생각이 문제가 된다.

기성세대의 불만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우리 때의 고민(굶어 뒤지면 어쩌지)이 다 해결 되었음에도 왜 쟤들은 저렇게 징징거리냐'로 요약해볼 수 있다. 의지만 있으면 농사를 지을 수도 있고 공장 일을 할 수도 있고 벌어 먹고 살 수 있는 일이 많은데 어디가 살기 힘들다는 거냐는 식이다. 하지만 이런 비난은 마치 수렵채집을 하며 살던 원시인이 농경사회에 사는 사람에게 '너네는 동굴에서 사는 것도 아니고, 멧돼지에 치여 죽을까봐 벌벌 안 떨어도 되고, 때 되면 쌀 주고 밥 주는 논도 있는데 뭐가 살기가 어렵냐'고 하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발전된 사회에 사는 세대가 언제까지나 전 세대와 같은 고민을 하며 살 순 없다. 그건 사회가 진일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바라는 것과 다름 없다.

기성세대에게 그들만의 고민이 있었다면 우리에겐 우리 세대만의 고민이 있다. 내 생각에 기성세대가 '생존'과 '가난'에 대해 치열했다면, 우리 세대는 '삶'과 '정체성'에 대해 고민한다. 기성세대가 정체성 같은 걸 사치라고 치부한다면, 그들 역시 일제 강점 하에 있던 사람들에게 나라도 있는 놈이 배가 쳐 불렀다는 비난을 받아야 마땅하다.

물론 우리 세대도 다 잘한 건 아니다. 만약 우리 다음 세대가 "왜 로봇과 결혼하지 못하게 하냐 이 틀딱들아"라고 한다면 우리 중 열에 아홉은 "요즘 것들은 정신상태에 문제가 있다"고 할 것이다. 극단적인 예를 들었지만 아무튼 우리 역시 다음 세대를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거다. 지금의 기성세대가 그렇듯. 때문에 기성세대가 우릴 이해하지 못한다고 비난만 할 게 아니다.

또 그들이 했던 생존에 대한 고민과 투쟁의 가치를 존중해야 한다. 어쨌든 사회가 노동력을 필요로 할 때 싼 값에 좆빠지게 고생한 건 사실이니까. 희망이 있고 발전 가능성이 있던 시절이었다 하더라도 고생이 고생이 아닌 건 아니다. 아무튼 세대 갈등의 해답은 역지사지 같은 한 오백 년 전부터 모두 알고 있던 좋은 말씀에서 찾을 수 있겠다.

무슨무슨 제너레이션 같은 이름을 붙이기도 하지만, 난 '어떤 고민을 하느냐'에 따라 세대를 나눌 수 있다고 생각한다. 고민의 내용은 다르지만 평생 고민하며 살 수 밖에 없다는 점에선 모든 세대가 같은 고통 안고 사는 거니, 싸울 때 싸우더라도 서로 간에 약간의 전우애는 품고 싸웠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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