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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효석 Jul 12. 2023

갈아넣는다고 돈을 더 버나요?


신에게 권한을 부여받아 인간은 최대한 근면하게 일을 해야 한다고 배워온 청교도 이민자 가정의 자녀인 프레데릭 테일러는 오늘날로 치면 생산관리 컨설턴트와 같은 역할을 공장에서 받고 자신의 관점과는 전혀 다른 현장의 모습에 문제 의식을 가졌다. 왜 같은 시간 동안 일을 했는데 누구는 더 많은 작업을 하고 누구는 더 적은 작업을 할까. 그는 노동자의 등 뒤에서 초시계를 들고 작업 시간을 '측정'하기 시작했다. 이 행동은 곧 '표준 행동'이라는 기준을 만들었고 모든 작업자들의 작업 편차는 줄어들기 시작했다. 


그의 연구를 통해 막대한 생산성의 증가가 일어난다는 것이 확인되자 그것을 더 입체화 시킨 사람이 바로 헨리 포드다. 그는 자동차의 작업 공정을 수백개로 나누고, 각 공정을 또 수십개의 작업으로 나누고, 각각의 작업의 표준 행동과 작업 시간으로 나누었다. 이 공정을 순서대로 선형으로 배치하고 각 작업자들은 주어진 하나의 작업만 하도록 하여 숙련도를 높이고 시간을 줄였다. 이것이 경영의 역사를 바꾼 컨베이어 시스템의 시작이다. 



프레데릭 테일러는 측정과 통계라는 과학적 기법을 경영에 도입하여 비약적인 생산성의 증대를 이루었고, 헨리 포드는 당시 부유층만 탈 수 있었던 승용차를 자신의 공장 노동자들도 구입할 수 있을 정도로 가격을 낮추어서 전성기 전 미국의 자동차 시장 점유율의 절반을 모델T라는 단일 제품이 차지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예상할 수 있듯이 그 그림자는 컸다. 이런 밝은 면에도 불구하고 노동자들은 존재가 아니라 도구로 사용되었고 이로 인한 문제점은 곳곳에서 발생했다. 찰리 채플린의 영화 <모던 타임즈>에서 톱니바퀴에 빨려 들어가는 장면은 이 시대의 적나라한 메타포였다.



내가 놀란 지점은 당시의 사업주들뿐 아니라 오늘날의 리더들 중에도 이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많이 있다는 점이다. 심지어 내가 강의때 테일러리즘과 포디즘에 대해 이야기하면 "안좋은 면도 있지만 결과적으로 그래서 더 돈을 벌게 된거 아닌가요?"하는 사람도 꽤 많이 있다. 목적을 위해 직원을 수단으로 소모하면 정말 극한의 생산성을 만들 수 있을까? 내가 잠 안자고 스스로를 갈아 넣으면 그만큼 더 생산성이 올라갈까? 


테일러가 그의 기념비적 저서 <과학적 관리의 원리(The Principles of Scientific Management)>를 발간한 1911년이후 포디즘이 산업을 휩쓸고 있던 1920년대에 하버드대 교수인 엘든 메이요가 주축이 된 또 하나의 기념비적인 연구인 호손 실험(Hawthorne Experiment)이 실시된다. 각종 변수를 통제하며 수행한 다양한 실험 중에 가장 유명한 조명 실험을 보자.


실험 설계는 단순했다. 작업 현장의 조건과 근로자의 생산성과의 관계를 분석하기 위해 조명의 조도를 바꿔보기도 하고 통풍, 온도, 작업대의 높이를 바꿔가며 생산성을 측정했다. 결과는 상식적이었다. 단순 반복 작업을 하는 노동자들도 작업 환경을 개선만 해도 생산성이 올라간다는 상관관계를 입증한 것이다. 노동자들은 더 밝은 조명, 더 시원한 작업실, 더 편한 자세에서 더 생산성을 보였다.


100년도 전에 실시한 이 실험은 역시 비판도 많았다. 심지어 수십년뒤 다른 학자에 의해 '자신이 실험체가 된다는 것을 인지하면 더 좋은 결과를 내기 위해 하는 척을 한다'라는 행동에 "호손 효과(Hawthorne effect)"라는 이름이 붙여지기까지 했으니 말이다. 그럼에도 이 실험은 신호탄을 쏴주었다.


테일러의 과학적 관리론의 안티 테제로서 '인간관계이론(Human relation theory)'이 태동했고 이것이 발전하여 유명한 맥그리거의 XY이론을 비롯하여 오늘날의 조직문화이론, 행태과학, 동기심리학등의 분야를 통해 인간은 숫자가 아니라 존재로서 일을 한다는 사실을 끊임없이 증명하고 있다.


세계대전에서 컨베이어 시스템을 통해 막대한 군사물자생산능력을 과시한 미국은 종전 이후 그 엘리트 장교들이 기업으로 들어가서 다시금 컨베이어 스타일의 경영을 하기 시작했다. 우리말로 "군대식 조직문화"의 시초는 여기였다. 


그 모습을 보다 못한 피터 드러커는 1954년 발표한 그의 책 <경영의 실제(The Practice of Management)>에서 인간은 도구가 아니며 목표와 자기 통제를 기반으로 한 관리(Management by Objective and Self-control)를 해야 한다며 그 앞 글자를 딴 관리 기법인 MBO를 제창하게 된다. 이것이 90년대에 BSC로 입체화 되고 2000년대 이후엔 OKR로 진화하게 된다. 즉 KPI를 중심으로 성취도를 측정하는 MBO는 본디 휴머니즘에서 시작된 것인데 오늘날 많은 조직의 KPI는 100년전 테일러시대의 방법으로 하는 모순이 존재하는 것이다.



오늘날에도 성과가 우선이나 관계가 우선이냐를 가지고 많은 갈등이 있다. 하지만 이것은 질문이 잘못됐다. 성과와 관계는 과연 Zero-sum / Trade-off 관계인가? 아니다. 좋은 조직 문화와 인간 관계 속에서 더 나은 성과가 나온다는 것이다. 수십년의 경영학과 심리학 연구에서 이미 끝난 이야기다.


리프레시를 위한 충분한 휴식, 건강한 삶을 위한 주변인들과의 좋은 관계, 동기부여를 위한 인정과 존중이 기반이 된 공동체, 성장을 경험할 수 있는 환경.. 이런 것들이 동기심리학에서 강조하는 생산성에 필요한 중요한 요인들이다.


자기 자신과 주변 사람들을 갈아 넣으며 일 하시는 분들에게 꼭 해드리고 싶은 말이다. 100년도 더 된 이 긴 실험의 결과는 명확하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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