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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효석 Aug 17. 2016

1인 컨설팅회사 창업이 어려운 이유

컨설턴트 혹은 전문강사로 창업을 준비하시는 분들께

요즘 퇴직 이후에 창업 1순위가 치킨집이라고 하지요? 저는 사실 얼마나 치킨집을 창업하는지 실감은 잘 되지 않습니다만, 제 주변을 볼 때 컨설턴트 혹은 강사로 1인 창업을 하려는 분이 굉장히 많이 계십니다. 거짓말 조금 보태면 거의 절반 가까이는 컨설팅 혹은 강의를 하고 싶어하시며, 굳이 전업이 아니더라도 새로 창업하게되면 본업에 추가하여 컨설팅이나 강의를 같이 하시고자 하는 분들이 대부분이십니다.


왜 그럴까요? 아마도 이 일이 많은 매력이 있어 보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럼 보통 어떤 것이 이 일의 매력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저는 보통 아래와 같이 생각합니다.


첫째, 컨설팅이나 강의는 지식 서비스업으로서 특별한 투자가 필요하지 않습니다.

제품이나 상품 없이도 기존에 자신이 가지고 있는 지식과 노하우만 가지고도 추가적인 수익을 얻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사무실을 따로 낼 필요도 없고, 제품을 만들 필요도, 재고를 가지고 있을 필요도 없기 때문에 초기 창업비에 대한 리스크가 굉장히 낮은 것이 사실입니다.


둘째, 주변에 성공한 컨설턴트/강사들을 많이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직장처럼 9 to 6로 얽매여있지도 않으며, 일정도 유연하게 맞출 수 있으며 필요하면 일을 줄이고 쉴 수도 있습니다. 또한 충분한 자기개발의 여건도 있으며 무엇보다 본인이 좋아하는 일을 즐기며 할 수 있다는 점이 큰 메리트 중 하나입니다. 뿐만 아니라 자신의 경험과 지식을 통해 다른 조직의 성공을 돕는다는, 대의적인 가치를 느낄 수 있기도 합니다. 


셋째, 경제적으로 직장인에 비해 훨씬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습니다.

실제로 프리랜서 이기 때문에 월급 생활자에 비해 단가는 높은 편이며, 컨설팅의 경우 보통 M/M(Man/Month) 1천만원 내외, 전문강사의 경우 1일 1백만원 이상이 평균입니다.


이렇게 좋은 점만 놓고 보면 굉장히 매력적인 일로 보이겠지요.

그러나 현실은 이상과 많이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인 판단으로는 위의 조건을 만족할 수 있는 1인 사업가는 전체의 상위 5% 수준 정도라고 봅니다. 50% 정도는 직장생활 수준의 업무량과 수입을 얻고, 나머지 절반 정도는 그 정도 수준에 도달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컨설팅의 종류는 저는 크게 두 가지로 봅니다. 

하나는 컨설턴트의 지식을 사는 것과 다른 하나는 컨설턴트의 시간을 사는 것입니다.



컨설턴트의 지식을 사는 것


컨설팅이란 기본적으로 특정 분야의 전문적인 경험을 가진 사람의 지식을 통해 고객을 돕는 일을 말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당연히 컨설턴트는 클라이언트에 비해 특정 분야에 있어서 월등한 이해력과 코칭능력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고객보다 모르는데 지도 할 수 없기 때문이지요. 

예를 들면 한 건설회사가 호텔 사업에 투자하기로 하였는데 그 회사가 호텔 산업에 경험이 없다면 호텔 업계를 잘 알고 있는 컨설턴트를 통해 그들이 잘 모르는 업계의 문제를 배우게 됩니다.

제조회사가 B2B납품만 하다가 직접 B2C 판매를 하기를 원하는데 조직에 마케팅 인력이 없다면 마케팅 전문가에게 그 회사에 맞는 마케팅 전략를 지도받습니다. 보통 이런 것이 일반적인 컨설팅의 개념입니다.

그래서 맥킨지와 같은 글로벌펌이 대규모의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가장 먼저 하는 것이 해당 기업의 퇴직 임원들을 리쿠르팅 하는 것입니다. 아무리 전문분야가 있다고 해도 고객사 내부 정보를 가장 잘 아는 것은 그 출신이기 때문이지요. 국방컨설팅을 하는 회사에는 전역 장성들이 즐비하고, 김앤장 같은 법률사무소에는 전관 법조인들이 가득한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컨설턴트의 시간을 사는 것


그런데 문제는 왠만한 분야에서는 컨설턴트가 고객사의 아이템에 비해 고객사보다 많이 알기가 어렵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면 컨설턴트가 특정 분야에 전문성이 있다고 해도 고객사는 그 문제에 대해 1년 365일 그 생각만 하고 매일 부딪히는 사람들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왠만해서는 그들보다 그 문제를 잘 알기가 쉽지 않습니다. 더욱이 30~40대의 나이에 컨설턴트가 되어서 50대 대표가 있는 고객사에 가서 그들에게 노하우를 전파한다는 것은 넌센스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이런 경우에는 '지식'이나 '경험'이 아닌 '시간'을 판다는 표현이 더 맞다고 봅니다.

예를 들어 회사가 신사업을 기획한다거나, 마케팅 전략을 구축한다거나, 정부지원사업에 신청을 한다던가 할 때 그런 신규업무를 위해 인력을 채용하거나 TF를 구축하는 것 자체가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내부 인력은 상시 업무도 빠듯한데다가 새로운 업무를 해본적이 없으니까 팀을 구축하고 맨땅에 헤딩을 하려면 시간이나 비용 모두 리소스의 낭비가 크기 때문에 리스크 부담이 있기 마련입니다. 그럴때 외부에서 유사한 경험을 한 경력자나 회사들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자 합니다. 즉 컨설턴트를 통해 내부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를 보다 효율적으로 처리하고자 하는 경우가 이런 케이스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방식의 문제는 무엇이냐하면, 컨설턴트의 시간을 사는 것은 그냥 일반적인 외주업무와 크게 다르지 않게 된다는 점입니다. 디자인이나 개발을 외주 주는 것처럼, 리서치를 포함한 행정업무를 인하우스식으로 넘겨주는 것이기 때문에 주도적인 역할보다는 종속적인 역할이 되기 쉽습니다. 특히나 컨설턴트가 해당 업무에 있어서 고객사에 비해 경험이나 전문성이 비슷하거나 부족하다면 절대적으로 하청업무로 전락되기가 쉽습니다.


대부분의 젊은 컨설턴트 지망생들은 그래서 근사한 전략 컨설팅의 모습을 그리고 시장에 뛰어 들지만, 실상은 회사의 잔심부름만 맡아서 하게 되는 경우가 많지요. 그리고 경력의 전문성이 부족하다보니 진입장벽도 낮아서 너도나도 컨설팅 시장에 뛰어 들었고, 그 결과 단가도 말도 안되게 낮아지게 되었습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저는 1인 컨설팅 회사를 창업하시고 싶으신 분들에게 아래와 같은 방식을 조언드리고 싶습니다.


첫째, 누구라도 돈을 지불하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로 압도적인 실력을 가진 분야가 있어야 합니다.

한 눈에 봐도 잊혀지지 않는 디자인을 만드는 디자이너, 세 사람이 한 달은 걸릴 일을 혼자서 보름만에 해내는 개발자. 이런 사람들이 있다면 아무리 돈이 들어도 기업은 투자할 것입니다. 비용대비 편익이 월등히 높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실제로 정말 유능한 컨설턴트들은 기획과 전략분야에서도 이런 놀라운 성과를 냅니다. 

혼자서 두 개 상장기업의 M&A 실무를 다 맡아서 한다거나, 신규사업진출을 희망하는 기업의 전략방향 및 액션플랜, 조직개편 및 수행까지 혼자서 다 한다던가, 기업의 ERP 시스템을 조수 몇 명만 두고 개발한다거나 하는 사람들이 분명 존재합니다. 


만약 내가 그럴 역량이 되지 않는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럼 자신의 전문영역을 최대한 쪼개서, 특정 영역에서나마 우위를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내가 인사/조직(HR) 컨설턴트라고 하면 그 수많은 영역중에서 HRM이 아닌 HRD쪽을 전문으로 하고, HRD중에서도 성과평가 분야에만 집중한다고 하면, 세분화하는 만큼 경쟁자도 줄어드니 그만큼 경쟁력이 높아지게 됩니다. 전략적으로도 이게 경험의 폭이 넓지 않는 주니어 컨설턴트들에게는 거의 유일한 방법입니다.


둘째, 고객에게 왜 나를 고용해야 하는지 설득할 수 있을 타당성이 있어야 합니다.

간단히 말하자면, 만약 특정 프로젝트를 하는데 예산이 5억이 든다고 했을 때 대신 나와 계약하면 2억원에 해줄 수 있다고 확신을 하면 고객은 지갑을 엽니다. (사실 놀라울 정도로 이 시장은 가격 민감도가 높습니다)

그런데 위에서 말씀 드린바와 같이 역량이 충분하지 않은 컨설턴트들이 난립하다보니 어느새 이 바닥도 최저가 경쟁이 붙어서 많이 교란이 된 상태입니다. 그러나 대체재가 없는 고유한 능력을 갖추게 된다면 승산이 있습니다.


셋째, 서비스 퀄리티 관리를 잘 해야 합니다.

다른 대부분의 분야도 그러하지만 컨설팅 역시 한번의 고객이 지속적인 매출을 만들어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보통 처음엔 진단 컨설팅을 하고, 그게 잘 되면 수행(Implementational) 컨설팅으로 넘어갑니다. 그리고 그 이후에도 지속적인 유지보수로 성과를 이어가게 됩니다. 보통 컨설팅 회사의 영업은 임원들이 주니어시절부터 같이 거래했던 기업의 실무자들이 이제는 같이 임원이 되어 일을 넘겨주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당연히 처음부터 지속적으로 서비스에 감동할 수 있는 결과물을 만들어주어야 합니다. 그 과정에서 완벽한 커뮤니케이션은 필수이구요.  계약1→계약2→계약3→계약4 등으로 연속적으로 계약이 이루어진다고 보았을때 한번의 실수로 이 연결고리가 끊길 수 있으므로 항상 사람들이 다시 찾을 수 있도록 잘 관리해야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이 시장에 들어오기를 원하시는 분들에게 보다 더 신중하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그 이유도 굉장히 많지만,


1. 생각하는 만큼 벌이가 좋지는 않습니다.

일단 1인 컨설팅 회사면 수주할 수 있는 사업의 규모가 한계가 있습니다. 대기업 입찰은 불가능하고 대부분은 그런 경우 컨소시움으로 접근을 하는데 그러면 그만큼 수익성이 낮아집니다. 

보통 1인 기업이나 5인이하 소기업이 담당하는 프로젝트의 경우 Man/Month가 1천만원을 넘는 프로젝트는 10% 미만으로 거의 보지 못하였고, 그것도 실제 경비를 제하고 나면 기업체 연봉에 비해 크게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2. 업무강도가 살인적입니다.

인하우스의 경우 그냥 똑같은 출퇴근 업무이고, 프로젝트라고 하더라도 보통 스케줄이 매우 Intensive하기 때문에 이른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쉴 새 없이 일해야만 합니다. 제가 주변을 보았을때 프로젝트 기간 중에 칼퇴근 하는 컨설턴트는 지금껏 본 적이 없었고, (바뀌어야 할 문화이긴 하지만) 대부분 프로젝트간 일찍 퇴근하고 저녁에 개인시간을 갖는 것은 직업 윤리에 위반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이 보았습니다. 또한 프로젝트가 없을 때에도 역량강화를 위해 엄청나게 많은 교육과 훈련을 받아야 합니다. 대형 컨설팅 회사의 경우 체계적으로 혹독한 트레이닝을 받도록 되어 있지만 개인사업자의 경우 스스로 찾아서 공부해야 한다는 점이 더 어렵습니다.


3. 시장의 전망이 좋지 않습니다.

일단 예전처럼 몇천만원, 몇 억씩 줘가면서 '우리 회사 전략 좀 봐줘라'라고 할 수 있는 클라이언트 자체가 거의 없습니다. KOSPI Top 30 정도 빼고는 어렵다고 봅니다. 제 경험상에는 코스닥 기업도 왠만한 규모의 프로젝트가 아니고서는 M/M 1천만원을 넘기는 경우를 거의 보지 못했습니다. 

시장상황이 이러니 개인 사업자는 물론이고 대형 컨설팅 회사들도 최근 경영난이 가중되고 있습니다. 과거엔 몇 억짜리 프로젝트도 잘 안하던 곳들이 지금은 수천만원 짜리 프로젝트도 수주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리고, 임원들은 하나같이 영업사원이 되서 일감 하나라도 더 따려고 노력한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월스트리트에서 최고 인재로 대우받는 이상적인 컨설턴트의 모습도 점점 보기 어려워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한편, 그러다 보니 역설적으로 최근 컨설팅 회사들이 컨설팅 외에 다른 쪽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경우가 많은데 대표적인 것이 바로 교육입니다. 'Talent management', 'Human resource consulting' 등의 이름으로 B2B 교육을 하면서 부수적인 수입을 올리는데, 컨설팅 회사로 이름을 올렸지만 실제는 컨설팅 수입보다 교육 수입으로 돈을 더 버는 회사가 상당히 많습니다. (사실은 저희 회사도...)



무슨 일을 하던지 쉬운 일이 어디 있겠느냐만은, 처음에 말씀 드린바와 같이 지식서비스업은 창업비용이 거의 들지 않고, 추가적인 투자를 하지 않고 자신이 현재 가지고 있는 지식과 경험만 가지고도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 분명 매력적인 직업이긴 합니다. 하지만 그만큼 진입장벽이 낮아 경쟁강도가 높고, 시장의 상황도 좋지 않아 전업으로 하기에는 분명 좋은 여건은 아닙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시장에서 높은 성과를 내고 있는 전문가들도 분명 많이 존재하고 있고,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꿈을 키워나가는 주니어들도 많이 있습니다. 본인이 대체불가능한(Irreplaceable) 전문성을 가지고 독보적인 가치를 전해줄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아무리 어려운 시장이라도 분명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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