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효석 Aug 05. 2016

한국 출판산업 진흥전략 제안

우리나라의 출판산업은 작가, 출판사, 유통사, 서점 모두가 죽어가는 구조적인 문제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끊임없이 이 산업으로 들어오고 싶어하는 사람들도 많은 독특한 형태입니다. 즉 작가가 되고 싶거나, 책을 만들고 싶거나, 책을 팔아보고 싶은 사람은 많은데 역설적으로 책을 사보는 사람이 적은 아이러니한 상황이 근본적인 문제입니다.


저는 출판산업은 공공재의 성격으로 다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왜냐하면 책은 인류의 지식을 보존하고 유통하는 공적인 기능을 수행하는 독보적인 재화이기 때문입니다. 영화, 만화, 게임, 인터넷 등 다양한 유사 컨텐츠들이 있지만 종이책으로만 전해지는 고유한 가치가 있기 때문에 이 산업은 결코 포기할 수 없고 모두가 힘을 합쳐 살릴 방안을 찾아야 합니다. 저 역시 책과 출판산업을 좋아하는 한 사람으로서 지난 몇 년간 이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해결책을 고민해보았습니다. 비록 현장 전문가들 만큼 많이 아는 것은 아니지만 제가 말씀드리는 부분에 공감해주시고 같이 고민해주신다면 우리나라 출판 산업의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현재 출판시장의 모든 문제를 그 원인으로 거슬러 올라가자면 결국은 '사람들이 책을 사보지 않아서'입니다. 극장에 티켓을 사서 관람을 가야 영화산업이 살고, 식당에 가서 음식을 주문해야 요식업이 성장하는 것처럼 당연한 원리입니다. 문화강국인 유럽의 선진국의 경우 영화보러 가듯이 클래식 공연을 삼삼오오 보러 가는 문화가 있습니다. 그렇게 수요가 있으니 산업이 성장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위에서 말씀 드린 바와 같이 국내 출판시장은 일단 책을 사서 보는 사람이 너무 적은 것이 문제이고 나아가 도서비용이 저렴한 것도 문제입니다.(국내에는 책 값이 너무 비싸다는 의견이 많은데, 소득수준을 고려해도 세계적으로 저렴한 편입니다) 이런 문제로 산업에 돈이 돌지 않는 것이 근본적인 원입니다. 한편으로는, 지표상으로는 책을 읽지 않는데도 작가나 출판업을 하겠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아마도 타이틀을 원하는 사람이나 부업으로 할만큼 만만하게 보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그럴 것입니다. 여튼 이러한 공급과잉과 그로 인한 저품질의 도서들이 독자들에게 신뢰를 잃게 한 것도 중요한 원입니다. 그밖에도 마케팅적 문제, 유통의 문제, 물류적 문제 등 여러가지 이슈들이 있지만 우선으로 경영전략적 관점에서 두 가지 해법을 제안하고자 합니다.




문제는 국내 출판 시장의 수익성이 너무 낮은 것이고 원인은 시장수요의 부족입니다. 스마트폰등 대체재의 증가도 모두 결국은 Market Demand의 부족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제가 생각하는 가장 중요한 해결책은 아래 두 가지 입니다. (제 독자적인 의견만은 아니고 아마도 많은 출판관계자 여러분들도 같이 고민하고 계신 내용일 것입니다)



첫째로는 모든 출판산업관계자들이 힘을 모아 범국민적으로 책을 읽는 운동을 해야 합니다.


지금은 사회문화적으로 '책을 읽지 않는' 문화가 팽배해져 있습니다. 겉으로는 지식을 필요로 하나, 능동적 활동과 시간을 두고 사고를 해야 하는 독서를 기피하고 수동적으로 습득하는 강연이나 파편적인 정보만 얻는 인터넷 검색이 독서보다 훨씬 광범위하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이는 전 세계적으로 공통된 문제이나 국내는 특히나 더 심하다는 느낌입니다. 그 원인을 하나로 찝을 수는 없지만 저는 특히 어려서부터 책 읽는 습관을 만들지 않고 입시위주의 경쟁교육만 하는 우리의 교육 풍토도 중요한 원인으로 지목하고 싶습니다. '생각하기'연습이 아닌 '문제풀기' 위주의 학업을 하다보니 당연히 책과 가까워질 수 없고(실제로 전세계와 국내 모두 대형출판사 상위 10개중 7~8개가 학습지 출판사입니다), 심지어는 문학 등을 읽는 것을 사치스러운 시간낭비라고 생각하는 풍조에 까지 이르게 되었지요. 저는 이러한 패러다임부터 바꿔야 하고 그 일의 최전선에 출판인들이 나서야 하고 그 뒤를 정부가 도와주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청소년때 뿐이 아닙니다. 영미권의 명문대학들중 읽기(Critical Reading)과 쓰기(Critical Writing)를 강조하지 않는 곳은 단 한군데도 없습니다. 10대 내내를 대입에 보내고 그렇게 입학한 대학에도 입학하자마자 바로 취업을 준비해야 하는 우리 현실에서는 이 역시 사치스럽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책 읽기는 습관입니다. 짬나면 스마트폰을 열거나 지하철에 타면 음악을 듣는 것 처럼, 여유가 있을 때마다 책을 꺼내어 읽는 것도 훈련과 습관으로 만들어질 수 있는 행동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문화가 없다보니 나타나는 현상이 오늘날 우리가 겪고 있는 현실입니다. 저도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지만, 저는 어떤 프로그램을 하던 항상 독서 미션을 내줍니다. 별도의 리서치외에도 최소한 매주 1권 이상은 책을 읽고 독후감을 쓰게 훈련하고 있습니다. 바쁜 일정 중에서 쉽지 않다는 것도 알지만 20대 초반에 이러한 습관이 만들어지면 30대만 되어도 지성인으로서의 생활을 할 수 있을거라 기대하기 때문입니다.


물고기를 잡아주기 보다는 잡는 법을 알려주라는 말이 있습니다. 저는 그것보다도 먼저 왜 물고기를 잡아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마케팅에서 말하는 Needs를 건드는 것이지요. 마찬가지로 출판사나 서점에서 막대한 비용으로 책을 홍보하는 것의 일부만 투자해서라도 왜 책을 읽는 것이 중요한지를 이해시키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전자는 소모적인 행위이지만 후자는 씨앗을 뿌리는 행위이기 때문입니다. 경쟁사를 비방하거나 제 살 깎아먹기 식의 마케팅으로는 공멸만 빨리 올 뿐입니다. 출판업계 스스로 양질의 책이 나올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고 누구나 책을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도록 홍보해야 합니다.



두번째는 번역 인프라의 확충입니다.


위의 첫번째 방법이 내수시장에서 소비를 진작하기 위한 방법이라면 이건 시장 파이 자체를 키우는 방법입니다. 우리나라가 극적으로 독서 구매율이 높아진다고 해도 성장에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습니다. 바로 한국어라는 언어적 한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전 세계에서 한글로 된 책을 읽는 사람의 수가 얼마나 될까요? 많아야 4천만명 수준일 것입니다. 중국어는 수억명이 사용합니다. 영어는 세계의 공용어입니다. 스페인어는 중남미 20여개국에서 사용합니다. 이들 언어는 국경을 초월하여 수억명의 독자들에게 읽혀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어로 된 컨텐츠는 국경을 넘을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비단 출판업 뿐만 아니라 국내의 모든 사업은 시작부터 글로벌을 보지 않으면 안됩니다. 단순히 수학적 배수로만 판단해보아도 우리나라에서 1만권 팔린 책을 비슷한 환경의 10개국에서 비슷한 수치로 팔면 10만권에 육박할 것입니다. 30개국에 팔면 수십만권이 될 수도 있겠지요. 그러나 현재는 그러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법적인 문제나 문화적인 문제, 경영적인 문제 등도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해외에서 한국어를 번역할 수 있는 전문 번역가가 부족한 것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반대로 해외 도서를 국내로 번역하는 번역가들은 많지만 이 역시 고도의 실력을 갖춘 전문 번역가는 여전히 부족하다고 합니다.

우리 도서를 해외에 수출하는 것은 단숨에 시장규모를 몇십배 이상 키울 수 있는 방법입니다. 다만 여러가지 문제로 이 부분이 지지부진하게 이루어지는 것 같아 아쉬움이 있습니다. 위의 첫번째 제안에서 출판계가 힘을 합쳐 공동 캠페인을 하자고 말씀드린바와 같이, 문화관광부나 출판진흥원등과 같은 기관에서는 한국어 도서 번역인들을 양성하고 지원하는 사업을 키워야 합니다. 그걸 놔두고 국내에 있는 업체나 작가에게 수혈하는 방식의 정책은 미봉책에 불과합니다.



앞에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저는 독서문화의 부흥을 사회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려면 가장 필요한 것이 바로 출판사는 좋은 책을 만들고, 작가는 좋은 글을 쓰고, 독자는 책을 많이 사보아야 할 것입니다. 누가 어디에서 먼저 시작해야 한다고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모두가 관심을 가지고 참여해야 변화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기본기의 중요성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