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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효석 Feb 08. 2017

교육사업에서 변하지 않는 것

에듀테크 시대의 교육사업 전략 :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교육 산업에서 최근의 화두는 단연 에듀테크(Edu-Tech)입니다. 전통적인 교육과 첨단 기술이 만나 새로운 방식의 교육 혁명을 이루자는 것이지요. 일부는 앞으로 전통적 형태의 교육이 에듀테크를 이길 수 있는 경우는 인간이 알파고를 이기는 것과 같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기술에 있어서 인간이 인공지능을 이길 수 없는 것은 자명하니까요. 한편 (비단 교육업이 아니더라도) 인공지능이 발전하면서 앞으로 우리는 어떻게 해야하나 고민하는 분들도 많이 계십니다. 오늘은 이 문제를 같이 생각해보고자 합니다.




교육산업을 구분하는 기준은 여러개가 있지만 한번 아래와 같이 세가지 범주로 나눠 보시지요.

교육은 일반적으로 교육컨텐츠, 교육기법, 전달방식의 곱으로 완성될 수 있습니다.


교육컨텐츠는 말 그대로 학생들에게 가르쳐줄 지식 그 자체입니다. 수학이라면 미적분 이론이 될 수 있겠고, 회계원리라면 재무제표 보는 법일 수 있겠지요. 이건 축적의 지식으로 많은 연구자들의 경험과 이론을 통해 선형적(linear)으로 발전하고 있는 분야입니다.


교육기법은 교육 컨텐츠를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에 대한 방법입니다. 예를 들어 강사가 학생에게 일방향으로 정보를 전달하는 세미나 방식의 교육도 있겠고, 학생이 선생의 생활에 들어와 삶을 배우는 도제식 방법도 있겠죠. 일반적으로 많이 쓰이는 기법으로는 강의식, 실습식, 워크샵, 플립러닝, 세미나, 액션러닝, 게이미피케이션, 퍼실리테이션, PBL, 시뮬레이션, 롤플레잉, 케이스스터디 등등이 있습니다. 이 중에서 교육 대상자의 특성과 컨텐츠의 특징, 교육 환경을 고려하여 가장 높은 효과를 낼 수 있는 방법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전달방식은 위에 언급한 교육기법을 통해 만들어진 컨텐츠를 어떤 방식으로 전달할 것인가에 관한 문제입니다. 전통적인 방식은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장소에서 교사와 학생이 모여 같이 학습하는 형태였습니다. 이것이 우편물등을 이용한 원격 교육으로도 발전하고(1950년대 이후), 인터넷을 통한 교육(2000년대 이후)으로도 발전하게 되었죠. 오늘날엔 모바일을 통해 디지털 컨텐츠의 형태로 주로 유통되고 있으며 앞으로는 VR/AR 등을 이용한 교육도 널리 확산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위 세 가지 중에서 가장 빠르게 변하는 것은 전달 방식입니다.

에듀테크가 가장 깊게 관여하고 있는 분야도 이 부분입니다. 새로운 교육기법은 더 효율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최신 기술과 결합합니다. 인공지능 챗봇이라던지 플립러닝 솔루션 등등이 최근 많이 개발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과연 이런 기술을 개발하는 회사를 교육 회사라고 부를 수 있을지는 저는 개인적으로 의문입니다. 왜냐하면 이는 컴퓨터 프로그래밍의 영역, 더 적나라하게는 SI의 영역이 담당하던 분야이기 때문입니다. 물류 소프트웨어 만드는 회사를 물류회사라고 부르지 않고, 레스토랑의 POS 프로그램을 만드는 회사를 요식업체라고 부르지 않습니다. 마찬가지로 교육지원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회사를 교육회사라고 부를 수 있을까요?


에듀테크의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로 MOOC를 말합니다. 

대표적인 MOOC인 Coursera나 EdX 등은 웹/앱 접근성을 높이고 무료로 강의를 듣게 한 혁신적인 플랫폼 비즈니스라는 이유로만 성공한 것은 아닙니다. 그 플랫폼 안에서 하버드나 스탠포드와 같이 기존에 들어볼 기회가 거의 없는 유명대학의 실제 강의를 누구나 들을 수 있게 함으로서 교육정보 접근성의 격차를 낮추었기 때문입니다. 즉 컨텐츠가 중요한 한 축입니다. 위에서 언급한 세가지의 곱으로 그 명성이 만들어지는 것이죠. 세번째 요소인  기술만 가지고는 결코 교육사업이라고 할 수 없을 것입니다.


두번째로 언급한 교육기법은 전달방식과 상호 보완적인 관계입니다. 

테크놀로지가 발전하면 이에 따른 교육기법도 물론 같이 발전하겠지요. 예를 들어 곧 거의 모든 교과서는 태블릿으로 교체될 것입니다. 교육효과를 목적으로 보았을때 멀티미디어 교육이 더 인터랙티브 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블렌디드 러닝(Blended Learning)이나 플립러닝(Flipped Learning) 역시 온라인 플랫폼과 함께 가야 하는 부분입니다. 그러나 현재 대부분의 국내 대학 교육에서와 같이 오프라인 만으로도 다양한 교육기법들이 개발되고 있습니다. 온라인 교육이 오프라인 교육에 비해 교육 성과가 떨어진다는 연구결과는 넘칩니다. 그래서 이러한 기술들은 전통적 교육의 보완재로서의 역할에서 성장하고 있지요.




처음으로 언급한 컨텐츠는 결국 교육의 본질입니다.

아무리 기술이 발전해도 변하지 않는 부분입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말이 있습니다.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가 한 말인데요, 우리는 시대가 변하면 바뀔 트렌드를 준비하기 보다는 시대가 변해도 바뀌지 않을 것을 한다고 하였습니다.


시대가 변하면서 교육의 영역도 빠르게 변하고 있는 부분이 있습니다.

그 부분을 잘 하고 있는 업체들도 많이 있습니다. 국내의 대형 교육 업체들도 하나같이 다들 에듀테크의 선도기업이 되겠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시스템 솔루션 개발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투자를 할 여력이 부족한 조직도 유행처럼 에듀테크에 휩쓸릴 필요는 없습니다.

우리는 우리대로 '변하지 않는 가치'에 집중하면 됩니다. 바로 교육 그 자체입니다.


교육 컨텐츠는 전달 방식과 상호 보완적 관계라고 하였습니다. 

대형 회사들이 플랫폼을 만들면 그것을 이용하여 더 널리 퍼트릴 수 있는 교육 컨텐츠를 만들면 됩니다.

되려 이것은 큰 회사보다는 작은 회사, 또는 개인이 더 잘할 수 있는 영역입니다.

교육산업은 이렇게 협업을 해야 합니다.


사실 오늘날 국내의 대형 교육회사들은 공개적으로 기획회사, 유통회사, 플랫폼 회사를 지향한다고 말합니다.

자체 컨텐츠 및 강사를 보유하지 않고 외부의 강사를 통해 컨텐츠를 공급 받습니다.

이걸 문제 삼는 것은 아닙니다. 이것이 오늘날의 교육 산업 생태계이기 때문입니다.


정리하자면 강사님들이나 작은 교육기관들이 너무 에듀테크라는 트렌드에 지레 겁 먹지 마시고,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컨텐츠를 더욱 다듬어서 이런 플랫폼 업체들과 협업을 할 때 더 큰 시너지가 날 수 있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 같이 읽어볼 글 : <플립러닝 : 교육의 미래>




René Magritte :Le Perreux-sur-Marne(The False Mirror), 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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