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연애 프로그램 포화 시장, 자신의 취향에 맞춰 연애를 구경할 수 있는 시대가 도래했다.
이 시장의 시조새 격인 2011년도 SBS ‘짝’ 이후, 일본의 ‘테라스 하우스’를 모티브로 한 듯한 2017년도 ‘하트 시그널’이 대 성공을 거둔 후, 본격적인 OTT 성황에 맞춰 ‘솔로지옥’, ‘환승연애’, ‘연애남매’, ‘돌싱글즈’, ‘커플팰리스’ 등 화려한 사람들의 연애를 취향에 따라 소비할 수 있게 된 2025년이다. 물론 이 프로그램에 나오는 사람들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인플루언서나 훈남 훈녀들로 이루어져 있어서 하이퍼 리얼리즘 연애 시장(?)의 니즈까지 채워주는 ‘나는 솔로’까지 이제는 글로 배우는 연애가 아닌, ‘연프(연애 프로그램)로 연애를 배웠어요’라고 해야 자연스러운 '요즘 세대'이다.
결혼율은 물론이고 연애 비중도 점점 낮아지는 2030 사이에 연애 프로그램이 흥행한다는 것은 흥미롭다. 연프를 통해 대리 만족을 하거나, 사랑에 대한 실마리를 찾거나, 용기를 얻거나 혹은 아예 단념에 이르는지는 모르겠지만, 소극적이든 적극적이든 사랑을 곁눈질로 염탐하며 관심을 갖고 있는 것만은 확실하다. 그러나 미묘한 심리전과 감정 사투, 오해와 실망이 엇갈리고 범벅되는 과정이 벅찬 사람에겐 연프는 피하고 싶은 콘텐츠이다. 특히 출연자의 사랑하는 마음 하나로는 한없이 부족한 것 같아 무기력해질 때, 그 야속함에 내 마음도 덩달아 시려지는 것 같다.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 하나 없이 마음이 부풀어 올랐다가도 단칼에 잘려 나가는 경험은 누구에게나 있는 성장통이라 더욱.
이렇게 자극이 극에 달하는 연프 사이, 작은 솜뭉치 같은 프로그램이 있다. 바로 ‘러브 온 더 스펙트럼 (Love on the Spectrum)’. 이 프로그램의 특별함은 출연자들이 다양한 자폐 스펙트럼을 갖고 영미권(미국/호주)에서 삶을 꾸려가고 있다는 것인데, 자폐 스펙트럼에 대한 편견과 시선을 사랑스러움으로 무장 해제시키는 놀라운 프로그램이라고 소개하고 싶다.
출연자들의 특징 중 하나는 황당할 정도로 솔직하다는 것이다. 인터뷰를 통해 왜 사랑을 찾고 싶냐고 물으면 순수하게 사랑이 제일 좋은 것이기 때문이라는 대답에 마음이 스르륵 녹는다. 그들은 감정을 숨기거나 사랑을 확인하려 교묘하게 술수를 부리지 않는다. 복잡한 감정이 이해되지 않더라도 도전하고, 배우면서 자신만의 길을 찾아가는 모습이 오히려 산뜻하고, 조건을 따지며 사람을 재는 보편적인 행동이 되레 하찮고 안쓰럽게 느껴진다.
‘러브 온더 스펙트럼’의 또 다른 사랑 포인트는 바로 가족과 사회의 응원이다. 장애가 있다고 일거수일투족을 가족이 책임지는 것이 아닌, 독립을 격려하고 스스로 해낼 수 있도록 북돋아 주며 응원해 주는 성숙함과 연애 감정이 어려운 그들에게 성심성의껏 상담해 주는 전문 상담가, 지역 공동체에서 주최하는 장애인 비장애인 데이트 이벤트, 배려와 따듯함으로 격려하는 제작진 등 이들을 장애의 한계에 가두는 것이 아니라, 한 인격체로 훨훨 날 수 있도록 모두가 힘쓰는 모습에 또 다른 사랑을 느끼게 된다. 어쩌면 이 프로그램은 사회적 이상향을 부드럽게 스며들게 하는 역할도 하는지도 모르겠다.
나태주 시인이 시 「풀꽃」에서 말했듯, 누구든 자세히 보고 오래 보아야 마음에 안착이 된다. 스펙 전쟁에 상대방을 혹은 스스로를 들여다볼 여력도 없이 사랑에 신물이 난 요즘, 다 제쳐두고 마음 하나로 연애 시장에 과감히 뛰어든 ‘러브 온 더 스펙트럼’의 출연진들을 보고 작은 용기를 얻으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