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FLAKE Jul 24. 2020

설득하는 브랜드 경험 디자인

원티드 오리지널 클래스 후기


원티드 오리지널 클래스 첫 번째 주자로 진행했던 ‘설득하는  브랜드 경험 디자인’ 수업이 끝났다. 코로나 이슈가 커지는 상황에서 세 차례나 연기가 된 클래스였지만 많은 분들이 불평하지 않고 차분히 기다려주어 무사히 마무리될 수 있었다. 3시간씩 3주, 총 9시간 동안 진행된 이번 클래스는 주어진 시간이 짧기 때문에 커리큘럼을 짜고 수업을 구성하는데 많은 공을 들였다. 오프라인 클래스 특성상 계획한 대로만 수업이 진행되지는 않아 흐름이나 시간 분배가 꼬여버리면 낭패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엔 디자이너가 아닌 클래스 운영자 입장에서 수업을 진행하며 고민했던 것들을 간단히 정리해보려 한다.


클래스 주제 '설득'

클래스의 큰 주제는 ‘설득’이었다. 주제 선정에 앞서 내가 실무를 하며 가장 많은 에너지를 쏟는 일이 무엇일까를 고민해봤다. 설득하는 일이었다. 디자인은, 특히 브랜드 경험을 설계하는 일은 예술이 아니기 때문에 클라이언트 혹은 유관부서, 팀 동료, 사용자를 설득하지 못한다면 의미가 없다. 하지만 많은 수의 디자이너들이 서툰 부분 역시 이 '설득'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학교에서 디자인을 배우면서 '시각', '조형'과 같은 추상적인 감각으로 디자이너들과 소통하고 설득하는 방법에 익숙해져 있다. 하지만 그것은 현업에서 '설득'과 거리가 있다. 현업에서는, 특히 브랜드 경험을 설계하는 일에서는 '멋지다', '멋지지 않다'와 같은 주관적인 감각의 언어보다 객관적인 언어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브랜드 경험을 설계한다는 것엔 정답이 없기 때문에 조직의 목표와 방향, 주어진 상황, 일하는 방식에 따라 과정과 결과가 매번 다르다. 그렇다면 디자이너는 어떤 태도로 일을 하고 어떤 방식으로 클라이언트와 유관부서를 설득해야 할까? 나는 이 클래스를 통해 브랜드 경험 디자이너에게 꼭 필요한 '공감을 이끌어내고 합리적인으로 소통하기 위한 방법'을 토론과 실습을 통해 수강생들과 함께 고민해보고 싶었다.


어떤 분들이 신청했는지

나는 이제 막 디자인을 시작한 (실무 경험이 상대적으로 많지 않은) 디자이너들을 생각하며 커리큘럼을 짰다. 실습을 위주로 하는 클래스라기보다 마인드셋을 형성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수업이라 기술적인 부분의 전달보다는 디자이너가 어떤 태도로 프로젝트에 임하고 어떤 방식으로 사고해야 하는지 스스로 자연스럽게 느끼게 하는 것이 중요했다. 많은 디자이너들이 학교에서 배운 디자인과 실무 현장에서 느끼는 것의 괴리감 때문에 혼란스러워하는 것을 많이 경험했고 그 차이를 어떻게 좁혀야 할지, 누구와 이야기를 하고 문제를 해결해야 할지 어려워하는 것들을 지켜봐 왔다. 물론 나 또한 다르지 않았다. 그래서 실무에 많이 익숙해지지 않은, 이제 막 디자인을 시작하고 어려워하고 있는 분들의 고민을 해결해주고 싶었다. 하지만 실제로 클래스를 신청해주신 분들은 이제 막 학교를 졸업해 실무 경험이 전혀 없는 취업 준비생들이 많았고 경험이 많은 시니어, 디렉터들도 많았다. 여러 다양한 목적을 가지고 클래스를 신청한 분들에게 내가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분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가능한 목표로 했던 것들을 모두 얻게 하고 싶었다.


간단한 수업 소개

9시간이라는 시간이 제한되어있기 때문에 나 스스로 딱 세 가지 목표를 정하고 그것에 집중했다. 첫 번째는 디자인 경험의 영역을 시각/물리적인 영역에서 벗어나 다양한 경험으로 확대하는 것, 두 번째는 추상적이고 감각적인 언어를 객관적이고 구체화된 언어로 바꾸는 방법을 연습하는 것, 세 번째가 가장 중요한 목표로 과정 자체가 즐거울 것이었다. 이 과정은 익숙하게 사용하던 근육을 쓰는 것이 아니라 사용하지 않던 근육을 쓰는 일이라 처음엔 어색하고 힘이 들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즐겁지 않으면 아예 선을 그어버리거나 손을 놓아버리는 경우들이 있어 가능한 쉽고 가볍고 즐겁게 작업할 수 있도록 커리큘럼을 짰다.     


커리큘럼

간단하게 수업 내용을 소개하자면, 같은 제목을 가진 다양한 아티스트의 음악을 듣고 각자 한 아티스트의 곡을 선택한 후, 각자가 곡을 듣고 나름 해석하여 앨범 커버를 리디자인한다. 그 후 각자가 디자인한 앨범 커버를 모아서 어떤 아티스트의 곡으로 작업한 것인지 서로 맞춰보게 한다. 각자 주관적으로 느낀 느낌적인 느낌을 살려서 디자인한 것이기 때문에 그 의도를 파악해서 맞추는 것이 쉽지 않다. 우리는 가상의 서비스/브랜드를 하나 설정해, 곡에서 느꼈던 무드를 키워드로 추출하고 그 추출된 키워드를 통해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규칙을 만들었다. 이후 설정한 규칙을 네이밍, 로고타입 등 디자인 작업에 반영하고 유관부서와 클라이언트 팀원을 설득하는 노하우를 함께 고민했다.

01 WEEK (3시간)

브랜드 경험 디자인이 브랜드/기업에 필요한 이유

>브랜드 경험 디자이너의 역할 정의

>브랜드 경험 디자이너가 일하는 방식

>브랜드 경험 디자인이 브랜드/기업에 필요한 이유


02 WEEK (3시간)

설득을 위한 맥락 만들기 훈련

>Inspiration Board 만들기

>Inspiration Board 안에서 맥락 찾기

>발견한 맥락을 활용해 키워드 추출하기


03 WEEK (3시간)

키워드를 활용, 설득하는 브랜드 경험 만들기 실습

>로고/어플리케이션 디자인

>프레젠테이션

>평가, 질의 응답


     

클래스를 운영하는 이유

클래스를 운영한다는 것엔 생각보다 에너지가 많이 든다. 커리큘럼을 짜야하고, 자료도 만들고 검증을 하고 시뮬레이션도 해봐야 한다. 해당 주차의 상황에 따라 다음 주차의 커리큘럼이 크게 바뀌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클래스 기간에는 수업이 없는 날에도 많은 에너지가 클래스로 향해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클래스를 운영하는 이유는 아래와 같다.   


첫째, 평소에 만나기 힘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늘 느끼는 것이지만, 디자이너는 정말 많고 다양한 분야에서 일을 하고 있다. 하지만 늘 우리가 몸을 담고 있는 카테고리와 가까운 디자이너들과만 커뮤니티가 형성되는 것 같아 아쉬움이 있었다. 나 역시 IT분야 경험이 길어지다 보니 다른 영역의 디자이너들과 만날 기회가 많지 않았다. 다양한 연차, 다양한 분야에서 다양한 경험을 하고 있는 여러 디자이너들을 만나고 그들과 나의 고민을 같이 나눌 수 있어 좋은 경험이 된다. 또 그것들을 통해 배운다.


둘째, 이해하고 있는 것과 아는 것, 그리고 실제로 경험하는 것에는 많은 차이가 있다. 수업을 준비하고 진행하며 한 번씩 내가 경험했던 것을 정리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세웠던 가설들을 다시 점검하기도 하고 애매하게 이해하고 있던 것들을 확실히 집고 넘어가기도 한다.


셋째, 나는 실력보다 운이 좋았다. 여러 회사를 경험하며 늘 주변에 좋은 선생님, 멘토들이 있었다. 그분들에게 다양한 영향과 영감을 받아보니 그것들이 어느새 내 것처럼 되었다. 늘 빚지는 마음으로 살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나 역시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 있다면, 받은 만큼 도움을 주고 싶다는 생각이다.  

 

넷째, 경험했던 것들이 노하우로 하나둘씩 쌓이면서, 이것들을 마냥 가지고만 있다는 것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필요한 사람들이 있다면 나누고 공유하는 선순환을 만들면 좋겠다.



수업을 진행하며 어려웠던 점

클래스를 수강하는 각자의 목적이 다르다. 누군가는 좋은 포트폴리오를 만들기 위해 수강을 하고, 누군가는 원하는 회사로 이직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또 누군가는 현업에서 어떻게 일을 하는지 간접적이지만 이야기를 듣고 싶어서, 단순히 인사이트를 얻고 싶어서 등 모두가 조금씩 다른 버전의 목적을 가지고 있다. 그것을 만족시키는 것이 어려웠다. 각자 원하는 버전으로 도움을 드리고 싶어 커리큘럼을 중간중간 바꿨고, 예정에 없던 포트폴리오 컨설팅, 리뷰와 1:1 자리를 가능한 많이 만들었다. 카카오톡 단체방은 거의 24시간 돌아갔던 것 같다. 협업/실무의 이야기를 많이 듣고 싶어 해서 비공식적으로 현업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다양한 디자이너들을 초대해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시간도 추가로 만들었다. (기꺼이 시간을 내준 디자이너들에게 다시 한번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생각했던 것 보다도 9시간이라는 시간이 너무 짧다는 것도 아쉬운 부분 중 하나다.   


수업 결과

모든 과정, 작업을 공개하긴 어렵지만 수강생들이 노력해준 수업 결과 일부를 이미지로라도 간단하게 공유하려 한다. 짧은 시간이지만 다들 너무 열심히 노력해줘 고마운 마음뿐이다.


앞으로의 계획

아마도 많은 분들이 공감하실 것 같은데, 앞서 이야기했듯 클래스를 운영하는 데는 생각보다 시간과 에너지가 많이 든다. 그래서 다른 것을 더 할 수 있는 기회비용을 포기하고 클래스를 운영한다. 솔직한 마음으로는 디자인, 크리에이티브를 만드는 일에 더 집중을 하고 싶다. 하지만 한번 클래스를 운영하고 나면 취업에 대한 현실과 답답함, 협업에서 겪는 어려움 등이 한 번에 밀물처럼 다가오면서 내가 겪었던 일들과 오버랩된다. 내가 짧은 시간 안에 해결해 줄 수 있는 문제가 아니고, 나 또한 여러 어려움 속에 갇혀있지만 그래도 몇몇 문제들은 상대적으로 어렵지 않게 해결해줄 수 있는 것들이라, 계속 클래스를 운영하는 것이 좋을지 늘 고민이다.


수업 들어주신 수강생 여러분 모두, 늦었지만 모두 고생 많았습니다.     



instagram.com/ki_flake 에도

간간히 작업물을 올립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