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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를 다녀오다

역사의 상징이자 과거 권력의 심장부를 볼 수 있다니...

by 최고야

오늘은 낮 기온이 섭씨 20도로 완연한 봄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따뜻하여 나들이하기에 정말 딱 좋은 날씨였다. 요즘 비상계엄과 탄핵정국, 그리고 미국과의 관세전쟁으로 나라 안팎이 시끄러운데 조만간 어떤 식으로든 탄핵선고가 나면 조기 대선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크고, 이를 통해 새로운 대통령이 탄생하면 현재 용산의 대통령실에서 다시 청와대로 복귀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 일이 벌어지면 청와대를 통제하고 경호가 다시 삼엄해질 것이니 내가 대통령 표창을 받지 않는 이상 가볼 수가 없는 곳인데 그럴 가능성은 전혀 없으니 지금 개방중일 때 서둘러 청와대를 가 보고 싶었다


청와대 사이트에서 인터넷으로 관람 예약을 하고 코레일 사이트에서 왕복 열차 편 예약을 한 후 며칠을 기다렸다가 드디어 출발을 하였다. 남춘천역에서 ITX 청춘열차로 약 1시간 걸려서 청량리역에 도착하였고, 1호선 지하철로 갈아타고 종로3가역으로 가서 다시 3호선으로 갈아타고 두 정거장을 더 가서 경복궁역에 도착하였다.


여기가 한국 서울이 맞나?


경복궁역 4번 출구로 나와 바깥 풍경을 보고는 깜짝 놀랐다. 거리에는 여러 나라에서 온 외국인들이 한복을 차려입고 즐거운 표정으로 걸어 다니고 있는데 얼마나 많은지 우리 한국 사람들보다 더 많아 보였다. 마치 외국에 여행 온 듯한 기분이 들고 묘하게도 내가 관광객이 된 것 같았다.



정겨운 경복궁 돌담길을 따라 약 15분 정도 걸어가니 뉴스에서 많이 보던 청와대 정문이 나왔다. 우리나라 역사의 상징적인 장소이자 과거 절대 권력의 심장부를 내 눈으로 직접 보고 있다는 사실에 마음이 살짝 들뜨고 흥분되기도 했다. 입구에서 바코드를 찍고 입장하니 파란 지붕의 웅장한 본관 건물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설레는 마음으로 안으로 들어가니 빨간 카펫이 깔린 홀과 계단이 나를 반겨주었다.



대통령이 집무를 보던 집무실, 수많은 외국 정상들과 만나던 접견실, 장관들과 국무회의를 하던 회의실, 수시로 기자회견을 열던 춘추관, 내외빈들을 위한 소규모 행사장으로 사용되던 상춘재, 그리고 대통령과 그 가족들이 생활하던 관저까지 쭉 둘러보는데 참으로 감회가 새로웠다. 이곳을 거쳐간 숱한 영욕의 세월들이 한갓 봄바람처럼 흩어져버린 듯 무심한 건물들만 남아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한편으론 이토록 정성껏 잘 가꾸고 다듬어놓은 아름다운 시설들을 내버려 두고 왜 굳이 엄청난 예산을 낭비하며 용산으로 옮겨가야만 했는지 이해가 잘 되질 않았다. 산속 깊숙이 자리 잡은 고립무원의 구중궁궐에서 벗어나 국민들과 더 자주 소통을 하기 위해서라던 이유는 뜬구름처럼 사라진 지 오래이고, 온갖 추측과 의혹들만 무성하니 누굴 위한 이전(移轉)이었는지 참으로 안타깝고 씁쓸하기만 하였다.


모쪼록 이 혼란한 상황이 속히 마무리되고 정치 · 경제 · 사회 · 교육 · 안보가 두루 안정이 되어 다시 행복한 대한민국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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