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최북단 도시에서 맞이한 절경
2025년 5월 8일 어버이날
오늘은 오랫동안 벼르고 별렀던 철원 한탄강 주상절리길을 다녀왔다.
그동안 TV와 각종 매스컴에서 깨끗하고 아름다운 한탄강과 신비로운 주상절리를 소개하는 영상을 많이 보면서 언젠간 저기를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오늘에서야 그곳을 가 본 것이다.
카카오내비에서 검색해 보니 춘천에서 약 80km 거리인데 1시간 38분이나 걸린다고 나와있기에 가는 길이 쭉 뻗은 도로가 아니고 구불구불한 산길이 많은가 보다 짐작은 했는데 역시 만만치 않은 길이었다. 그래도 도로 옆에 계곡이 이어져있고 가는 내내 경치가 좋아서 지루하지는 않았다.
순담매표소에 도착하여 1인당 10,000원(65세 이상은 50% 할인)의 입장권을 끊으니 7,000원짜리 철원상품권을 주며 철원 어디서나 가맹점에서는 사용이 가능하다고 한다. 이런 건 참 잘하는 행정인 것 같다. 바로 앞에 있는 상점에서 1,000원짜리 상품권을 내고 생수 한 병을 구입하여 들고 입장하였다. 안내도를 살펴보니 이곳 순담에서 드르니라는 곳까지는 거리가 3.6km이고 1시간 반 정도 소요되는데 중간중간에 화장실과 쉼터가 있다고 나와있었다.
산허리를 따라 설치된 잔도 위로 첫 발을 내딛는데 발아래로 한탄강이 흐르고 사람의 손을 전혀 타지 않은 날것 그대로의 자연이 반겨주었다. 중간중간에는 밑이 훤히 내려 보이는 유리바닥에서 쬐끔(?) 스릴을 느끼게 하는 스카이워크를 조성해 놓았다.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고 달콤한 풀 내음이 코끝을 스치니 온몸의 세포가 깨어나고 정화되는 느낌이었다. 처음에는 그랬다~ ㅋ
얼마를 지나니 평탄하던 길이 오르막 내리막 계단으로 바뀌고 수많은 출렁다리가 길게 놓여 있었다. 이 시설을 설치하기 위해 꽤 많은 예산이 투입되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드르니 매표소가 있는 정상까지 올라가는 길은 그야말로 '천국의 계단'이었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올라가 멋진 풍경을 잠시 감상하고는 다시 순담매표소로 돌아가야 했다. 드르니까지 가는 길은 그다지 힘들지 않았는데 다시 돌아오는 길은 배도 고프고 지치고 힘들었다. 그렇게 왕복 7.2km를 3시간여 동안 걸어서 완주하였다.
순담에 도착하니 너무 배가 고파서 상점에 들러 냉커피와 들깨과자로 간단히 허기를 달래고 철원 와수리로 이동하여 맛있는 돼지갈비와 비빔냉면으로 늦은 점심을 해결하였다. 달콤한 믹스커피를 한잔 뽑아 마시고 다시 춘천을 향해 달리는데 무시무시한 백골탑이 눈길을 잡아당겼다.
우리 부부가 필리핀으로 이주하고 나서 아들이 한국에 있는 외가에 혼자 남아있다가 약 1달 뒤에 입대를 하였는데 훈련소를 나와서 자대 배치받은 곳이 바로 여기 백골부대였다. 그 추운 겨울에 버스를 타고 머나먼 산길을 굽이굽이 돌아 하염없이 달리다가 이 백골 마크를 마주한 심정이 어땠을까?
대한민국에서 가장 추운 도시인 철원에서 GOP 근무를 하며 매일같이 북한땅을 바라보는 심경은 또 어땠을까? 남북관계가 얼어붙어 한창 긴장상태일 때는 북한 산악지대에 배치된 대포부대의 포문이 열리는 것까지 맨눈으로도 보여서 가슴이 철렁했다고 한다. 한겨울에 혹한기 훈련을 받으며 손과 발에 동상이 걸려 제대 후에도 얼음을 빼내느라 한참 동안 고생을 했는데 지금도 겨울에는 손발이 시리다고 하니 그 후유증은 누가 보상해 주나?
철원이란 곳을 생각하면 여러 가지 기억들이 떠오르는데 이 또한 삶의 토양이 될 것이다.
생각이 많아지는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