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이 되면 꼭 해보고 싶었던 것
교육대학원생은 2학년 때부터 교생실습을 하게 된다. 내가 사는 지역의 교대는 2학년 때 참관실습, 3학년 때는 수업실습, 4학년 때는 실무실습을 한다. 2학년 때 하는 참관실습은 처음 예비교사가 되어 말 그대로 주로 학교 선생님들의 수업이나 생활지도를 참관하고 학교는 어떤 곳인지, 교실의 모습은 어떠한지 경험하는 실습이다. 3학년 때는 수업을 여러 번 해보면서 수업계획(교육과정 분석 및 지도안 작성), 수업기술(발문, 자료제작, 수업 중 돌발상황 대처 등) 및 평가, 수업성찰 등 일련의 과정을 경험해보게 된다. 4학년 때는 전반적인 학급경영 기술 및 수업, 생활지도에 관한 실무를 실습하게 된다.
선생님이 되면 교생실습학교에서 꼭 근무해보고 싶었다. 왜냐하면 우선 실습학교의 교육과정을 경험해보고 싶었고 내가 가진 노하우를 교생선생님들한테 공유하고 그들로부터 배워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실습학교에서 근무하려면 수업관련 자격이 필요하다. 그래서 실습학교를 오기 전에 수업연구대회에 2회 나갔다. 과정은 고통스러웠으나 2년간 수업을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지 치열하게 고민했던 시간만큼은 큰 수확이었던 것 같다.
한 학교에서 실습학교는 최대 3년 동안 운영된다. 나는 마지막 해에 들어갔기 때문에 1년밖에 경험해보지 못했다. 그 부분은 가장 아쉬운 부분이다. 하지만 1년동안 아주 뜻깊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총 4회에 걸쳐 실습생이 오는데(2학년 1회, 3학년 2회, 4학년 1회) 우리 학교는 1,3,5 학년군과 2,4,6학년 군으로 나눠서 각각 2회씩 교생을 지도했다. 나의 경우 1학기 때는 3학년 수업실습, 2학기 때는 2학년 참관실습을 맡았다.
1학기, 첫 교생이 오는날 아이들도 무척 설레했지만 나의 기대와 떨림은 마치 내가 신규교사가 되었을 때랑 비슷했다. 우리 반에는 3학년 2명의 예쁜 예비 선생님이 왔다. 성만 다르고 이름이 같은 K선생님과 L선생님. 이름은 같았지만 두 명의 스타일은 아주 달랐다. 둘 다 야무지고 꼼꼼했지만 상대적으로 한 명은 통통 튀는 매력이 있고 한 명은 차분한 매력이 있었다. 수업실습이었기 때문에 수업을 총 4번 했는데 자신의 스타일대로 수업을 이끌어가는 모습을 보니 같은 내용이라도 아이들에게 아주 다르게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2학기에도 2명의 예비선생님이 왔는데 대학교 2학년이고, 첫 실습이라서 내 눈엔 아주 귀여워 보였다. 실습 기간에는 우리 반 아이들의 눈이 모두 교생을 향해있다. 나만 바라봐주던 아이들의 사랑을 빼앗긴 것 같아(?) 약간은 서운하지만 다소 엄격한 담임 선생님에 비해 친근하고 예쁜 교생 선생님이 훨씬 편하고 가까워지고 싶을 것이다. 교생선생님에게 다가가는 아이들을 보면서도 우리반 아이들의 특성을 알 수 있다. 담임선생님은 무서워하면서도 교생선생님에게 적극적으로 애정을 표현하는 아이들은 쉬는시간에 교생 선생님 옆에 꼭 붙어 있다. 그리고 저 멀리서 교생선생님을 지켜 보는 아이들. 이런 아이들은 마음은 가까워지고 싶은데 표현을 잘 못하는 아이들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교생선생님이 있든 없는 별로 관심없는 아이들. 어쩌면 이런 아이들이 주변 어른 의식하지 않고 주관이 뚜렷한 아이들일지도 모른다.
교생들을 지도하면서 가장 좋았던 점은 우리반 아이들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고 나의 수업 스타일에 대해서 되돌아볼 수 있다는 점이다. 평상시에 수업을 하다보면 수업 중 우리반 아이들의 한 명 한 명의 모습을 자세히 관찰하기가 어려울 때가 많다. 정말 유능한 교사는 수업을 할 때 아이들 한 명 한 명이 내눈에 다 들어와야 한다고 하는데 아직 갈 길이 멀었나 보다. 계획했던 1차시의 수업을 이끌어 나가기 위해서 아이들의 수업 모습을 관찰하기 보다는 나의 말과 행동에 집중할 때가 많다. 개선하려고 여전히 노력중.
예비선생님들이 수업을 해보기 전에 담임선생님과 협의 시간을 가진다. 우리 반 아이들의 특성을 간단히 설명해주고 담임선생님이 정한 차시의 수업을 계획해온다. 계획한 예비 지도안을 보면서 어떤 흐름으로 수업을 하면 좋을지, 지도안은 어떻게 쓰는게 좋은지, 활동은 어떤 것이 더 적합할지, 개별-짝-모둠-전체 중 어떤 집단 구성이 더 적합한지, 평가는 어떻게 할 것인지, 학습자료는 어떤 것이 좋은지 몇번의 토의와 수정을 통해서 수업을 계획한다. 실제로 수업을 해 본 뒤에는 잘된 점은 어떤지, 어떤 점이 아쉬웠고 보완되면 좋겠는지에 대해 수업자, 참관한 교생선생님, 담임선생님과 함께 성찰의 시간을 가진다.
나의 교생시절을 떠올려보면 얼굴이 붉어질 만큼 두서없는 수업을 했던 것 같다. 수업에도 트렌드가 있는데 그 당시에는 분위기는 참신한 교구를 만드는 게 주도적인 분위기였다. 일회성의 소모적인 교구를 만드는 걸 지양하는 요즘 분위기와 비교해볼 때는 참 쓸데 없는데(?) 많은 시간을 들였던 것 같다. 교구 만드느라 밤을 새다 싶이하고 정작 수업의 흐름이나 발문에 대해서는 깊이 고민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동기유발을 하는데 교실 앞에서 뒷문쪽으로 대각선으로 낚싯줄을 매달아 놓고 "우리 오늘 어떤 공부를 할 지 알아볼까요?"라는 말을 하면 저 멀리서 동기유발 종이가 낚시 줄을 타고 선생님을 향해 날아온다. 그 뿐만이 아니라 풍선에 헬륨가스를 넣어 활동 순서를 안내하는 경우도 있었다. 내가 학년 대표로 연구수업을 했을 때는 수업 주제가 '문단에 대해 알아보기'였는데, 읽기 책의 텍스트가 '전통 한과'에 관한 것이었다. 그 당시 담임선생님과 다른 교생과 어떻게 수업을 할 지 구상을 하면서 동기유발은 대장금이 한과의 재료가 없어져서 찾는 다는 설정으로 솥뚜껑 모양의 종이 교구에 학습목표가 숨겨져 있다가 등장했다. 한과의 종류에 관한 설명문이 문단별로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 알아본 후에는 모두가 한과를 시식하면서 수업을 마쳤다. 학부모에게 한과를 보내달라고 미리 부탁을 해 놓았다. 아이들에게는 재미있었을 수는 있지만 대학생에게 문단관련 국어 수업에서 한과를 먹여주는 활동은 충격으로 남아있다.
그에 비해 요즘 교생 선생님은 자료 구성도 훨씬 참신하게 하고 수업도 깔끔하게 잘 이끌어 나간다. 특히 PPT 만드는 수준을 보고 놀랐다. 나보다는 아이들과 눈높이가 더 가까울 것이기 때문에 아이들이 좋아하는게 뭔지 직감적으로 아는 것 같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이들을 사랑하는 눈빛이 나의 초임 시절을 떠올리게 했다. 여러 일들에 치여 아이들에 대한 사랑이 많이 약해진 건 아닌지 한 번 되돌아 보게 되었다. 이렇게 1년만에 순식간에 지나갔던 너무나 아쉬웠던 실습학교 경험이 끝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