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조각
X에서 돌고 있는 봄동플로우가 있어
슈퍼에서 봄동을 발견한 김에 집에서 무쳐보았다.
요새는 뭘 먹고 싶다 하면 레시피는 여기저기 널려있어서
그저 꽂히는 레시피 그대로 하면 먹을만한 맛이 난다.
설날을 맞아 엄마집에 간 김에
언니는 육아난이도 ‘하’였을 거 같다고 했던
후배와의 대화가 생각나 엄마에게 물어보았다.
“엄마, 나는 애기 때 밥투정 같은 거 없었어?”
“너는 그런 거 전혀 없었어~ 그냥 너무 잘 먹었어.
그때 집 근처 백화점에서 팔던 피시버거도 너무 좋아했고.
애기 때도 밥만 잘 주면 잘 자고 그랬어.”
그러면서 덧붙인다.
“너무 잘 먹어서 나중엔 좀 조절시키려고도 했지.
그래서 살이 찌나 싶어서.”
발육상태가 남다른 과체중의 역사를 지켜본 산증인의 고백이었다.
유치원 때는 다른 아이들보다 얼굴하나는 더 있어서
웬 초등학생이 껴있나 싶고,
초등학생 때는 전교에서 10명 이내에는 들던 큰 키였다.
나중에 키가 커서 내가 뭐라도 될 줄 알았던 남자아이들은
자기들보다 작아진 날 보고 놀라곤 했다.
먹는 걸 늘 좋아했다.
사람도 좋아했고, 그 사람들이 있는 술자리도 좋아했다.
말라본 적은 없고,
과하게 뚱뚱했던 적도 없다.
그래도 지금까지 늘 마름에 대한 선망은 있다.
내 천년의 여자 이상형인 ‘아오이 유우’처럼
가녀린 이미지도 한번 가져보고 싶고
추구미인 '페미닌'한 심플한 스타일링이 어울리는 사람이 되고 싶기도 하다.
하지만,
맛있는 음식을 먹고 싶다는 원초적인 감각은 늘 나를 시험한다.
가끔 식사를 알약으로 대신하고 싶다는 사람들을 보면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맛있는 걸 먹는 게 얼마나 큰 기쁨인데!
친한 친구가 마운자로를 맞고 싶은데 고민이 된다며 한 소리가
“근데 그거 식욕을 앗아간다고 해서 고민돼. 그건 싫은데.”
살 빼고 싶다는 사람이 할 소린 아니잖아? 싶기도 했지만
그래 그건 싫지. 역시 내 친구.
봄동은 제시된 레시피대로 만드니 맛있더라.
양심상 밥은 안 먹고 삼겹살을 구웠다.
야채에 고기라. 다이어트 식단 맞잖아?
속도 편하고 기분도 좋으니,
내일 오전엔 운동을 갈 생각이다.
천국의 계단도 오르고 요새 재미 들린 데드리프트로 엉덩이도 뿌셔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