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여튼 여자들이란

영화 '우리들' - 퇴근길 씨네마 기획전

by 최옥찬

사람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면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사람을 이해하려고 잘 안 합니다. 보통 빠르게 평가해 버립니다. 누군가를 이해하기 위해 정신적 노동을 한다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솔직히 귀찮습니다. 그래서 대부분 한 단어로 타인을 이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과거에 남자로서 나는 여자에 대해 그랬습니다.


“하여튼 여자들이란...”


남자로서 여자를 이해한다는 것은 논리와 비논리, 이성과 감성의 경계를 넘나들며 자유해져야 가능한 일입니다. 그래서 어렵습니다. 내가 경험하기에 남자와 여자의 다름은 정서에서 두드러지는 것 같습니다. 정서적으로 남자와 여자의 다름은 어릴 때부터 드러나는 것 같습니다. 세쌍둥이 아빠로서 어린 두 딸들의 정서적 변화는 맥락을 이해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갑자기 왜 그래”라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반면에 어린 아들의 정서적 변화는 단순해서 맥락을 파악하기가 쉽습니다. “그래서 그렇구나”라고 말입니다.


심리상담사로서 가장 어렵고 까다롭고 조심스러운 대상은 사춘기 여자 아이들입니다. 상담 초기에는 내가 남자이기 때문에 여자 아이들의 심리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해서 힘든 줄 알았습니다. 그래서 동료 여자 상담사들에게 상담하기 힘들다고 하소연했더니 여자 상담사들도 사춘기 여자 아이들은 힘든 대상이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나만 힘든 게 아니구나 싶어 위안을 받기도 했습니다.


영화 ‘우리들’ (윤가은 감독)을 봤습니다. ‘퇴근길 씨네마’가 기획전(별일 없이 보는 영화 : 여성 감독의 영화들 http://star.cinemawayhome.com/)을 진행 중입니다. 7월 17일 저녁에는 영화 ‘우리들’의 윤가은 감독 GV를 한다고 합니다. 퇴근길 씨네마 스탭에게 너무 좋은 영화라면서 초대를 받았습니다. 그러나 갈 수가 없습니다. 요즘 우리 집 세쌍둥이들이 네 돌 전에 엄빠를 힘들게 하려고 작정을 했는지 아내 혼자서는 세 아이들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너무 아쉬운 마음에 ‘우리들’ 영화를 찾아서 봤습니다.

영화 ‘우리들’은 여자 아이들의 욕구와 심리적 변화를 여자 감독의 시선으로 디테일하게 잘 그려냈습니다. 마치 ‘소녀들의 심리학’이라는 책을 영화로 보는 듯 한 기분이었습니다. 게다가 내가 상담실에서 만난 여자 아이들의 이야기들도 떠올랐습니다. 그만큼 현실에서 벌어지는 여자 아이들의 심리적 역동을 매우 잘 표현해 냈습니다. 감독이 여자이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 같습니다.


영화 첫 장면부터 몰입되었습니다. 남자인 나도 저런 경험이 있었지라는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주인공 선이가 친구들에게 선택받고 싶은 마음을 잘 표현했습니다. 영화는 ‘왕따’ 두 명의 여자 아이들이 서로 재밌게 놀다가 서로 감추고 싶은 비밀을 폭로하고 싸우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두 아이들은 자신의 마음을 잘 모르는 대상에서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고 보듬어주는 대상으로 관계가 성장해 가는 듯 보입니다. 그러다가 자신의 마음을 잘 알아주기를 바라는 대상에게 공격을 하고 멀어집니다. 결국 ‘왕따’로 남은 두 여자 아이들은 다시 ‘우리’가 될 수 있는지는 영화에서 안 보여줍니다. 다만 주인공 선이의 남동생이 친구 사이의 단순한 진리를 말해줄 뿐입니다. 선이의 남동생은 항상 맞으면서도 같이 노는 친구가 있습니다. 선이는 남동생에게 때리는 친구와 놀지 말라고 합니다. 그럼에도 남동생은 한쪽 눈이 멍들었으면서도 자기도 한 때 때렸다면서 계속 친구하고 놀겠다고 합니다.


“때리고 또 때리고... 그럼 언제 놀아. 난 놀고 싶은데”


영화 우리들은 서로 상처 주고 서로 소외시키는 삶을 사는 사람들에게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고 그냥 가서 친구하고 놀아라고 말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이 노는 소리로 엔딩을 맺는데 그 덕분에 사람 사이의 관계를 떠올리게 합니다. 사람끼리 서로 가까워지고 싶고 놀고 싶은 기본적 욕구를 말입니다. 다만 우리는 영화의 아이들처럼 관계에 서툴뿐입니다.


이 영화는 성장하는 여자 아이들의 복잡 미묘한 정서 변화를 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현실에서는 소녀들의 심리를 이해하기 어렵다면 영화를 통해서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심리상담사로서 한 때는 소녀였지만 소녀를 이해하지 못하는 여자 어른들 그리고 여자를 이해하지 못하는 남자들이 보면 좋겠습니다.


영화 '우리들'을 보고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지고 만나고 싶어진 윤가은 감독 GV를 못가는 아쉬움을 남기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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