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교양 수업 - 내게 불공정하게 적용될 수 있는 인공지능 상상하기
2027년. 인공지능이 탑재된 로봇이 기존에 인간이 하던 일을 대신하는 장면은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카페와 식당에도 점차 사람을 대신하는 로봇 바리스타, 로봇 요리사, 로봇 배식원 및 홀 서버가 늘어나며 무인 매장도 많아지는 추세다.
점심시간이 되어 친구와 함께 학교 앞 새로 오픈한 무인 식당에 들어섰다. 입구 센서를 지나치자, 자동으로 인원을 파악한 기계에서 안내 음성이 흘러나왔다.
“반갑습니다. 2인석 착석 후 테이블에 설치된 키오스크에서 주문 부탁드립니다.”
음성이 시키는 대로 2인석에 자리 잡은 나와 친구는 테이블마다 개별 설치된 키오스크를 통해 메뉴를 훑었다. 짭짤한 국물 요리가 먹고 싶었던 나는 순두부찌개를 장바구니에 담았다. 그걸 지켜보던 친구는 자기 것도 하나 추가해달라고 한다.
“너도 순두부찌개 먹게?”
“응. 오랜만에 순두부찌개 당긴다.”
순두부찌개 2개를 주문했다. 얼마지 않아 로봇 서버가 음식이 담긴 쟁반을 들고 이쪽으로 왔다. 로봇은 나와 친구의 앞에 밥, 찌개, 반찬이 정갈하게 담긴 쟁반을 각각 내려놓았다.
“맛있게 드세요.”
상냥한 안내 음성을 뱉고 로봇은 유유히 자리를 떠났다. 날마다 발전하는 현대 기술에 감탄하면서도,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내가 하던 일을 로봇이 대신하게 됐다는 사실에 기분이 묘해졌다. 감상에 빠져 있는 것도 잠시, 나는 앞에 놓인 식사가 이상하다는 걸 눈치챈다. 제공된 음식량이 푸다 만 것처럼 적다. 밥은 밥공기의 절반 정도 차 있고, 찌개는 뚝배기 중간 높이에도 못 미친다. 반찬은 역시 시식용처럼 조금씩 담겨있다.
“뭐야, 이거 양 너무 적지 않아?”
“그래? 난 괜찮은 거 같은데.”
문득 친구 앞에 놓인 쟁반을 본다. 밥공기는 가득 차 있고, 보글거리는 찌개는 뚝배기를 넘칠 동 말 동 한다. 반찬 역시 내 것에 비해 확연하게 양이 많다. 미니 김치전의 개수는 무려 두 개나 차이 난다.
당황스러움과 분노가 동시에 일어났다. 당장 따지고 싶어 주변을 두리번거렸으나, 로봇 몇 대가 일하고 있을 뿐 인간 근무자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다. 키오스크 화면에서 문의하기 버튼을 누른다. 곧바로 차분한 목소리의 안내 음성이 나온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저랑 친구랑 똑같은 메뉴를 시켰는데, 제공된 음식의 양이 너무 차이 나요. 어떻게 된 거죠?”
키오스크 화면에 “문의 내용을 처리 중이니 잠시만 기다려주세요”라는 안내 메시지가 표시되었다. 잠시 후 다시 안내 음성이 나왔다.
“저희 매장에서는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고객님 한 분 한 분께 알맞은 양의 음식을 제공하는 시스템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그제야 식당 곳곳에 붙은 안내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환경 보호를 위해 음식물 쓰레기 감축 첨단 시스템 도입」, 「식량 위기 도래, 음식을 남기지 말자」 등의 표어에서 음식물 쓰레기를 최소화하고자 하는 사업주의 의지를 엿볼 수 있었다. 정부 차원에서도 요식업계에서 발생하는 음식물 쓰레기를 감축하기 위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는 뉴스를 언뜻 본 것 같다. 하지만・・・・・・.
“저는 이것보다 훨씬 더 많이 먹는데요?”
“저희는 방문해 주시는 고객님의 식별 가능한 정보를 바탕으로, 고객님과 비슷한 정보값을 지닌 표본 집단의 식사량 데이터를 분석하여 그에 맞는 식사량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저의 무슨 정보를 식별했는데요?”
“신장과 체형, 생물학적 성별 등 고객님의 외형 정보가 그에 해당합니다.”
친구와 나는 동시에 눈을 마주쳤다. 맞은 편에 앉은 친구는 체구가 큰 남자다. 그러니까 그 말인즉슨, 내 밥이 친구보다 적게 제공 된 이유는 내가 여자이고 키가 작고 마른 외형적 특성이 있어서라는 것이다.
“하지만 저는 이 친구랑 비슷한 양을 먹는데요. 좀 더 주시면 안 될까요?”
“번거로우시겠지만, 제공 된 음식을 모두 드신 후 추가 요청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는 것은 환경 보호에 도움이 됩니다. 협조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라는 말을 남기고 문의는 멋대로 종료되었다. 뭐야, 이거? 속에서 울컥 짜증이 치밀었지만, 학습된 방식과 절차대로 주어진 임무를 수행할 뿐인 기계에 화를 내 봤자 소용없다. 맞은편 친구는 어쩐지 미안한 표정을 하고 있다. 나는 한숨을 푹 쉬었다.
“하는 수 없지, 뭐. 일단 먹자. 다 먹고 더 달라고 할게.”
접시에 콩알만큼 담긴 무말랭이를 한 젓가락에 휘감아 밥과 함께 입에 넣고 뿌득뿌득 씹었다. 생각해 보면 이런 불편을 겪는 건 처음이 아니었다. 체구가 작은 나는 종종 입이 짧을 거라는 오해를 사곤 했다. 식당에 가서 밑반찬이라든지 무엇이든 더 달라고 하면, 일단 준 거나 다 먹고 말하란다. 혼자 다닐 때야 그러려니 하고 말았지만, 나와는 체구가 차이 나는 사람, 특히 남성과 같이 식사하면서 그들의 음식은 애초에 내 것보다 많이 제공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음식을 더 달라는 그들의 요구 역시, 비록 그릇을 비우기 전이라 할지라도 식당 측이 순순히 응하는 모습을 자주 목도했다.
물론 환경 보호를 위해 음식물 쓰레기를 감축하자는 의견에는 적극 동의하며 대단히 환영한다. 주어진 데이터를 분석하여 각 고객에게 맞는 배식량을 빠르게 판단하고 제공하는 인공지능은 분명 음식물 쓰레기 감축에 기여할 것이다. 그렇지만, 내가 내 입으로 많이 먹는다잖아! 고객의 외형 및 생물학적 성별이라는 지극히 지엽적인 특성만을 가지고 배식량을 일률적으로 정해주는 게 공평한 걸까? 다 먹고서 추가 요청하면 될 일이라지만, 그럼에도, 왜 내가 체구가 작은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매번 이런 번거로움을 겪어야 하느냐 말이다. 이러한 문제가 발생하는 원인은 인공지능의 결함이라기보단 인간이 학습시킨 편향된 데이터 때문일 것이다.
또한 같은 돈을 내고서 전혀 다른 양의 음식을 받게 된다면 그것을 과연 공평하다고 할 수 있을지, 따위의 생각을 하며 반찬 세 접시를 연달아 비웠다. 입속의 음식물을 잘근잘근 씹어 삼킨 후 암팡지게 키오스크의 문의하기 버튼을 누른다.
“여기 반찬 더 주세요!”
2025.3.23. 대학 입학 첫 학기에 수강한 인공지능 교양 수업 에세이 과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