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돌려막기
일기의 헌정
세탁소에 옷을 맡길 때 두 가지 사실과 마주한다.
첫째, 내 얼굴은 유전자의 농간으로 동네에서 아버지란 사람이 누군지 단번에 알 수 있게 빚어져있다는 것.
둘째, 아버지는 대외적으로 본인의 이름보다 첫째 자식의 이름을 사용해 ‘땡땡’이 아빠로 불린다는 것.
아버진 세탁소에 누나의 이름으로 본인의 옷을 맡기고 있었고 여기서부터 재미있는 연상법이 만들어진다.
처음갔지만 내 세탁물을 받아 든 세탁소 주인은 먼저 내 얼굴을 천천히 훑어보고, 묻지도 않고 나의 누나 이름을 장부에 치덕이며 적는다.
아버지를 닮은 내 얼굴을 보고, 누나 이름으로 옷을 맡기던 아버지를 떠올리고, 누나 이름으로 기록을 하는 것이다.
결국 내가 세탁소에 들어가 내 이름으로 맡기기 전에 다른 이름으로 적히는 사고의 과정이 단 몇 초 만에 자동으로 끝난다.
뭐 대수랴, 이름 하나로 한 가족이 자동 얼굴 스캔 되어 정리되는 사실이 재밌다.
괜히 내 이름을 잃어 허기진 것 같기도 하지만 별거 없다.
이름을 잃어버린 '무명'의 청년, 본인의 이름이 가족의 대명사로 쓰이는지 모르는 그 시대 상경해 동네에 살지도 않는 누나, 가족은 이렇게 시답잖게 엮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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