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두 살, 일주일 동안 가출하다

우리에게 쉼이란 무엇일까, 일탈일까

by 돌멩이

5월 무렵 모든 일들이 버거워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나는 여름휴가계획을 짜기 시작한다

나에겐 긴 쉼이 필요하다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주말은 너무 짧았다

그렇게 나는 일주일 동안

나의 쉼터가 되어줄 곳을 찾았다


그곳은 바로 동해 묵호항

숙박어플에서 보이는 집이 오래되보이기는 했지만

나무집에서 느껴지는 따스함이 있었다

요즘 유행하는 인테리어도 아닌

투박한 옛 집이었지만 바다가 보이고

조금 외딴 것이 내 마음에 쏙 들었다


사실 일주일을 지내면서 나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많이 가지겠다 다짐했다

또 책을 읽으며 여유로운 마음을 가져야겠다 생각했다

그런데 정작 그런 시간은 없었고

오히려 멍하니 바다를 바라보거나

파도소리에 집중해서

시간이 훌쩍 지나버리는 일이 부지기수였다


생각해 보면 나는 쉬러 간 건데 왜 할 일을 만들었을까

결국 아무것도 하지 않고 정말 말 그대로 쉬다 왔다

하루는 관광객처럼 구경도 하고

하루는 숙취에 몸져누웠다가

느지막이 노을 보러 나가고

또 하루는 등대에 가서 산책하며

마을 사람이 되어 보기도 했다

그러고 나니 어느새 일주일이 지나버렸네


이리하여 나의 여름방학 여행기가 끝났다

참 이렇게 놀아본 것도 오랜만이고,

집을 일주일이나 비워본 것도 오랜만인 것 같다


바깥을 여행하면서 많은 것을 보고 듣고

생각하고 깨닫고 느끼게 된 나

이렇게 한층 성장하는 내가 되지 않았나 싶다


돌멩이는 혼자 여행하는 걸 무서워하지만 좋아하고

사람을 좋아하지만 무서워하고

물을 좋아하지만 무서워한다

참 역설적인데 사실이 그러하다


뭐든지 어느 정도의 선이 정해져 있는 듯하다


어디선가 보았는데 내 성향이 그렇다고 했다

사람들과의 관계에 있어서

보이지 않는 선이 있다고 했다

그 선 안에 들어올 수 있는 사람들은 정말 한정적이며

허락되지 않는 사람이 선을 넘으면 강퇴라 했다

갸우뚱하면서도 맞는 말인 것 같아 끄덕이게 된다


나에게도 선이 있듯이 타인에게도 있을 텐데

나는 그 선을 넘었는가 넘을 수 있는가

넘으려 하지 않는가

생각해 보는 밤이다


그리고 나에게 있어서 쉼은 무엇인가 다시 한번 고민해 보게 되는 순간이다


왜냐면 난 만족하지 못했으니까


올해까지만 이 일을 하고 마무리하려 한다

마무리하기 전 또 힘들어지면 나는 또 숨으련다

이번엔 사람들이 아주 북적이는 곳으로 숨어봐야겠다

마치 숨바꼭질하듯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