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가는 길에도 편지가 있을까(기대 중)

님아 나를 과거로 데려가주세요.

by 돌멩이


나는 책 편식이 참 심한 아이였다. 영유아시절은 기억나지 않지만 내가 도서관을 자발적으로 들락날락하던 초등학교 때부터였다. 그땐 약간의 놀이터, 쉼터처럼 방과 후 수업을 기다리고 친구들을 기다리던 장소였는데 그렇게 다니다 보니 당연스레 도서관은 편한 장소였다. 지금도 마찬가지로 도서관만 가면 마음이 참 편하다.


나는 주로 소설책을 선호하는 편이다. 옛날부터 그랬다. 상상 속 이야기가 현실에 일어난 것 마냥 벌어지는 그런 소설이 정말 재밌었다. 언니가 만화책방에 다니면서 빌려오는 만화책보다 난 소설책이 더 재밌었다.(귀여니 다들 아시려나..) 10대 때는 퇴마록으로 시작해 시리즈 판타지물에 빠졌다가 고등학교를 진학하며 기욤뮈소를 알게 되었다.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가 아마 첫 번째 책이었던 것 같다. 그러다 대학생이 되며 ‘종이여자’를 읽게 되고 종이여자를 시작으로 매년 책이 출판되는 날을 기다렸다가 책을 구매했다. (생각해 보니 작년에는 책이 나오지 않았다. 매년 12월 말쯤 출판소식이 들렸는데 아쉽다. 많이 바쁘신가요 기욤뮈소 님..)


아주 가끔은 에세이나 시집도 읽었는데 에세이는 다른 사람의 인생, 삶을 엿보는 것 같아 싫었다. 일부러 들려주는 건지도 모르고. 시집은 기분이 울적할 때 일부러 찾아봤다. 감정이입도 하고 마음도 달래주려고.


그때 읽은 시였을까, 폴더폰으로 책을 읽다 찍은 이 시 구절의 사진은 2-3년 주기로 핸드폰을 바꾸면서도 계속 옮기다 어느샌가 사라졌지만 그 내용은 어렴풋이 기억에 남는다. 나도 시를 외울 줄 아는 사람이면 좋으련만.


그 시의 내용은 이러하다.

내가 가는 길 어딘가에 나를 사랑하는 님이 쪽지를 두었다. 내가 이 길로 지나갈 줄 알고. 나는 그 님을 그리워하며 글을 남긴다.

이 시의 주인님과 제목을 아실 것 같은 분은 알려주시면 정말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이 시를 떠올리며 든 생각이지만 참 드라마 같다. 제3자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것만 같은 이야기이다. 나를 사랑하는 님이 나를 위해 편지를 쓰는 장면도 본 것 같고, 내가 발견했을 때 얼마나 좋아할까 생각하며 정성스레 장소를 찾아 두는 모습도 보이는 것 같고, 또 그 길을 내가 걸어가며 두리번거리는 모습도 보이는 것만 같다.


나를 사랑하는 님아 편지는 준비가 되셨나요?

이러한 일이 실제로 일어난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지만 30대를 넘기는 이 시점에 ‘이것은 글이요, 나는 현실에 있다’라고 이야기한다. 저 시를 읽던 10대의 나는 미래의 연애를 떠올리며 참 많이도 설레었는데, 20대의 나는 미래의 남편을 떠올렸는데 지금의 나는 사실 남 이야기처럼 멀리서 바라보는 듯하다. 나의 현실에서 일어난다는 상상을 펼쳐도 아직은 아닌 것 같다.


학교를 다니며 문학공부를 할 때 바로 글을 읽어보는 것과 화자가 처한 상황을 알고 글을 읽고 비교하는 문제가 꽤 있었던 것 같다. 그때의 나는 화자의 입장을 고려하기는 하지만 단순히 문제를 풀기 위함이었지 그 글을 온전히 받아들이려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나였으면 마음이 찢어졌을 것 같아.’, ‘어유, 저걸 왜 참아. 뒤집어엎어야지!’ 하며 제대로 공감하며 과하게 감정이입을 하며 읽는다.


지금까지 지나가버린 시간이 이 글의 주인인 나, 화자에게 어떤 배경이 되었을까?(3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