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네가 참아

참는 자에게 복이 오나

by 돌멩이

공공장소에서의 예절을 모르는 사람은 억덕케 해야 하죠


운동을 마치고 집에 오는 버스, 40분은 타고 와야 했다. 하필 이어폰도 안 가져왔지만 그래, 글을 적는데 더 집중할 수 있을 거야 라는 긍정적인 생각은 5분 아니 1분도 안돼서 깨졌다. 바로 앞에 앉은 아저씨가 정확히 내리기 전까지 총 3분에게 전화를 돌리시더라.

나는 내 의지와 상관없이 술을 어디서 드셨는지도 아저씨가 전화를 한 지인들과 학교를 다니며 알게 된 관계인 것도, 아저씨가 참 좋아하는 유형의 사람인 것도, 7월 20일에 여행계획을 잡으신 것도 모두 알아버렸다. 그 요즘 버스에는 운전기사님들이 시끄러우면 녹음된 방송으로 “띵동, 시내버스에서는 주변 사람과 조용히...” 뭐 이런 방송을 틀어주시던데 우리 기사님도 나와 같은 고민이셨을까?


평화롭게 집에 가고 싶었던 나에게 큰 난제가 주어졌다. 내가 친구에게 이 상황을 말하며 “성질 좀 부려볼까? ”라고 말했을 때 모두들 “그냥 네가 참아”라고 했다.


과연 말했을까 안 했을까?


난 말하지 않았다. 사실 못했다. 허허.. 나는 가끔 생각 없이 욱하기도 하는데 그건 100번, 1000번 참을 것도 없다고 생각이 들 때, 그 생각이 드는 순간 들이받아버린다. 하지만 무슨 말을 할지 100번 1000번 그 이후에 상황까지 생각해 볼 법하고 그 상황을 시뮬레이션했을 때 자신이 없다면 역시 참는 게 좋겠다.

그 상상하는 이야기는 정말 나중에 생각해도 재밌는데, 내가 “아저씨, 통화목소리가 너무 커요”라고 얘기했을 때 긍정적인 상황은 “어이쿠, 죄송합니다. 전화 끊을게!” 하고 조용히 가시는 게 가장 베스트!(엄지 척) 또는 반응이 없는 아저씨를 향해 다른 사람들이 한 마디씩 거드는 거다. “너무 시끄러워요” “어른이 말이야, 버스 예절을 지켜야지” 등..! 또 상상해 본 부정적인 상황은 “.....” 반응이 없는 거다. 아무도. 그럼 난 자리를 옮겨야 하나? 아니면 또 이런 상황도 있을 수 있다. 기분이 몹시 나빠진 아저씨가 내가 내리는 곳에서 같이 내려 한바탕 나한테 분풀이를 하는 상상을 해보았다. 으으으 물론 그 상황에서의 나도 참지는 않겠지만 이렇게 여러 상상을 하다 보니 내가 내리는 곳 전정류장에서 그 아저씨가 내렸다. “어유, 나 버스 내려야 하니까 나중에 전화해~”


나는 내가 참는 걸 잘한다고 생각한다.


참는 걸 잘하게 된 이유를 생각해 보고 의미를 부여해 보았다. (내 생각주머니는 참 열심히 쉴 틈 없이 일하는 것 같다) 일단 기본적인 성격 자체가 좀 참는 게 있는 것 같다. 그리고 나는 세 자매 중 둘째, 대한민국 둘째들 모두 모여라~ 우리 집 첫째와 셋째는 사춘기가 오지 않았다. 나만 아주 세게 왔는데 난 그 이유를 둘째였기 때문에 라고 말한다. 또 후천적인 이유로 사회생활과 아이들과 함께 지내는 일을 하다 보니 한 번씩 마음을 쓸어내리며 참는다.


근데 성격은 왜 이렇게 급한 걸까? 급해서 더 참아야 되나. 어렵다 어려워. 요즘 내 삶은 마치 우리 집 강아지 응가하는 것을 기다려주는 것과 같달까. 배변판을 한 다섯 바퀴를 돌아야 응가를 하는 우리 집 애물단지. 그 모습마저 사랑스럽기에 지켜본다. 내 삶도 스스로 좀 더 사랑스럽게 봐주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