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 인생 최고 몸무게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

by 맏초이

체중계는 올라가지 않았다. 그래도 안다. 매일 오가던 계단을 올랐을 뿐인데, 작년 이맘때쯤 입었던 바지인데, 모두 헉 소리가 난다. 예상은 했었지만, 아 정말 심각하다. 첫 세례를 받은 이후 줄곧 함께하던 묵주반지를 못 끼게 된 것도 몇 달 전 일이다. 살이 찌기 전에도 전날 저녁 물을 많이 마셨거나(과음이거나) 하루 종일 염분이 많은 음식을 먹으면 반지가 꽉 끼어서 손을 쥐고 펴기가 힘들어졌고, 자연히 반지를 빼야 하는 경우가 있었다. 하지만 이번 경우는 다르다. 물을 많이 마시지 않았고 염분이 많은 음식을 먹지 않았는데 무엇을 어떻게 해서도 반지를 낄 수조차 없었다. 갈 곳 잃은 반지는 언젠가 제자리에 끼워지기를 바라며 가방 앞주머니에 고이 자리해 두었다. 제자리에 자리할 날을 기다리며...


패피를 떠나 나태해 보이지 않기 위해 월화수목금토일 다른 옷을 입어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살이 찌고 보니 비슷한 모양의 색깔만 다른 교복을 입게 되었다. 슬프다. 더 슬픈 건 바지인데 단벌신사다. 세탁기에 들어가야지만 다른 치마를 한 번 입을까 말까. 빛이 바랜 바지를 입고 주야장천 돌아다니는 것이다. 나에게 있어 바지는 특히나 구매하기 힘든 옷이다. 키는 작고 무릎 위부터 가슴 밑으로 모든 살들이 속칭 '몰빵'되어서인지 그런 모양의 바지를 웬만해서는 구매하기가 힘들다. W 모양이랄까. 흰색 T셔츠에 !! 요런 라인의 청바지 입는 것이 어려서부터 로망이었다. 아! 이제 와서 하는 얘기지만 지금처럼 비만이 아닌 것이지 어려서부터 마르지는 않았다. 뚱보 유전자는 언제나 함께였고 다이어트와 폭식을 반복하는 요요의 삶을 30여 년간 살았다. 어느 날 누군가는 약속 장소에 왜 이리 후줄근하게 혹은 추레하게 나왔냐고 했다. 그건 모두 다 내 탓이오. 맛있고 없고를 떠나 양껏 먹은 내 탓이었다. 나에게는 다이어트하고 난 통통한 몸상태의 옷과 요요가 왔을 때의 옷이 있는데, 지금은 그 무엇도 입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렇다고 이지경까지 온 몸뚱이의 옷을 사고 싶지는 않아서 다이어트를 미루듯 옷 구매마저 미루게 됐다. 경제적으로 보자면 옷 쇼핑으로 지출할 돈이 굳었으나 온통 음식에 쏟아부으니 모든 게 불어만가는 이 악순환의 고리를 이제는 끊어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마지막 승부를 시작한다!


이제 인생에 있어서 마지막 다이어트를 시작하기 위한 준비를 해보자. 우선 평생이 다이어트라는 그 흔해빠진 말을 기도문처럼 아침저녁으로 되새기며 허기를 때우려 한다. 이런 문구 하나 있어야 '초심을 잃지 말자!'와 같은 어찌 보면 각오를 상기하는 효과를 낼 수 있지 않겠는가. 그전에 해야 할 일들은 운동 계획을 짜야할 것이고, 식단을 짜고 그에 맞춰서 장을 봐 둬야 할 것이다. 그리고 진정으로 아끼는 음식으로 꾸려진 최후의 만찬 또한 준비해 둬야 한다. 벌써부터 설레는 것이 생각만으로도 의욕이 불타오르고 벌써 10kg은 감량한 듯하다. 지금 이 느낌을 간직하면서 다이어트 시작하는 날까지 그간의 기억들을 기록해놔야겠다.


D-DAY = 2021년 11월 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