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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이스 Aug 16. 2023

UX 라이팅의 이상한 일관성

낯선 서비스를 익숙하게 만드는 가장 쉬운 방법

혹시 UX 라이터는 아닌데, UX 라이팅을 업무로 하고 계신가요? 초기의 스타트업에서는 UX 라이팅 업무를 단독으로 하는 인력을 채용하기란 어려울 거예요. 그래서 대다수의 회사에서 PM, 서비스 기획자, UIUX 디자이너 혹은 마케터 등의 다양한 전문가분들이 UX 라이터를 겸하고 계실 거에요. 전문 인력이 없는 경우 사내에서 UX 라이팅 규칙을 세우기는 어렵겠지만, UX 라이팅을 위해 하나 꼭 지켜야 하는 1가지를 알려드릴게요!




서비스의 이상하지만 일관된 UX 라이팅


교정 교열을 업무를 하는 김정선 작가가 쓴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라는 책을 보면 이런 문장이 있어요. 


"모든 문장은 다 이상합니다. 모든 사람이 다 이상한 것처럼 말이죠. 제가 하는 일은 다만 그 이상한 문장들이 규칙적으로 일관되게 이상하도록 다듬는 것일 뿐, 그걸 정상으로 되돌리는 게 아닙니다."


저는 UX 라이팅 작업을 하면서 이 문장이 많이 와닿았었어요. 많은 스타트업은 세상의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존재해요. 그렇기 때문에 이전에는 없던 낯선 개념을 서비스에 도입하는 경우도 많아요. 낯선 것을 만들다 보면 종종 이상하게 받아들여지기도 해요. 스타트업의 낯섦을 처음부터 친숙하게 만들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그것이 어렵다면 초반에는 이상하지만 일관되게 용어를 다듬는 것이 중요해요.


용어의 일관성을 유지하는 가장 기본은 단어와 띄어쓰기에서 일관된 표현을 갖추는 것이에요. 띄어쓰기 여부에 따라 복합명사로 새로운 단어가 탄생할 수도 있고, 잘못된 의미를 전달하게 될 수도 있어요. 띄어쓰기를 맞추는 것이 대단한 것이 아닌 것 같지만, 라이팅이 심혈을 기울여서 작성하지 않으면 쉽게 실수하고 디테일을 놓치기 쉬워요.





UX 라이팅의 일관성을 지키기 위한 방법, 용어집 제작


일반적인 단어라면 국립국어원 표준 맞춤법을 따르면 되지만, 서비스 내에서 자주 사용하여 서비스만의 복합명사로 만들거나 새로운 명사로 만들고자 하는 단어는 따로 사내의 UX 라이팅 용어집을 구축해서 정리해 두는 것이 좋아요. 그렇지 않으면 작업자마다 다르게 표현하여, 일관성을 잃고 표현이 이상해질 수 있어요.


저는 용어집 구축을 위해서 노션과 협업툴과 엑셀을 사용했어요. 제가 용어집을 작업하는 시점에는 이미 서비스 기획자분께서 와이어프레이밍 작업을 하시면서 UX 라이팅을 입력하신 후였어요. 그래서 용어를 체계화한 후 서비스에 적용할 수는 없었기에, 화면을 하나하나 확인하면서 엑셀에 서비스에서 사용되는 용어의 원형과 변형을 모두 수집했어요. 


원형이 각기 다른 표기 방식으로 기입되어 있다면, 기입되어 있는 수를 카운트해서 가급적 가장 많이 쓰인 표현법으로 통일하고자 했어요. 가장 많이 쓰인 표현으로 통일해도 의미를 명확하게 전달할 수 있고, 앞으로도 해당 용어로 계속 사용할 수 있겠다고 판단했고, 따라서 수정 횟수를 줄이기 위해서 해당 방식을 선택했어요. 만약 가장 많이 쓰인 단어가 의미의 명확성과 사용 지속성이 떨어진다면, 수정을 많이 하더라도 명확성과 지속성을 지킬 수 있는 단어로 수정하는 것이 좋아요.


수집한 단어 중 기본 용어를 선정한 후 해당 용어를 노션에 정리하여 용어집을 만들었어요. 기본 단어와 단어의 의미를 정리했고, 필요한 경우 토글로 용법과 반의어, 변형을 모두 정리해 두었어요. 해당 용어집을 사내에 공유해서 모두가 동일한 용어를 사용할 수 있도록 독려했고, 서비스 내에서의 UX 라이팅뿐만 아니라, 이용 가이드 문서, 마케팅 문구 등에서도 용어의 일관성을 지키기 위해 용어집을 기반으로 검수 작업을 진행하려고 노력했어요.




UX 라이팅의 일관성이 중요한 이유


브랜딩에서 중요한 것은 고객에게 일관된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에요. 브랜드의 성향에 맞춰 특정 고객군을 세부 타겟으로 설정하여, 해당 고객군에 브랜드의 일관된 이미지를 제공하면, 해당 고객군은 브랜드의 팬이 될 확률이 높아져요. 우리는 이것을 팬덤마케팅이라고도 부르고 있죠.


플랫폼에서 쓰이는 UX 라이팅도 마찬가지예요. 1개의 플랫폼에서 1개의 용어에 관해서 1개의 통일된 표현을 사용한다면, 설령 그 용어와 표현이 이상하더라도 일관된 UX, 유저경험을 제공할 수 있어요. 그리고 이러한 이상하지만 일관된 용어가 유저에게 반복해서 노출된다면, 유저는 해당 용어를 플랫폼만의 용어로 받아들일 수 있게 돼요. 플랫폼을 사용하면서 해당 용어에 점차 스며들었기 때문이죠.


브랜딩과 마찬가지로 유저가 낯설었던 용어와 익숙해지면 어느새 서비스의 팬이 되어있을 거예요. 그러니, 라이팅에서 이상하더라도 일관된 이상함을 지키다 보면, 언젠가는 이상함으로 받아들여지던 것이 이상하지 않은 순간이 올 거예요. 여러분의 서비스도 지금은 낯선 것이더라도, 꾸준한 일관성을 통해 사람들의 익숙함에 안착하기를 바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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