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다른 사람 앞에서 내 아이를 치켜세우시나요? 다소 낮춰 말씀하시나요? 저는 후자에 속하는 것 같습니다. 내 아이에 대한 칭찬에 같이 맞장구를 칠 때도 있지만, 아니라며 손사래를 치는 경우가 더 많은 것 같아요. 제 나름대로는 겸손의 의미였던 것 같은데 그게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최근 깨달았습니다.
"언니, 왜 그래요. 우리 OO이가 얼마나 예쁜데. 아직 아기인데. 이렇게 예쁜 아기를!"
며칠 전 오랜만에 만난 시누이가 저희 큰애를 앞에 두고 아이에 대해 칭찬 섞인 말을 했어요. 그러자 저는 황급히 손사래를 치며 아니라고 대답했죠. 오히려 험담까지 하면서요. 그것도 아이 면전에서. 저는 아차 싶었지만, 이미 물은 엎질러진 상황이었어요.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는 왜 아이의 칭찬에 인색한 것일까?
저는 아이의 심리에 대해, 칭찬의 이론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무지한 엄마예요. 하지만 저의 그런 행동이 아이에게 전혀 도움이 안 될 거라는, 오히려 상처가 될 수 있다는 건 쉽게 깨달아지더라고요. 자신을 가장 믿고 지지해 줘야 할 부모가 남들 앞에서 자신을 깔아뭉갠다면, 아이이는 좌절과 배신감을 느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기억을 되짚어 보자 그런 제 모습 뒤에는 저희 친정 아빠가 계셨어요. 가족밖에 모르는 성실한 가장이셨지만, 유독 자식을 칭찬하는 것에만큼은 아빠는 참 인색하셨죠. 그래서 친척들이 저를 좋게 말할 때면 아빠는 늘 아니라고 반대로 말씀하시곤 했어요. 어린 마음에도 참 속상하고 서운했던 기억이 납니다. '아빠는 왜 나를 칭찬하지 않는 걸까? 나를 싫어하나?'
하지만 성인이 되고, 저 역시 부모가 되고 생각해 보니 아빠의 그런 행동은 나름대로 겸손의 의미였던 것 같아요. 우리나라는 자식 자랑을 팔불출로 여기는 문화니까요. 그런 생각에서 자유롭지 못한 아빠 역시 내 자식을 칭찬해 준 상대방을 배려하고 체면을 지키느라 그런 반응을 선택한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내가 부모가 되면 저렇게 하지 말아야지' 같은 비장한 각오까진 없었지만, 그런 상황에서 제 기분이 결코 유쾌하지 않았기에 제가 제 아이에게 똑같이 할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어요. 하지만 어느 순간 깨달았죠. 저도 제 아이에게 똑같이 하고 있다는걸. 시누이와 대화에서 제가 그런 경향이 있다는 걸 좀 더 확실히 알게 됐고요.
그러고 보니 저는 남 앞에서 제 아이를 좋게 말해본 적이 거의 없더라고요. 남들이 칭찬해도 늘 반대로 말하기에 급급했고 그게 미덕이요, 겸손인 줄 알았습니다. 저희 아빠가 그랬던 것처럼요.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 제 아이의 마음은 어땠을까 생각해 보니 참 씁쓸했을 것 같아요. 아직 어려서 말은 안 했지만 얼마나 속상했을까요?
그래서 저는 이제부터라도 아이를 치켜세우고 칭찬하는 연습을 해보려 합니다. 다른 사람이 아이를 앞에 두고 칭찬하면 저도 같이 맞장구를 치며 아이의 기를 살려주고요. 무엇이든 긍정적인 시선으로 아이를 바라보며, 아무리 내 자식이지만 결코 함부로 대하지 않겠노라 다짐해봅니다. 아이가 이 세상에서 가장 믿고 사랑하는 존재가 엄마인 만큼 그에 합당한 태도를 가져보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