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주하는 다음 의료-연장

1. 나를 냉동해 주세요.

by 최윤재

머릿속 암 치료가 불가능하다고 들었을 때, 킴 수 오지(Kim Suozzi)는 스물한 살이었습니다. 그녀는 교모세포종이라는 암이 더 망가뜨리기 전에 자신의 뇌를 냉동하겠다고 결정했습니다. 언젠가 기술이 발달된 미래에 치료를 받고 삶을 이어가겠다는 생각이었지요. 식음을 중단하여 죽음을 앞당겼습니다. 의료진이 공식적으로 사망을 선언하자마자, 냉동보존연구소 알코어(Alcor Life Extension Foundation)의 직원들이 그녀의 뇌를 분리했습니다. 이제 세상에 남은 그녀의 존재는 냉동된 뇌뿐입니다. 아버지는 이런 시술의 비용까지 대줄 여력이 없다고 했습니다. 그녀는 온라인 포럼 레딧(Reddit)에 글을 올려 모금을 했습니다. 나를 냉동해 주세요 (Freeze me, Reddit). 글과 함께 올라온 앳되고 서글픈 얼굴을 보면, 측은한 마음에 회의적인 시각과는 별개로 그녀의 소원이 이루어졌으면 하고 바라게 됩니다.


수오지의 이야기는 일간지 한 면을 다 차지하고 게재되었습니다(1). 신문에서 이런 기사를 대하고 격분한 신경과학자 한 분이, 이런 시술에 8만 달러나쓰는 것은 사기나 다름없다고 공개적으로 비난했습니다(2). 사람의 마음을 복제하려면 어떤 정보가 필요한지, 현재 사용하는 냉동 방법으로 이런 정보의 보존이 가능한지, 그리고 이렇게 복제한 결과가 정말로 실제 인물과 동일한 사람인지, 아직 아무것도 알 수 없다는 이유를 들었지요.


곧바로 일군의 과학자들이 반론을 제기했습니다. 기억과 행동, 한 사람의 정체성을 이해하는 것은 매우 복잡한 일이지만, 이해와 보존은 다른 문제라는 설명입니다. 예쁜 꼬마선충(Caenorhabditis elegans)은 길이가 1mm 밖에 되지 않는 작은 벌레지만, 과학자들의 총애를 한 몸에 받고 있습니다. 모든 유전자와 세포, 그리고 302개 신경세포의 연결망이 전부 규명되어 있는 데다, 내부를 관찰하기 쉽게 투명하기 때문입니다. 배양 접시에 수천 마리씩 기를 수 있고, 돌연변이체를 발견하기도 쉽습니다. 실험동물로 최적이지요. 이 벌레를 초저온에 냉동 보관 시켰다가 소생시켰을 때, 냉동 전에 습득한 학습을 기억했습니다. 냉동 보관한 토끼의 뇌 조직에서도 기억이 유지되었습니다. 반론을 제시한 학자들은 이런 사실을 근거로, 아직 의식을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한다고 해서 의식의 냉동 보존에 대한 토론을 중단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습니다(3).

냉동 인간은 1962년 로버트 에틴거(Robert Ettinger)가 처음으로 제시한 개념이지만(4), 냉동의 효과는 그보다 오래전부터 관심을 받았습니다. 영국의 철학자 프란시스 베이컨(Francis Bacon)은 죽은 닭의 뱃속에 눈을 채워 넣고 회복되는지 관찰했습니다. 프랑스 황제 나폴레옹(Napoleon) 군대의 군의관들도 불가에서 발견된 경우보다 차가운 땅바닥에 방치된 부상병의 회복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습니다.

2011년 학술지에 발표된 일본 여성의 사례는 놀랍습니다. 30세의 이 여성은 약물 과다 복용 후에 야외에서 쓰러져 밤새 추위에 노출되었고, 체온이 20℃까지 떨어진 상태로 발견되었습니다. 발견될 당시에 심폐정지가 6시간이 넘어 ‘사망’ 상태였습니다. 체온이 정상으로 올라갈 때까지는 죽은 사람이 아니다. 응급실 기본 수칙 중 하나입니다. 극도의 저체온에서는 심장 박동이나 혈압을 감지할 수 없기 때문이지요. 그녀는 16시간에 걸친 소생술 후에 삶으로 돌아왔고, 뇌손상 없이 회복되었습니다(5).


의료 역사에서 가장 낮은 체온으로 생존한 사람은 안나 보겐홀름(Anna Bågenholm)이라고 추정합니다. 29세 수련의 보겐홀름은 노르웨이 산악지대에서 스키를 타다 얼음 구멍 아래 물에 빠졌습니다. 심장 박동이 적어도 두 시간 이상 멈춘 상태에서 병원으로 이송되었습니다. 도착했을 때 심부 체온이 13.7℃로, 어떤 생존 환자의 기록보다도 낮은 온도였습니다. 암울한 예후에도 불구하고 의료진은 분투했고, 긴 시간 동안 갖가지 난관을 극복한 끝에 보겐홀름은 다시 스키를 탈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자신을 살려낸 병원의 영상의학과 전문의가 되었습니다(6). 운동 기능과 인지 기능이 모두 정상이 되었다는 말이지요.

심장마비로 쓰러진 사람에게 마사지를 하는 장면은 일반인들에게도 익숙합니다. 박동이 멈춘 심장 대신 몸 바깥에서 누르는 힘으로 혈액 순환을 유지하려는 노력입니다. 혈액 순환이 멈추어 뇌로 가는 산소 공급이 중단되면, 몇 분 안에 영구적인 손상이 올 수 있습니다. 분초를 다투며 달려들어 가능한 한 빨리 마사지를 시작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그렇다면 일본 여성이나 보겐홀름은 어떻게 뇌 손상이 없이 회복되었을까요. 체온이 내려가면 신체의 대사율이 떨어집니다. 조직이 망가지는 속도도 늦춰지지요. 얼음물에 빠지면서 체온 저하와 함께 뇌 조직의 대사도 급격히 떨어져 손상을 피하게 된 것입니다. 수술을 할 때에도 이런 기전을 이용합니다. 심장 수술을 하려면 혈액 순환을 멈추어야 합니다. 뇌손상을 막으려면 5분 안에 수술을 끝내야 하지만 그럴 방법은 없으니, 환자의 체온을 떨어뜨려서 수술 시간을 확보합니다.

에틴거가 책에서 제시한 개념도 이와 다르지 않습니다. 숨이 멎고 심장이 멈춘 직후에 초저온으로 신체를 보존하면, 뇌 손상과 시신의 부패를 막을 수 있다는 것이지요. 이렇게 보존한 몸을 기술이 발달한 미래에 해동하여 노화 과정을 역행시키면, 젊은 몸으로 영생이 누릴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에틴거는 대학에서 수학과 물리를 가르쳤지만, 의사도 생물학자도 아닙니다. 인간을 냉동시켜 죽음을 넘어선다는 개념은 순전히 그의 머리에서 나온 생각입니다. 사이비 과학자로 취급되어 비웃음을 사기도 했지요. 그러나 1960년대에 이미 마인드 업로딩(mind uploading)의 개념을 제시할 만큼 나름의 논리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 이론대로 킴 수오지의 바람이 현실이 될 수 있을까요.


21세기에 들어서 인간의 뇌에 대한 관심은 크게 높아졌습니다. 2013년 유럽에서는 인간 뇌 연구계획 (Human Brain Project, HBP)이, 미국에서는 혁신적 신경기술을 이용한 뇌 연구계획 (Brain Research through Advancing Innovative Neurotechnologies, BRAIN initiative)이 발표되고 막대한 연구비가 투입되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겨우 시작일 뿐이지요. 예쁜 꼬마선충의 뇌는 불과 302개의 신경세포로 이루어지며, 그 신경세포들 사이를 8000개의 시냅스가 연결하고 있습니다. 이 벌레의 신경세포 연결망(커넥톰, connectome)을 완전히 밝힌 연구(7)는 ‘기적과 같은 위업’이라는 찬사를 받았습니다. 사람의 뇌에는 1000억 개의 신경세포가 있고 각각의 사이에 100조 개가 되는 시냅스가 있습니다(8). 사람의 커넥톰을 모두 밝히겠다는 야심 찬 계획이 완성되려면 기적이 몇 번 일어나야 할까요. 2000년 6월, 다국적 공공 컨소시엄 인간유전체계획 (human genome project, HGP)의 프랜시스콜린스(Francis Collins)는 민간기업 셀레라 지노믹스(Celera Genomics)의 크레이그 벤터(Craig Venter)와 공동으로 HGP 초안을 발표했습니다. HGP가 2001년 한 사람 유전체의 일부, 2003년 전체를 해독하는 데 들어간 비용이 거의 27억 달러에 달했습니다. 프랜시스 콜린스 박사는 초안을 발표하며 신의 언어(the language of god)를 이해했다고 했습니다. 프린스턴 대학의 승 현준 교수는 커넥톰에 비하면 게놈은 아이들 장난에 불과하다고 말합니다(9).


킴 수오지의 뇌가 언제 어떻게 인식의 주체로 되돌아와서 동일한 사람의 자의식을 이어갈 수 있을지, 현재로서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습니다. 알코어 재단관계자들도 냉각 보존된 시신을 되살릴 기술이 영영 개발되지 않을 가능성을 인정합니다(10). 다행히 해동하여 원상 복귀에 성공하고, 뇌에 담긴 뉴런과시냅스를 전부 업로드하여 시뮬레이션(simulation)한다면 그녀의 삶이 이어질까요. 통합정보이론(Integrated Information Theory, IIT)을 창시한 줄리오 토노니(Giulio Tononi)는 주관적인 경험을 하지 못하는 의식 없는 좀비를 만들 뿐이라 불멸을 추구해 스스로를 업로드한다면 실망할 것이라고 경고합니다(8, 11). 더구나 수오지의 뇌에는 암 조직이 남아있습니다. 교모세포종은 빠르게 주변 조직으로 침투하며 자라납니다. 그녀의 결정은 무모한 도박이나 다름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암으로 죽어가는 스물한 살의 학생이 더 살고 싶어 하는 마음을 어떻게 비난할 수 있을까요. 그녀가 바란 것은 보통 사람들이 누리는 건강과 수명이었습니다.

에틴거의 경우는 다릅니다. 92세에 생을 마감하면서 아들의 도움으로 냉동고에 들어갔습니다. 냉동고에는 먼저 세상을 떠난 어머니와 부인이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그의 말이 맞다면, 언젠가 다시 깨어나 젊음을 회복하고 영원히 살게 되겠지요. 건강과 평균 수명을 넘어 불로와 영생을 바라는 것입니다.


1. Harmon A. A hope to transcend death via cryonics. New York Times. Sep 12, 2015.

2. Hendricks M. The false science of cryonics. MIT technology review. Sep 15, 2015.

3. Crippen DW, Risco R, Vita-More N. The science surrounding cryonics. MIT technology review. Oct 19, 2015.

4. Ettinger R. 냉동인간: 김영사; 2011.

5. Hagiwara S, Yamada T, Furukawa K, Ishihara K, Nakamura T, Ohyama Y, et al. Survival after 385 min of cardiopulmonary resuscitation with extracorporeal membrane oxygenation and rewarming with haemodialysis for hypothermic cardiac arrest. Resuscitation. 2011;82(6):790-1.

6. Fong K. 생존의 한계: 어크로스; 2014.

7. White JG, Southgate E, Thomson JN, Brenner S. The structure of the nervous system of the nematode Caenorhabditis elegans. Philos Trans R Soc Lond B Biol Sci. 1986;314(1165):1-340.

8. Massimini M, Tononi G. 의식은 언제 탄생하는가: 한언; 2016.

9. 승 현준. 커넥톰, 뇌의 지도: 김영사; 2014.

10. Eagleman D. 더 브레인: 해나무; 2017.

11. Tegmark M. 맥스 태그마크의 라이프 3.0: 동아시아; 2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