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프롤로그

by 최윤정

도시는 늘 바빴다.

약속은 쉽게 잡혔고, 밤은 좀처럼 끝나지 않았다. 영화관은 자정 이후에도 불이 켜져 있었고, 배달 앱은 새벽 두 시에도 작동했다. 편리함은 늘 곁에 있었지만, 이상하게도 나는 자주 지쳐 있었다.


도시의 편리함은 늘 상수처럼 존재했다. 원하는 건 손끝으로 해결되었고, 필요한 것은 금세 도착했다. 그런 편리함은 한편으로는 위로였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숨을 쉴 구멍을 줄였다. 어느덧 나는 ‘쉬는 일’ 자체를 잊어버린 듯했다. 쉬는 순간에도 누군가에게서 온 메시지를 확인하고, 다음 할 일을 미리 정리했다. 그 모든 것이 익숙해질수록 나는 천천히 낡아갔다.


제주는 다를 것 같았다.

바람이 많고, 돌이 많고, 여자가 많다고들 했다.

나는 거기에 ‘시간이 많다’를 더하고 싶었다.


‘시간이 많다’는 말은 정확히 무엇을 의미할까. 시간을 천천히 쓰며, 아무 일도 하지 않아도 괜찮은 여유를 말하는 걸까. 혹은 시간을 나눠 갖고, 때로는 무언가를 기다릴 줄 아는 힘을 말하는 걸까. 나는 그 말을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해석하고 싶었다. 빠르고 즉각적인 반응의 도시를 나오면, 잃어버린 무언가를 되찾을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2년만 살아보자고 마음먹었다.

그렇게 제주로 내려왔다.


도시를 떠나오는 길에는 여러 감정이 섞여 있었다. 설렘, 두려움, 해방감, 의심. 모든 게 뒤섞인 채로 나는 작은 가방 하나를 들고 비행기에 올랐다. 창밖으로 보이는 도시의 구조물들은 점차 작아졌고, 마음속에 쌓였던 불안은 바다에 닿아 조금씩 부서졌다. 비행기에서 내려 발을 디딘 순간, 제주라는 말 자체가 새로운 시작의 이름처럼 느껴졌다. 나는 그곳에서 또 다른 나를 만나겠다고, 아주 조심스럽게 약속했다.


제주 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