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과 시작

첫 번째 글

by 최영준

2024년 12월 31일 퇴사했다.

생각 없이 퇴사한 것은 아니다. 목표가 있었다. 2025년에는 프론트엔드 개발자 공부를 시작해서, 끝까지 마치고, 멋지게 취업한다. '터닝포인트'라는 말을 흔히들 많이 쓰지 않는가? 2025년은 내게 두 번째 '터닝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생각, 아니 확신한다.


처음 프론트엔드 개발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든 건 아마 2024년 7-8월 즈음일 듯 싶다.

정확하게는 '개발 언어를 공부해야겠다' 였을 것이다. 예술영화관에서 홍보 매니저로 근무하며 영화제 업무를 병행해야 했는데, 아무리 찾아봐도 이전 회차의 정보를 집약한 정보가 없지 않은가? 무려 15회를 맞이하는 영화제가 이전까지의 데이터베이스가 없다니. 아무리 뒤져봐도 없었다. 그래서 생각했다. 내가 만들어보자.


(퇴사 후 접근 권한이 소멸되어.. 증거 자료는 없다. 따라서, 아래 내용은 어렴풋한 나의 기억을 헤집어보고 쓴 글이다.)


스크린샷 2025-01-04 오후 3.40.14.png 이미지 01. 내가 직접 만든 첫 홈페이지 결과물. 나름 푸터(footer)도 있다.


개발자의 언어를 공부한 적도, 공부할 생각도 해본 적 없었다.

처음 생각했던 방법은 Notion 만으로 페이지를 구성하고, Notion 게시 링크를 웹 호스팅 서버와 연결하여 배포하는 것이었다. Notion 은 업무 아카이빙을 위해 자주 사용하는 플랫폼이다보니 내겐 꽤 익숙했다. 애용하는 핀터레스트에서 레퍼런스를 서칭하고, 가장 마음에 드는 레퍼런스로 최종 확정했다. Notion 에 oopy 를 연동, HTML 코드 블럭과 oopy 백오피스 자체 기능으로 레퍼런스에 근접한 최종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이미지 01. 참고) 영화제 출품을 위한 감독, 연출, PD, 영화제에 관심이 있는 관객,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보기 편하려고 만든, 별거 없어 보이는 이 홈페이지가 월 평균 방문자 수 10,000 을 돌파할 줄은 몰랐지.


HTML 코드 블럭을 사용한 것에 대해 조금 더 이야기를 풀어보겠다. 개발 지식이 전무했던 내가 어떻게 HTML 코드 블럭을 사용했냐고? 당연히 ChatGPT 덕분이다. 그것도 무료버전. 하루에 몇 번 물어보면 대답도 안 해준다. 아주 시크한 녀석. 어쨌거나. 내가 원하는 텍스트의 크기, 폰트, 효과 등을 지정하면 몇 번이고 수정을 해주는 덕분에, 하나 하나 코드 블럭을 완성해나갔다. (웹 화면 구성 요소 하나 하나를 HTML 코드로 만든 것이다. 웃긴 건, ChatGPT가 저렇게 코드를 알려줬다.) 방식이 맞고 틀리고를 떠나서, 어쨌든 만들었다는 것이 내게는 참 기쁜 일이었다.


스크린샷 2025-01-04 오후 4.01.46.png 저런 식으로 코드 블록을 쌓아서, 개체 하나 하나 만들었다.


물론, 막연하게 '퇴사 후에 공부해야지'라는 생각으로 퇴사를 결정한 건 아니다.

한 살, 아니 한 달이라도 젊을 때 시도해야겠다 생각했다. 팀장에게 면담을 요청했다. 늘 차분하고 수용적인 태도를 지닌 팀장이었기에, 말을 꺼내는 것이 참 편안했다.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습니다. 11월까지 하고 그만두겠습니다." 그러자 너무도 명쾌한 해답. "12월까지 근무하고 계약만료 퇴사로 처리하면 실업급여 받을 수 있어요!" 그 말을 듣자마자 바로 그러겠다고 했다. 그렇다. 나는 실업급여를 받기 위해, 계약 만료일인 12월 31일까지 근무했던 것이다. 퇴직금과 모아놓은 돈으로 충당하면 된다고 생각했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11월에 퇴사했으면 참 걱정이 많았을 것 같다.


퇴사 면담을 마치고 6주 정도의 기간 동안 수강할 수 있는 온라인 찍먹 강의를 수강했다. 전체 학습량의 80%를 수강하면 전액(이라고 해봤자 3만원)을 페이백해준다고 하여 냉큼 결제했다. HTML, CSS, 그리고 Git 과 Github 에 관한 내용을 겉핥기했다. 물론 35%의 수강률을 기록하며 강의 전체를 보는 것은 처참히 실패했지만, 흥미가 제법 생겼다.


12월 30일, 퇴사 하루 전에 뜻밖의 도움을 받았다.

평소에 참 지식이 방대하고 풍부하다고 생각해왔던 한 시니어 백엔드 개발자분과 잠깐 이야기를 나눴다. "개발 공부할 때 피벗모니터나 듀얼모니터를 세팅하면 좋을까요?" 그러자, "저는 이거(맥북)로도 충분해요. 코드를 작성할 때 전체 구조를 알고 있는 상태로 작성하기 때문에, 작은 모니터로 작업이 어렵다면 코딩을 잘 못한다고 볼 수 있어요. ... (중략) ... 개발 스킬을 학습하는 것보다 개발자의 마인드를 갖추는 것이 중요해요."라며 서적 두 권을 추천해주셨다. 귀가하는 길에 두 권을 곧바로 주문했다. 올해 가장 짧지만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대화의 시간이었다.


앞으로가 정말 시작이다. 2025년은 나의 또다른 터닝포인트가 되는 해이길 바란다!




2024. 12 -

서적 ㅣ 이지스퍼블리싱 'Do it! HTML+CSS+자바스크립트 웹 표준의 정석' (진행 중, 40%)


2024. 11 - 12

인강 ㅣ 멋쟁이사자처럼 '[프론트엔드] 사이트 기본 구조의 이해' (종료, 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