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필순의 “애월 낙조”
해가 질 무렵 하늘은 슬퍼지기 전 얼굴을 하고 있다. 그래서 꼭 안아주고 싶어진다. 동이 트기 전 하늘보다 해가 숨어들어 갈 때의 하늘을 더 좋아한다. 이상하게 마냥 씩씩한 사람보다 꼭 안아주고 싶고 위로가 필요해 보이는 사람에게 끌린다. 이와 같은 이치로 노을이 좋다.
우리나라에 제주도가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해외를 가지 못하는 요즘 같은 코로나 시대엔 제주도의 이국적 풍경이 그 욕망을 대체한다. 얼마 전 친구와 다녀온 제주도에서 슬퍼지려 하기 전 하늘의 모습이 너무 애틋해서 장필순의 “애월 낙조”를 들으며 한참을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았다.
“언제부터 넌 말했지 노을을 보러 가고 싶다고. 나도 거길 기억해. 그때 보았던 그 노을. 진 주홍빛 구름들로 덮여 버렸던 하늘과 바다. 믿을 수 없이 컸던 붉은 태양이 잠기던.. 누군가가 말했다지. 슬픔은 노을을 좋아해. 하지만 우리들은 아직 기억해 그 평화. 이 순간 감사해 내 옆의 너를, 노을이 물든 너를. 이 순간 감사해 내 옆의 너를, 노을이 물든 너를. 조용히 다가온 푸른 밤하늘, 어느새 초저녁 별이..” [1]
친구와 나는 노을에 반짝이던 서로에게 이 순간 함께 해주어 고맙다고 여러 번 이야기했다. 장필순이 목소리는 마치 오래된 골동품 같아. 먼지를 ‘후~’하고 불어 그 세월을 자세히 보고 싶은 느낌이랄까. 이 곡은 나와 친구에게 오래도록 간직되어 마음속 깊은 곳 어딘가에 자리 잡으며 가끔 ‘후~’ 불어 꺼내 들을 추억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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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014년 장필순이 발표한 『애월 낙조』 앨범 중, “애월 낙조” 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