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사람에 대한 관심

by 조작가

사람에게 관심이 너무 많은 사람과 관심이 너무 적은 사람이 있는 거 같다. 고백하자면 나는 후자에 속한다.


예전 직장에서 팀장으로 일할 때 팀원들의 생일을 챙기지 못해 낭패를 당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생일뿐만 아니라 그들의 가족 관계도 몰라 자주 묻곤 했다. 우리 팀원이 특이한 게 절대 아니다. 여자친구들에게 가장 많이 들은 말 중 하나가 "넌 참 무심해"라는 말인 거 보면 내가 사람에게 관심이 없다는 건 사실에 가깝다.


신문사에 와서 가장 깜짝 놀란 건 사람에 대한 관심이었다. 기자들은 몇 년 전에 누구를 만났는데, 그 사람의 고향이 어디고, 어느 고등학교 몇 기고, 와이프는 어떻게 만났고, 어떤 회사에서 무슨 일을 했는지 등등 그에 관한 사소한 것들을 대화의 주제로 올렸다. 나는 그런 대화에 끼지도 못할뿐만 아니라 왜 그런 사소한 게 중요한지 몰라했다.


홍보 일을 하는 사람들도 대단하다. 자신이 속한 기업의 모든 것을 꿰뚫고 있을 뿐만 아니라 여러 뒷얘기까지 알고 있다. 어떤 질문을 해도 그들에게서 '저는 잘 몰라요'라는 답변을 들은 적이 없다. 관계사뿐만 아니라 산업 전반에 대해서도 막힘 없이 답변한다. 그들은 마치 모든 질문에 준비가 다 된 듯 술술 이야기들이 쏟아낸다. 나에 대해서도 많은 걸 알고 있다. 나의 관심, 내가 좋아하는 거 정도는 기본으로 파악하고 있어서 대화가 막힐 때 언제든 그것을 대화의 소재로 활용할 뿐만 아니라 적절한 때에 내 기분을 돋아주는 용으로도 쓴다.


기자와 홍보맨들은 맡은 업무가 커뮤니케이션이다 보니 그럴 수밖에 없을지도 모른다. 그런 의미에서 사람에게 큰 관심이 없는 나에게는 기자와 홍보일이 맞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그 사람이 뭘 좋아하고 무슨 고민이 있는지 일일이 알고 싶지 않다. 해야 할 일도 많은데 내 시간까지 희생하면서 그걸 알아서 뭐하나 싶다.

하지만 내가 사람에게 관심이 없다는 건 사람을 싫어한다는 게 아니다. 오히려 나는 사람을 무척 좋아한다. 내가 그를 먼저 찾는 일은 많지 않아도 그가 나를 찾아올 때 반기지 않은 적도 없고 그가 어떤 부탁을 해왔을 때 외면한 적도 없다. 특히 스타트업을 취재하면서 나는 대표에게 브랜드 컨설팅뿐만 아니라 기획까지도 해주곤 한다. 다만 나는 그들이 어느 학교를 나왔고 고향이 어디인지 등 과거의 경력과 캐리어에 대해서 굳이 관심을 두지 않을 뿐이다. 팀원들 생일은 기억하지 못했지만 그들이 어떻게 하면 성장할 수 있는지 늘 고민했었다. 좋아한 것보다 더 표현하지 못해서 여자친구들이 나를 오해했는지 모르지만 좋아하는 것보다 더 표현하는 건 나에게 없는 재주다.


반면 사람에 대해 너무 관심 많은 사람도 있다. '쥐새끼'라는 별명을 가진 어떤 사람을 알고 있다. 그는 사내에 있는 모든 사람과 친하고 사내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을 다 알고 있다. 개인의 사소한 것들까지 모두 알고 있다. 그는 모든 사람을 반갑게 맞아 인사를 하고 아는 채를 꼭 한다. 마치 '쥐새끼'처럼 일이 벌어지고 이야기가 있는 곳을 쫓아다니고 있는 것 같다. 사내의 모든 정보는 그의 손에 들어가고 있으며 그런 정보들은 최고 권력자에게 보고할 뿐만 아니라 그 자신의 자리를 보존하는 데에도 쓰이고 있다는 건 이미 공공연한 비밀이다. 하지만 '쥐새끼'를 좋아하는 사람을 한 명도 보지 못했다. 사람들은 내 정보를 캐고 다니는 사람을 피하는 DNA가 있기 때문이다.


자기에게 관심을 표명하는 사람을 좋아한다. 그런 측면에서 나도 사람들에게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하겠다. 물론 '쥐새끼'처럼 지나치면 안 되겠지만..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가격 환산 기준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