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 이후 정리해야 할 것
얼마 전 이웃 블로거의 글을 읽다가 무릎을 탁 치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심플한 정리 노하우, ‘~하지 않기’”
궁금해서 내용을 보니, “물건을 절대 바닥에 두지 않기” 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하지 않기”의 노하우가 나온다.
젊은 시절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으로 이것저것 물건을 사서 모았다. 그런데 이사를 다니거나 집안 정리를 해보면, 정말로 필요 없는 물건들이 너무 많았다. 도대체 당시 무슨 생각을 갖고, 이런 물건을 샀는지 이해가 되지 않을 정도다.
‘족욕’이 좋다는 광고에 족욕기, 치질에 좋다는 비데기, 쓰지도 않는 비디오 캠코더, 어깨 펴는 밴드, 뒷목 스트레칭해주는 베개 등 순간의 혹함으로 구입한 물건들은 결국 나에게 짐이 되었다. 그나마 하나 건진 것은 요가 매트 정도다.
이렇게 물건을 사 모았다면 이제는 정리할 때다. 앞서 언급한 ‘~하지 않기’에 ‘즉흥적으로 신상품 구입하지 않기’라는 원칙을 정해야 한다. 물론 꼭 필요한 것은 사야겠지만, 적어도 3일 정도 고심을 하는 편이 낫다.
정리는 여러 가지가 있다.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의 정리다.
우선 보이는 것부터 살펴보자. 내 책상 위에 있는 물건들은 꼭 필요한가? 아니면 아까워서 미쳐 버리지 못하는 것일까? 결정이 힘들다면 이렇게 생각하면 된다.
“만약 죽기 전에 나의 물건을 한 상자에 담는다면 어떤 물건을 남길 것일까?”
그렇게 생각하면, 정말로 아끼고 소중한 물건만 남게 된다. 누군가에게는 그것이 책이 될 수 있고, 소중한 사진, 기념품, 아끼는 옷과 장신구 등 다양할 것이다. 하지만 그 외의 물건은 굳이 남기지 않아도 된다.
정리의 여왕, 곤도 마리에 씨가 정리의 ‘미학’을 본격적으로 알리기 전에도 이미 정리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었다. 그러다가 마흔을 넘어서 본격적으로 정리를 시작했다. 그동안 쌓아둔 책, 옷, 신발, 각종 펜, 종이, 악보집 등 너무나 많은 물건들이 나의 삶을 짓누르고 있었다. 이러한 것들을 하나둘씩 처분하고 나니 왠지 마음도 가벼워지는 기분이 들었다. 무엇보다 이제는 새로운 것을 사는데 전보다 좀 더 신중해졌다. 나에게 꼭 필요한 것인지 다시 한번 질문을 하고, 즉흥적인 구매를 삼가게 되었다.
얼마 전에는 Yes24와 알라딘 중고서적에 가서 평소 잘 안 읽는 책들을 모두 처분했다. 무려 10만 원 가까이 포인트를 적립했다. 그 돈으로 정말 갖고 싶었던 책 몇 권만 사서 왔다. 책장에 책들은 이제 대부분 나의 마음을 설레게 하고, 도움이 되는 책들이다. 영감을 얻거나, 에너지를 얻고 싶을 때 마음에 드는 책을 펼쳐본다.
‘정리’를 시작하고 싶은 분들은 제일 먼저 주변의 것부터 정리를 시작해야 한다. 먼저 나의 필통을 살펴보자. 펜들을 꺼내서 안 쓰는 것들은 모두 처분하자. 필통 바닥에 안 쓰던 지우개, 샤프심 등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내가 아끼고, 쓰기에 편한 펜들로 채워두자.
옷도 마찬가지다. 최근에 입지 않는 옷들을 많이 처분했다. 헌 옷 수거함에 모두 보냈다. 이 세상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될 것이다. 이제는 내가 좋아하고 편한 옷만 몇 벌 남아서, 이제 나의 옷장에 어떤 옷들이 있는지 대략 가늠하고 있다. 옷장 깊숙이 숨겨진 옷은 더 이상 없다. 옷 중에서 내가 제일 아끼는 옷은 허름한 티셔츠다. 20여 년 전 형님이 나에게 선물로 준 유일한 옷이다. 이 옷은 집에서 편하게 입거나, 가끔씩 외출할 때 입는다.
집에서 가장 많은 부피를 차지하는 책과 옷, 그 외의 가구, 가전제품들을 처분하고 나면 큰 정리는 끝난 것이다. 이제는 형체가 없는 것들을 살펴보자.
정확히 말하면 형체가 없는 것은 아니다. ‘돈’과 ‘관계’다.
은행이나 증권계좌, 펀드에 있는 돈은 숫자로 보이는 형체다. 하지만 지금 당장 내 손에 들고 있는 것은 아니다. 재테크를 하는 분들은 각 종 펀드, 증권, 연금 등에 투자를 했을 것이다. 매월 돈이 빠져나가거나 일시금으로 투자한다. 그런데 이렇게 다양한 투자를 하다 보면 정확히 나의 수중에 어느 정도 돈이 있는지 알기 힘들다.
그렇기 때문에 나의 계좌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어플을 깔아 두면 편하다. 요새는 은행에서도 이러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렇게 나의 돈이 어디에 있는지 한 번에 확인하면 도움이 된다. 가끔씩 아무런 이유 없이 방치된 돈을 찾기도 한다. 나의 자금을 확인하고 나면, 이것을 따로 정리한다든지 메모를 해둔다. 그리고 정리가 필요한 돈은 계좌를 옮기거나 통합한다. 그러면서 보다 나은 상품에 투자를 하는 것이다. 또한 적절한 포트폴리오 구성도 필요하다. 위험자산에 너무 많은 돈을 투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렇다면 관계는 어떠한가? 마흔까지 살다 보면, 다양한 분들을 만나게 된다. 회사뿐만 아니라 사업상, 또는 개인적인 관계가 지속적으로 늘어난다. 물론 ‘관계’를 부담스러워하는 사람은 그 관계가 더 이상 성장하지는 않을 것이다.
관계를 정리한다는 것은 나에게 소중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구분하는 것이다. 우리가 보통 관리하거나 기억할 수 있는 사람은 200명 이상(가족 포함)을 넘기기 힘들다. 누군가는 장례식장에 모인 사람들 정도가 본인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한다. 그 이상이 된다면 정말로 형식적인 만남에 그치고, 얼굴과 이름도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가족, 친척, 친구, 직장 동료, 그 외의 관계에 대해서 지속적으로 이어갈 관계와 그렇지 않은 관계를 구분해야 한다. 만약 앞으로도 만남이나 연락을 계속할 사이라면, 안부 인사를 주고 받으면 된다. 굳이 만나지 못하더라도 명절이나 새해에 연락을 해서 관계를 유지한다. 이러한 것을 《친구의 친구》저자는 ‘약한 유대관계’라고 한다. 사실 약한 유대관계도 필요한 측면이 있다.
“새로운 정보와 기회에 관한 한 현재의 강한 유대관계보다 약한 유대관계와 휴면 상태의 인맥이 훨씬 더 강력하다.” - 《친구의 친구》중에서
꼭 관계를 통해서 이득을 얻기보다는 관계를 통해서 서로 좋은 에너지를 주고받고, 그것이 어떤 식으로든 자신의 인생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눈에 보이는 물건, 보이지 않는 ‘돈’(계좌에 있는)과 ‘관계’ 외에도 정리할 것은 많다. 나의 생각과 느낌을 일기로 정리하거나, 블로그에 남기면 나중에 돌아봤을 때, 나의 감정의 흐름을 알 수 있다. 스님이 깨달음을 얻고 부른 ‘오도송’까지는 아니더라도, 세상을 떠나기 전에 나의 흔적을 글로 남기는 것도 멋진 일이다.
정리는 하는 것은 꽤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한다. 나도 아직 1/10 정도밖에 정리를 못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외장 하드에 들어있는 수많은 사진과 동영상도 정리해야 한다. 결국 평소에 조금씩 정리를 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예순이 넘는다면, 자식들에게 물려줄 것(혹시라도 있다면)도 미리 정리해서 알려주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다. 적어도 마흔이라면 ‘정리’에 대해서 보다 심각하게 생각해야 한다. 사는 것보다 버리고 정리하는 것이 더 많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