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타까운 소식을 접했다. 어느 개발자가 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생을 마감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상사의 폭언을 문제로 지적했다. 남겨진 가족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일 뿐이다. 도대체 가족은 무슨 죄라고 이런 시련을 겪어야 하는가? 문득 오래전 업무 스트레스로 세상을 마감한 지인도 생각났다. 그가 40대에 막 접어들 무렵이었다.
직장 초년생도 스트레스를 곧잘 받지만, 이러한 스트레스가 누적이 되면 문제다. 본인은 괜찮다고 생각하지만, 마음은 점차 병이 들게 마련이다. 회사에서는 상담센터 운영을 더 활성화하고, 마음 수련을 위한 교육 과정도 마련한다. 나도 그러한 혜택을 받아서 2박 3일 동안 회사가 운영하는 명상 센터를 다녀온 적이 있다.
그렇다고 스트레스가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니다. 적당한 스트레스는 삶의 활력소가 되고, 오히려 면역기능을 강화시킨다. 예전에 한 상사는 감기에 걸렸는데도, 오히려 회사를 나와야 몸이 낫는다고 말했을 정도다. 집에서 계속 쉬다 보면 없는 병도 더 걸린다는 것이 그분의 논리였다.
물론 몸이 심하게 안 좋으면 푹 쉬는 것이 정답이지만, 그렇게 심하지 않다면 오히려 적당히 긴장하고 몸을 움직이는 것이 회복에 더 도움을 주는 것 같다. 특히 회사 업무를 하다 보면 시간도 잘 가고, 언제 병이 낫는지도 모를 정도가 되기 때문이다.
《스트레스의 힘》이라는 책에서 저자는 ‘적당한’ 스트레스가 오히려 삶에 의욕을 준다고 강조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스트레스가 무조건 죄악이고, 이를 없애는 것이 행복에 이르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꼭 그런 것은 아니다.
“사람들은 더 바쁠 때 더 행복하고 심지어는 자발적으로 할 일보다 더 많은 양의 일을 억지로 떠맡았을 때 행복하다. 갑자기 한가해진 생활은 퇴직 이후 우울증 발병 위험이 40퍼센트 증가하는 원인이다.” - 《스트레스의 힘》중에서
물론 이는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는 연구결과가 아니다. 어떤 사람은 그야말로 ‘유유자적’하는 삶 자체를 즐길 수 있다. 꼭 무언가를 해야 행복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스트레스’에 대한 관점을 조금 달리할 필요가 있어서 이 책의 내용을 인용했다.
마흔이 되면, 보통 관리자가 된다. 관리자가 아니더라도 후배들이 많이 생긴다. 적어도 10년 이상의 직장 생활을 하기 때문이다. 위에는 오십을 넘은 상사들이 있기 때문에 중간에서 조정자 역할을 잘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스트레스의 무게는 더 커진다. 이제는 나만 잘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팀원 또는 후배도 같이 잘해야 좋은 성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이들 후배를 예전 방식대로 엄하게 대할 수도 없다. MZ 세대는 사무실 내에서 고성이 오가고, 심지어 직원들끼리 육탄전을 하는 모습(?)도 본 적이 거의 없다.
예전 방식의 선배들의 요구를 맞춰가면서, 새로운 방식의 후배들의 이야기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그렇다 보니 점차 고립됨을 느낄 수밖에 없다. 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는 점차 커진다. 위에서 욕을 먹더라도 후배 앞에서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웃어야 하는 모순이 발생한다. 다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자신의 스트레스를 여전히 후배들에게 푸는 관리자들도 있을 것이다. 이는 스스로 스트레스를 잘 컨트롤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결국 스트레스를 관리해야 한다. 업무 성과도 중요하지만, 먼저 나의 마음을 잘 돌아봐야 한다. 우울증이 밀려오거나 무기력감이 온다면, 회사의 상담센터를 찾거나 병원에 가야 한다. 이를 부끄러워하면 안 된다. 물론 조직 내 분위기도 바뀌어야 한다. 정신적으로 힘든 사람에 대해서 ‘약하다’라는 인식이 있으면 안 된다. 도와주고, 같이 나아가야 한다.
나는 글을 쓰고, 책을 읽고, 명상을 하면서 스트레스 수위를 낮춘다. 10년, 1년, 매월 계획을 세우고 실행하면서 삶의 의미를 찾으려고 한다. 날씨가 좋은 날에는 뛰거나 자전거를 타면서 몸을 쓴다. 이러한 행동을 하면 확실히 기분이 많이 나아진다.
그렇다고 스트레스는 사라지지 않는다. 눈을 감는 그 순간까지 우리는 스트레스 속에서 살 수밖에 없다. 바쁘면 바쁜 데로 스트레스를 받고, 한가하면 한가한 데로 스트레스를 받는다.
지금 이 상황을 받아들이고,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 정말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은 ‘피하는 것’과 ‘외면하는 것’이다. 힘들 다면 힘들다고 누군가에게 이야기하고, 그것의 원인을 찾아서 최대한 해결을 해야 한다. 외면할수록 스트레스의 무게는 더 커지고, 나의 몸 구석구석에 파고든다. 그러면서 어느 순간 인생의 의미를 잃고, 눈에서는 생동감이 사라진다. 바닷가에 모래성이 서서히 무너지듯이 말이다.
스트레스를 수용하면서, 최대한 해결해야 한다. 나만의 방식을 찾아야 한다. 적어도 술과 담배는 답이 아니다. 대화를 하고 생각해야 한다. 혼자만 짊어지면 안 된다.
앞으로 100년, 1000년이 흐르더라도 스트레스는 인류와 함께 존재할 것이다. 스트레스를 잘 다루는 것도 경험이고 지혜다. 나만의 지혜를 찾을 때다.
스트레스와도 잘 지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