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어느 아빠의 루틴,

오늘도 도서관에서 대기~

by 나단 Nathan 조형권

직장인들에게 토요일은 휴식할 수 있는 좋은 날입니다. 예전(약 20여 년 전)에는 토요일 오전 근무가 다반사였지만, 주 5일 근무가 정착된 이후로는 토요일 휴식은 당연하게 여겨집니다. 물론 가끔씩 회사에서 이메일이 와서 처리를 해야 하는 경우도 있지만, 전보다는 확실히 그 빈도수가 덜 합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소중한 토요일을 어떻게 보내야 할까요? 솔로일 때는 연인과 데이트를 하거나 여행을 가거나 다양한 취미활동을 즐길 수 있습니다. 하지만 결혼을 하고, 아이가 생기면 가족에게 온전히 시간을 투자해야 합니다. 물론 모든 아빠들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요새 아이들을 챙기는 아빠들이 많습니다. 마트, 공원, 동네 거리에서도 유모차를 밀고 (혼자서) 다니는 아빠들이 보입니다. 아이를 보느라 지친 와이프를 배려하기 위한 것으로 보이고, 왠지 훈훈해 보이는 광경입니다. 어쩌면 너무 당연한 것이었지만 그것이 이제야 제대로 정착된 것 같습니다. 가정이 무엇보다 소중하니까요.


아이가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 토요일에도 학원에 나갑니다. 아빠는 전용기사가 되어야 하는 셈이죠. 저도 아침 11시 첫째가 농구교실 갈 때, 바래다주고 아이가 원하는 ‘딸기 주얼리 요구르트 크러쉬’를 사주기 위해서 근처 이마트 트레이더스에 갑니다. 마트에서 필요한 물품 몇 개를 사고, 시계를 확인하면서 11시 40분이 되면 음료를 주문하고, 50분에 출발하면 12시 정각에 농구교실이 있는 지하 1층 주차장에 도착합니다. 아마 연예인 로드매니저 하시는 분들도 이렇게 생활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몇 분 후 아이가 승차하면 당연하다는 듯이(?) 음료를 찾습니다. 저도 당연하다는 듯이 질문합니다.


“농구 이겼어?”(역시 결과를 중요시하는 회사원 습관)


점심은 대부분 피자나 햄버거, 김밥 등 아이들이 원하는 것을 테이크아웃해서 집에 옵니다. 잠시 휴식을 취한 후, 아이들은 오후 3시 논술학원을 가기 전에 숙제를 합니다. 늘 같은 레퍼토리입니다.


“숙제 다 했어?”

“어 조금 남았어.” (늘 얼버무리는 말투)


2시 40분에 집을 나서서 아이들을 모시고(?) 동네 번화가로 향합니다. 일명 11자 상가라고 불리는 곳인데, 왜 11자 상가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단순히 큰 도로 양쪽으로 상가들이 즐비하고 있어서 그런 것 같은데요. 이 신도시가 생기면서 붙은 이름이라서 다들 그렇게 부릅니다. 이 거대 상가 건물들에는 병원, 학원, 음식점 등 없는 것이 없습니다. 밤에도 불야성을 이룹니다. (그래서 교통사고도 많습니다.)


문제는 건물들을 이상하게(?) 설계해서 지하주차장이 그다지 넓지 않고, 불법주차가 성행합니다. 물론 저도 불법에 동참하지만, 잠깐 세워서 아이들을 내려줍니다. 그리고 다음 행선지는 근처 도서관입니다. 제가 유일하게 마음의 안식을 얻는 공간입니다. 특히 피곤할 때는 푹신한 소파에 앉아서 책을 읽다가 기분 좋은 낮잠을 잘 수 있습니다. 이 도서관도 생긴 지 얼마 안 된 곳이라서, 좋은 향기도 나고 시설도 깨끗하고 좋습니다. 약 1시 30분 정도의 휴식을 취하면서 책도 읽고, 1층 어린이 도서관에서 아이들 책을 7권 ~ 14권 정도 빌립니다. 대부분 큰 백을 들고 오시거나 아니면 수레를 끌고 오십니다. 아이들이 책을 많이 읽고, 훌륭한 사람(돈 잘 벌고, 존경받는)이 되기를 바라는 것은 많은 부모의 희망사항이니까요.


저녁 5시경에 상가 뒤쪽 길가에 차를 잠시 세워두고(역시 불법주차), 아이들을 기다립니다. 아이들이 정시에 나올 때도 있지만, 20분 정도 늦게 나올 때도 있습니다. 그럴 때는 늘 초조한 마음입니다. 아직까진 불법주차에 걸리지 않았지만 예전에 집 앞에 10분 이상 세워뒀다가 벌금 3만 원을 낸 적이 있으니까요. 마침내 아이들이 차에 올라타면, 아이들은 또다시 무언가를 요구합니다.


“목말라, 마실 것 없어? 맛있는 것 먹고 싶어.”


아빠 마음에는 당연히 과자도 음료수도 사주고 싶지만, 그럴 때마다 집에 가면 엄마의 불호령이 떨어집니다. 왜냐하면 아이들이 저녁을 잘 안 먹기 때문이죠. 그래서 때로는 그냥 차에서 마시라고 하고, 아니면 집에 들어갈 때 숨겨서 들어가서 완전 범죄를 노립니다. 물론 걸릴 때마다 불호령입니다.

평일에 아이들끼리 학교 가고, 학원 다니고, 저녁 늦게 들어올 때면 늘 안타까운 마음이 들어서, 주말에는 왠지 아이들이 원하는 대로 하고 싶은 마음도 듭니다. 2~3만 원의 작은 사치?로 아이들의 스트레스를 풀어주고 싶기도 합니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안 좋은 습관과 루틴이 생기기 때문에 이 또한 가끔씩 조절이 필요합니다.


“학원 -> 개고생 -> 보상(당연)”


이런 루틴이 아니라, 학원 -> 공부(당연) -> 보상(가끔)이라는 루틴이 더 필요하겠죠. 그 부분이 많은 부모들이 어려워하는 부분입니다.


새해에는 좀 더 엄격한 아빠가 되고 싶지만, 여전히 무거운 가방을 메고 여기저기 끌려 다니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 한없이 마음이 약해집니다. 심지어 ‘논어’에 대한 책을 썼지만, 아이들에게 ‘공자왈, 맹자왈’을 못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아직 그만큼 이성적인 사고방식이 잡히지 않았다고 믿고 싶기고 합니다. 그런 면에서 자식에게도 엄격한 잣대를 들이댄 공자도 대단한 분입니다.


많은 아빠, 그리고 엄마들이 토요일에도 아이들 학원 픽업 다니느라 고생하는 것을 왠지 마음이 짠합니다. 언제쯤 이 사이클에서 벗어날지. 그런데 주말에 이 사이클에서 벗어나면, 허전한 마음도 들 것 같습니다. 뒷좌석에서 아이들 목소리가 그리워질 것 같습니다.


“아빠, 맛있는 것 먹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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