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참사와 2차 참사 이후
또다시 터질 것이 터지고야 말았다.
거의 한 달 동안 아이들이 몰래 게임하다가 두 번 정도 걸려서 주의를 줬는데, 또 몰래하다가 걸리고 말았다. 앞에 두 번은 내가 간단히 주의를 주고 커버를 했지만, 마지막은 ‘지못미’였다.
일주일 전에 아내가 이 사실을 알면서 집안에 대참사가 났다. 다행히 유혈사태는 없었고, 조용히 그리고 마지막으로 엄중 경고를 했다. 앞으로 한 번만 더 몰래 게임하다가 걸리면, 한 달간 게임 금지, 한 시간 동안 손들고 벌서기를 하기로 약속했다. 이것이 1차 참사였다.
그렇다고 집에서 게임을 금지시킨 것은 아니다. 초등학교 고학년 중에서 게임을 안 하는 아이들은 거의 천연기념물 수준이다. 특히 남자아이들은 어떤 게임을 하는지 서로 이야기하고 논쟁을 벌이기 일쑤다. 그런데 우리 아이들은 게임을 평소 못하니 그런 대화에 낄 수조차 없었다.
물론 게임을 자유롭게 개방하면, 아이들이 스스로 컨트롤할 수 없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숙제 잘하고, 공부 열심히 하면, 주말에는 하루 2시간씩 게임을 해도 좋다고 허락했다.
이러한 약속이 2차 참사가 나기 불과 일주일 전이었다.
‘마시멜로’의 실험처럼 아이들이 ‘단 것을 먹기를 참기 바라는 것’은 애초부터 무리였다. 그것은 실험실에서나 가능한 일이었다. 그렇게 정신력이 강한 아이들은 흔하지 않다. 내 눈 앞에 단 것이 있는데, 어떻게 마다할 수 있을까? 오히려 안 먹고 버티는 아이들이 과연 정상일까, 아니면 애어른일까라는 생각도 든다.
그렇게 머리로는 이해를 하지만 막상 우리 아이들이 마시멜로를 바로 먹으면 안타까운 기분이 든다. 조금만 더 버텨줬으면 하는 마음도 있다.
마침내 한 아이(아이의 프라이버시를 위해서 B 군이라고 하겠다)가 대놓고 몰래 게임을 했다. 이미 옐로카드를 세 번이나 받았음에도 말이다(축구장에서는 두 장 받으면 퇴장이다). 평소 A군보다 성격이 대담해서 그런지, 부모가 옆에 있어도 별로 신경이 안 쓰였나 보다. 아니면 완전범죄에 대한 자신감이 남달랐던 것 같다.
B군은 분명히 온라인 영어 숙제를 하는 것 같은데, 도무지 진도가 나가질 않았다. 몇 시간이 지나서 하나의 과제를 못 끝내는 것, 옆에 가면 괜히 짜증 내는 것, 갑자기 가면 왼손이 빛의 속도로 움직이는 것(아마 Alt+Tab 버튼으로 추정)을 보니, 상당히 의심스러운 구석이 많았다. 반면 A군의 진도는 잘 나가고 있었다.
결국 B군을 잠시 멈추게 하고, 어떤 사이트에 접속했는지 찾아보기로 했다. 아이는 약간 당황하면서 내 옆에서 내가 사이트를 추적하는 것을 지켜봤다.
“얘야, 아빠는 네가 어느 사이트에 접속하는지 초 단위로 알 수 있단다. 그러니깐 자꾸 속이려고 하면 안 돼.”
(물론 실제로는 이렇게 이성적으로 말하지는 않았다. 최대한 순화한 표현이다.)
PC에서 부모 계정, 아이 계정을 별도로 만들었다. 부모 계정에서 아이 계정으로 어느 인터넷 사이트에 접속했는지 확인할 수 있다. 일반 사이트가 아닌 경우도 있어서, 일단 조회 수가 많은 사이트를 골라서, 구글 검색 창에 입력하면 알 수 있다.
역시 ‘~ snake’라는 사이트를 들어가 보니, 게임 화면이 나왔다.
“게임을 했다고,라고,라고?”
다른 방에서 독서 삼매경에 빠져있던 아내의 뚜껑이 열렸다. 나도 실망감이 많이 들었다. 이미 세 번의 경고를 주고, 서약서까지 썼는데. 역시 이성적인 방법은 통하지 않았다.
1차 참사에 이어 2차 참사가 터졌다.
게임의 중독성도 문제지만, 무엇보다 몸과 마음의 건강을 해친다. 숙면을 취하지 못하고, 집중력도 떨어지기 일쑤다. 짜증도 더 많이 내고, 조급해한다.
이미 일주인 전, 아니 한 달 전부터 아이들은 부쩍 졸려하고, 아침에 깨우기가 힘들어졌다. 그것이 사춘기의 전 단계, 또는 사춘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좀 더 말과 행동에 조심을 했는데, 그동안 밤에 게임을 한 것이었다.
그것도 부모가 잠든 틈을 타서, B군이 A군을 부추겨서 게임을 했다. 이러한 행각이 한 달 만에 나에게 걸렸다. 이상하게 새벽에 화장실을 가게 되었는데, 그때 아이들 방에서 불빛이 새어 나왔던 것이다.
첫 번째, 두 번째, 주의를 줬지만 세 번째가 되자 결국 아내에게 이야기를 했고, 아내도 너무나 많이 화를 내고 따끔하게 주의를 줬다.
그 일이 터진 후 일주일 후,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우리의 B군은 부모가 옆에 있는데도 게임을 몰래 한 것이다. 대놓고 게임을 한 것은 아니고, 공부를 하면서 틈틈이 게임을 한 것 같았다.
결국 한 시간 동안 팔을 들게 하고 벌을 세웠다. 반성문도 전에 쓰게 하고, 서약도 했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일단 체벌을 통해서 잘못을 뉘우치게 했다. 물론 이 효과도 길어야 한 시간이다. 한 시간 후면 아이는 다시 밝고 명랑한 웃음을 짓는다. 회복탄력성이 정말 빠르다.
유혹을 이긴다는 것은 정말 힘들다. 성인들도 늘 스마트폰을 옆에 두고, 게임이나 쇼핑, SNS를 하는데 아이들은 얼마나 게임이 하고 싶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아직 아이들에게는 스마트폰을 사주지 않았다. 주변에 아이 친구들을 보니, 틈틈이 게임을 하거나, 카카오톡으로 채팅을 하는 것을 봤기 때문이다.
대신 카카오톡은 태블릿에 깔아줘서 가끔씩 확인하게 했고, PC는 사용시간제한(하루 6시간)을 둬서 연장하려면 부모가 인증하도록 했다. 취침 때는 PC와 태블릿을 모두 수거해서 안방으로 들고 왔다.
B군이 옆에서 대놓고 게임하다 걸린 경우를 제외하고는, 1차 참사 이후로 아이들은 ‘숙면’을 취하고 있다. 아침에 깨워도 너무 쉽게 잘 일어난다. 심지어 이전보다 밥도 잘 먹는다.
온라인 수업을 할 때는 다른 사이트를 볼 수 있기 때문에 거실에서 수업을 듣도록 했다. 온라인 수업이 편한 면도 있지만, 아이들에게는 너무나 큰 유혹을 곁에 두는 격이다. 이것은 마치 마시멜로를 옆에 두고, “살찌니깐 먹으면 안 된다. 공부 다 하고, 숙제 다 하고, 일주일에 한 개만 먹어”라고 말하는 것과 별로 다르지 않다.
아이들이 스스로 컨트롤하면 다행이지만, 새로운 것에 대한 유혹은 너무 크다. 어른도 못 견디는 유혹을 아이들에게 견디라고 주문하는 것은 너무 심한 처사이기도 하다.
그래서 ‘차단’했다. 유혹을 이기기 힘들면 차단하는 수밖에 없다.
언젠가 시간 관리를 알아서 하고, 자율적으로 공부할 그날을 기대해본다.
그때는 더 이상 숨바꼭질을 안 해도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