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의 가장 큰 근심은 ?
아내가 먼저 포문을 연다.
“오늘 점심 뭐 먹지?”
“지금 딤채에 미역국 조금 남은 것, 된장찌개, 얼큰 소고기국이 있거든.”
“밥은 얼마나 남았지?”
“넷이 먹기에는 적당한 수준이야”
그러면서 보온 밥솥을 열어서 재고를 확인한다.
“그러면, 남은 재료랑 볶음밥하면 되겠네.”
“응, 아이들이 미역국 좋아하니깐 미역국이랑 같이 먹으면 돼지.”
1차 브리핑이 끝나고, 2차 질문이 다가온다.
“그럼 저녁은 뭐 먹을까?”
“얼큰 소고기국에 반찬 좀 해서 먹으면 될 것 같아.”
살림을 할 때, 가장 어려운 부분이 바로 ‘끼니’다. 우리나라 사람만큼 끼니를 꼬박꼬박 잘 챙겨먹는 민족이 별로 없을 정도로 우리는 세끼에 무엇을 먹는지 중요시한다.
다행히 한국에는 국과 반찬 문화가 발전해서 국과 밑반찬만 있다면, 한 끼는 오케이다. 더군다나 우리나라의 음식 종류는 정말로 다양하다.
미역국, 된장국, 김치찌개, 소고기국, 시금치국, 만둣국, 떡국, 설렁탕, 육개장, 닭도리탕, 순두부찌게 등 기본 메뉴부터 시작해서, 냉면, 잔치국수, 파전, 비빔국수, 칼국수 등 응용 메뉴까지 아주 다양하다. 물론 삼겹살, 소고기, 오리고기, 샤브샤브와 같이 고기류도 우리의 식생활을 뒷받침해준다. (가장 만만한 라면은 제외했다.)
그런데, 이런 음식을 매번 해먹는 것이 참 어렵다. 다행히 나는 장모님 찬스가 있어서, 많은 음식을 밀키트로 공급 받아서, 잘 데워서 먹으면 된다.
아직까지 내가 할 줄 아는 메뉴는 밥, 스크램블, 계란 후라이, 오리고기, 삼겹살, 소고기 등이 전부다. 장모님과 아내 핑계를 댈 수도 있지만, 스스로 메뉴 개발이 시급하다.
혼자 있을 때는 인스턴트식품을 애용한다. 육개장, 된장찌개, 김치찌개 등 원하는 것을 골라서 데우기만 하면 된다. 그 중에서 육개장은 거의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뛰어난 맛을 자랑한다. 오죽하면 이 육개장을 가게에서 팔아도 손님이 눈치 못 챌 것이라고 생각할 정도다.
적어도 내가 잘하는 것은 ‘재고 관리’다. 장모님이 제공한 밀키트를 딤채에 넣고, 포스트잇으로 날짜와 음식 종류를 적어둔다. 예전에는 오래된 음식과 새롭게 들어온 음식이 섞여있었지만, 이렇게 날짜 관리를 하면서, 조금 더 체계적으로 재고를 소진할 수 있었다.
또한 Plan B를 항상 염두에 두고 있다. 만약 밀키트가 다 떨어졌을 때, 어떤 음식을 아이들에게 공급하는 가이다. 다행히 아이들이 좋아하는 오리 고기, 아니면 삼겹살, 소고기가 재고로 있고, 최후의 수단으로 냉동실에서 잠자고 있는 도가니, 설렁탕이 있다. 적어도 네 끼는 먹을 수 있을 정도의 분량이다.
딤채와 냉장고를 자주 확인하면서, 냉동실에 있는 재고도 확인하게 되었다. 무엇보다 필요 없는 재고는 빨리 소진하기 위해서 신경을 썼다. 약 두 달간의 노력으로, 늘 자리 없이 꽉 찼던 냉동실에 약 30% 정도의 여유 공간이 생겼다. 여전히 고기, 생선, 설렁탕, 만두, 각종 부재료가 있지만, 앞으로 절반 정도의 여유 공간을 확보할 계획이다.
이렇게 냉동실의 재고를 파악하는 것도 생활비를 아끼는데 도움이 된다. 우리가 몇 개월 전에 사놓고 먹지 않는 음식만 잘 챙겨 먹여도 몇 끼는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몇 년을 두었다면, 그야말로 쓸 수 없는 ‘불용재고’가 된다. 이는 엄연한 비용 낭비다.
비록 생산자는 아니지만, 재고를 관리하고, 식단을 관리한다. 매일 먹는 식사는 엑셀에 정리해서 트렌드를 파악한다. 또한 고객(아이들)의 수요를 주기적으로 확인해서, 장모님과 아내에게 향후 필요한 음식 종류를 알려주고는 한다.
가장 주의하는 부분은 바로 정크 푸드다. 피자, 햄버거, 치킨은 아이들과 어른이 제일 선호하는 메뉴 중의 하나다. 특히 아이들의 우선순위에 이 음식들은 늘 상위권을 차지한다. 그렇다고 몸에 안 좋은 음식을 마냥 줄 수는 없다. 그래서 하나의 룰을 정했다.
“치킨과 피자는 한 달에 한 번, 단 시험을 잘 보거나 공부를 열심히 하면 가끔씩 포상으로”
이렇게 원칙을 정하니, 아이들이 예전보다 덜 보채는 것 같다. 예를 들어서 5월 10일에 피자를 먹었다면, 6월 10일 전에는 피자를 먹을 수 있기 때문에 일종의 희망(?)을 갖게 된다. 어른과 아이 건강에도 모두 좋다.
굳이 이렇게까지 할 필요 있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식단 관리는 꼭 필요한 부분이다. 음식에 원칙과 룰이 없다면, 늘 정크 푸드와 인스턴트 음식에 둘러 쌓여 살 수밖에 없다.
그 누구도 우리의 건강을 신경 쓰지 않는다. 치킨을 매일 먹는다고, 치킨 집에서 “오늘은 조금 자제하시죠”라고 말하지 않는다. 치킨 집의 매출이 중요하지, 손님의 건강은 책임 밖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오늘 점심, 오늘 저녁 메뉴를 관리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앞으로 생산자로서 좀 더 위치를 잡는다면, 매주 식단을 짜서 좀 더 체계적으로 관리할 예정이다. 그러면 매끼를 걱정할 필요도 없고, 그 시간에 보다 생산적인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계획은 언제든지 수정할 수 있다. 그날에 꼭 그 음식을 먹을 필요가 없다. 즉흥적으로 라면, 스파게티 등으로 끼니를 때울 수도 있다. 어느 정도 융통성은 필요하다.
오늘 점심은 스파게티, 저녁은 아직 미정이다. 장모님의 밀키트 세트가 올 확률도 있고, 아니더라도 Plan B의 재고는 아직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