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을 논리적으로 구성하는 법
업무 보고를 한 번에 통과시키는 사람과 늘 다시 설명하게 되는 사람의 차이는 어디에서 생길까? 맞춤법도, 어조도, 문장 구성도 큰 문제가 없는데 상사가 자꾸 되묻는다면, 문제는 ‘논리의 흐름’에 있을 가능성이 크다. 말의 순서가 뒤죽박죽이거나 핵심이 뿌옇게 흐려져 있다면 아무리 공손해도 보고의 설득력은 떨어지기 마련이다. 핵심-근거-결론 구조를 중심으로 말과 글에 논리를 입히는 훈련법을 실제 사례로 풀어내보고자 한다. 다시 묻지 않아도 되는 문장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건 글솜씨보다 ‘생각의 순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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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훈은 오늘도 아침 일찍 출근해 모니터 앞에 앉았다. 마케팅팀에서 막내를 맡은 지 벌써 몇 달이 흘렀다. 이젠 제법 익숙해진 듯한 손놀림으로 컴퓨터를 켰지만 마음은 역시나 가볍지 않았다. 오전 회의에서 발표할 보고서 때문이다. ‘이번엔 괜찮을 거야’라고 몇 번이고 스스로 다독였지만, 머릿속엔 여전히 며칠 전 그 말이 맴돌았다.
“그래서, 결론이 뭐라는 건가요?”
보고서를 끝까지 읽지도 않고 허 부장이 던진 그 한마디. 승훈은 그날 회의실에서 등줄기에 식은땀이 도는 걸 느껴야 했다. 틀린 내용도 없었고 숫자도 정확했다. 말투도 최대한 정중하게 썼는데 도대체 뭐가 문제였을까?
회의를 마치고 자리에 돌아왔을 때 고 대리가 조용히 다가왔다.
“승훈 씨, 오늘 보고서 말인데… 혹시 시간 괜찮으면, 같이 한번 볼까요?”
승훈은 고개를 끄덕였다. 막연히 답답했던 마음이 조금은 풀릴 것 같았다. 빈 회의실에서 둘은 마주 앉았고 고 대리는 프린트가 된 보고서를 펼쳐 들었다.
“보고서는 전체적으로 잘 정리했군요. 문장도 다 깔끔하고. 그런데 말이죠, 읽으면서 자꾸 ‘이 얘기는 왜 나왔지?’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제가 승훈 씨라면 순서를 이렇게 바꿨을 건데 말입니다.”
고 대리는 펜을 꺼내어 차근차근 순서를 써 내려갔다.
1. 지금 상황은 어떤가?
2. 어떤 문제가 생겼나?
3. 왜 그런 문제가 생겼는가?
4. 그래서 어떻게 하겠다는 건가?
승훈은 보고서를 다시 보며 말했다.
“저는 그냥 흐름대로 쓴 거였는데… 흠, 생각해 보니 맥락이 없긴 했네요.”
고 대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논리적인 글이란 건, 말만 맞는 글이 아니라 순서를 이해할 수 있는 글이에요. 부장님은 결론부터 듣고 싶어 하시는 분이죠. 그런데 승훈 씨 보고서는 이야기하듯 쓰여 있어서 읽는 사람이 맥락을 찾아야 돼요. 그래서 자꾸 되묻는 거죠.”
승훈은 낯이 뜨거워졌다. 맞는 말이었다. 그는 글을 쓸 때마다 ‘어떻게 보일까’를 고민했고 ‘정중한가’에만 신경을 썼다. 하지만 지금 가장 중요한 건 정중함보다 방향과 흐름이 아니던가.
며칠 뒤, 새로운 업무가 주어졌다. 이번에는 ‘3분기 디지털 마케팅 예산 보고’였다. 승훈은 이전과는 다르게 메모장을 먼저 꺼냈다. 보고서에 들어갈 항목들을 생각나는 대로 쓰는 대신, 머릿속에서 먼저 흐름부터 그렸다.
상황: 3분기 디지털 마케팅 예산은 1억 원
문제: 실제 집행 금액은 1억 2천만 원으로 초과 발생
원인: 인스타그램 광고 단가 급등 및 콘텐츠 제작비 증가
결론: 예산 사용 효율성 점검 필요
제안: 광고 채널 재배치 및 콘텐츠 비용 조정
이 흐름대로 문장을 구성하자 전보다 쓰는 시간이 훨씬 짧아졌다. 무엇보다 ‘어떻게 써야 할지 모르겠다는 막막함’이 사라졌다. 그는 문장을 길게 늘이지 않고 핵심을 먼저 적은 뒤에 필요한 근거만 덧붙였다.
보고서 일부 예시:
3분기 디지털 마케팅 예산은 당초 1억 원으로 편성되었으나 실제 집행액은 1억 2천만 원으로 20% 초과 집행되었습니다.
주요 원인은 SNS 채널 광고 단가의 일시적 급등과 외주 콘텐츠 제작 단가 상승입니다.
특히 인스타그램 광고의 비용 상승률은 전월 대비 18%였으며 예상보다 높은 클릭 유입에도 불구하고 전환율은 낮은 편이었습니다.
이에 따라 다음 분기부터 고비용 채널을 재조정하고 성과 기반 예산 배분 방식을 도입할 것을 제안드립니다.
이전 같았으면 ‘광고 단가가 올라서요…’ ‘콘텐츠 제작비도 생각보다 높았고요…’처럼 설명부터 늘어졌겠지만 이번엔 구조가 있었다. 분명히 다른 글이었다. ‘무엇을’, ‘왜’, ‘그래서 어떻게’가 정리되어 있었다.
보고서를 출력해 회의실로 들어가는 승훈의 발걸음은 전보다 가벼웠다. 발표를 마친 뒤, 허 부장은 보고서를 천천히 넘겨보다 고개를 끄덕였다.
“좋네요. 이제야 쉽게 이해가 됩니다. 쓸데없는 설명은 없고, 핵심도 잘 잡혔어요. 이 흐름이면 회의에서 다시 얘기 안 해도 되겠습니다.”
승훈은 처음으로 허 부장이 ‘다시 묻지 않는’ 순간을 경험했다. 설명하지 않아도 읽히는 글, 질문이 필요 없는 보고서. 그게 얼마나 강력한 신뢰가 되는지를 깨달은 순간이었다.
회의가 끝난 후, 승훈은 고 대리에게 고개를 숙였다.
“대리님, 정말 감사합니다. 말씀 안 해주셨으면 그냥 말투만 고치면 되는 줄 알고 계속 똑같이 썼을 거예요.”
고 대리는 웃으며 말했다.
“말은 겉이고, 생각은 속이겠지요. 좋은 문장은 겉과 속이 같은 방향으로 나아가는 문장일 테니까요.”
그날 이후, 승훈은 문장을 쓰기 전 반드시 ‘내가 지금 어떤 흐름을 타고 있는가’를 자문한다. 생각 없이 쓰는 문장이 사라지자 보고에 대한 스트레스도 줄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다시 묻지 않아도 되는 보고서는 승훈을 더 이상 신입처럼 보이지 않게 만들고 있었다.
문해력/어휘력/이해력 점검 8단계
1. 대면 / 데면데면
‘대면’은 서로 얼굴을 마주 보고 대함을 의미.
‘데면데면’은 사람을 대하는 태도가 친밀감 없이 예사로움. / 성질이 꼼꼼하지 않아 행동이 신중하거나 조심스럽지 않음.
OX 퀴즈
김 대리는 누구를 만나도 데면데면 대하니까 사내에서 인기가 없다. ( ) O
주소만 대면 대면할 필요도 없이 배달이 가능하니까 참 좋은 세상이야. ( ) O
데면데면하면 그 사람 얼굴을 당장 기억할 텐데 말이야. ( ) X
2. 두껍다 / 굵다
‘두껍다’는 두께가 보통의 정도보다 크다는 의미.
‘굵다’는 물체의 지름이 보통의 경우를 넘어서 길다는 뜻.
OX 퀴즈
무슨 라면 면발이 이렇게나 두껍니. ( ) X
그래, 네 팔뚝 두껍다. ( ) X
아직 초등학생인데 무슨 손가락이 이렇게나 굵니. ( ) O
3. 일체 / 일절
‘일체’는 모든 것, 전부, 완전히를 의미.
‘일절’은 아주, 전혀, 절대로를 의미.
OX 퀴즈
일체 간섭하지 마세요. ( ) X
수랏상을 받은 임금님은 일절 고기류를 입에 대지 않았다고 한다. ( ) O
당신에게 군사 단속하는 권한을 일체로 맡길 테니 걱정 근심은 하지 말고 일체 털어버리고 술이나 마십시다. ( ) O
4. 연패(連敗) / 연패(連霸)
‘연패(連敗)’는 싸움이나 경기에서 계속해서 짐을 의미.
‘연패(連霸)’는 운동 경기 따위에서 연달아 우승함을 의미.
OX 퀴즈
우리 팀이 분명 4연승까지는 잘했는데 갑자기 3연패 중이라 답답하다. ( ) O
24년에 이어 25년도 결승에 올랐으니 2연승 하겠네. ( ) X
대한민국이 마침내 3연패의 금자탑을 세웠습니다. ( ) O
5. 생각건대 / 생각컨대
‘-하다’ 앞에 ㄱ, ㅂ, ㅅ 등의 무성음 받침이 있으면 ‘-건대’.
‘-하다’ 앞에 모음이나 ㄴ, ㅁ, ㅇ 등의 유성음 받침이 있으면 ‘-컨대’.
OX 퀴즈
단언건대 대부분의 사람은 나이가 들수록 외출을 너무도 귀찮아한다. ( ) X
예상컨대 하늘에서 분명 비가 쏟아질 것이다. ( ) O
삼가 생각건대 주상께서는 이 일을 잘해내실 것이옵니다. ( ) 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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