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어의 격식과 뉘앙스
사소해 보이는 단어 하나가 때로는 조직 내 신뢰를 결정짓는다. “넵”과 “네”처럼 말이다. 비슷한 의미라도 말투의 격식과 뉘앙스는 상대에게 ‘신뢰’, ‘가벼움’, ‘무성의함’이라는 전혀 다른 인상을 남긴다. 승훈은 어느 날, 이 작은 말의 차이가 가져온 커다란 반응을 마주하며 차근차근 하나씩 배워나간다. 단어는 뜻보다 먼저 느낌이 읽히고, 태도는 표현보다 깊게 남는다. 우리는 익숙하다는 이유로 줄여 쓰고 무해하다는 이유로 넘기지만 일의 무게가 실린 순간 말은 책임이 된다. 승훈이 일상 속 말 한마디에 담긴 신중함과 배려를 배워가는, 작지만 깊은 성장의 기록이 시작된다.
-----------------
승훈은 이제 메신저와 이메일에 제법 익숙해졌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처음엔 매 문장을 작성하기 전 ‘이게 무례하게 보이진 않을까’, ‘좀 딱딱한가?’ 하고 한참을 고민하던 것도 지금은 반쯤 습관처럼 흘러가고 있었다. 특히 “넵”이라는 단어는 그에게 마치 만능열쇠처럼 쓰였다.
가볍고 빠른 데다 공손하면서도 부담스럽지 않은 느낌. 동료들은 물론이고 선배들과의 대화에서도 자주 사용했다.
그러던 어느 수요일 아침, 조 과장이 승훈에게 메신저로 업무 지시를 보냈다.
“승훈 씨, 어제 기획안 5쪽 수치 다시 확인하고 전반적인 흐름도 좀 봐주세요. 오늘 오후 회의 전에 부탁드릴게요.”
승훈은 아무 생각 없이 이렇게 답했다.
‘넵! 바로 확인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답을 보내자마자 조 과장의 메신저에 곧바로 읽음 표시가 떴고 그 뒤 이어진 대답은 짧고 무미건조했다.
‘간단한 말도 상황에 맞게 써주세요.’
이렇게 딱 한 줄이었다. 하지만 그 한 줄이 주는 무게는 승훈의 아침을 퇴근 직전의 시간처럼 무겁게 만들었다. ‘내가 뭘 잘못했지? 실수를 했나? 왜 이 정도 말투에 민감하게 반응하신 걸까?’
오후 회의가 끝난 뒤, 승훈은 일부러 조 과장과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 애를 썼다. 아직 뭐가 문제였는지 분명하게 모르겠기에 괜한 불편함이 앞섰던 것이다. 그런데 회의실에서 나오는 조 과장이 그를 불렀다.
“잠깐 이야기 좀 할까요?”
승훈은 마지못해 따라나섰고 두 사람은 빈 회의실에 마주 앉았다. 조 과장은 약간은 조심스러워하는 듯 말을 꺼냈다.
“승훈 씨, 요즘 말투에 대해서 신경을 써주는 게 좋겠어요.”
승훈은 반사적으로 물었다.
“혹시 제가 오늘 뭐 실수한 게 있을까요…?”
조 과장은 잠시 망설이다가 말했다.
“그냥 단순한 실수가 아닌 듯해서 제가 말하기에는 좀 그랬는데 그래도 누군가는 먼저 말해주는 게 좋을 것 같아서요. 메신저든 메일이든 요즘 몇 번 봤는데 말투가 조금… 가볍다고 느껴졌어요. 특히 외부와 연계된 일들엔 더욱 신중해야 하니까요.”
승훈은 아차 싶었다. 자신이 쓴 말들을 머릿속으로 되짚어봤다.
‘넵넵~ 알겠습니다!’
‘넵! 회의 자료 잘 봤어요~’
‘ㅎㅎ 감사합니다~ 공유 감사합니다!’
그 순간 자신이 얼마나 무심코 친근한 말투를 ‘무난하다’고 착각해 왔는지 깨달았다. 조 과장은 말을 이었다.
“신입 때는 말 한마디, 표현 하나가 곧 그 사람의 인상이잖아요. ‘넵’이라고 한다고 누가 뭐라 하겠어요. 근데 그게 반복되면 업무에 대한 태도 자체가 가볍게 보일 수 있답니다. 특히 보고 대상이 윗선일수록 더 그렇죠.”
승훈은 고개를 끄덕였지만 속은 복잡했다. 단지 ‘넵’이라는 표현 하나 때문인데 이렇게까지 주의를 받아야 할 일일까? 그런데도 어쩐지 납득이 갔다. 그동안 너무 ‘편하게 들리는 표현’에만 의지해 있었던 건 아닐까.
그날 저녁, 승훈은 이전 대화 기록을 훑어보기 시작했다. 그동안 얼마나 자주, 아무 생각 없이 ‘넵’을 사용했는지 스스로도 놀랄 정도였다.
메신저가 아니라 보고 메일에도, 외부 파트너와의 안내에도, 심지어 허 부장에게 보낸 문장 끝에도 ‘넵’, ‘요’, ‘ㅎㅎ’ 같은 표현들이 무심코 섞여 있었다. 다음 날, 승훈은 메신저에서 조 과장의 메시지를 다시 받았다.
‘승훈 씨, 오늘 오전까지 수정안 버전 보내주세요.’
승훈은 손가락을 멈췄다. 이전 같았으면 ‘넵! 알겠습니다!’라고 답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네, 오전 중에 수정안 정리하여 전달드리겠습니다.’
문장 하나를 보내는 데 조금 더 시간이 걸렸지만 마음은 훨씬 가벼웠다. 그 이후 승훈은 대화 방식 자체를 바꾸기 시작했다. 메신저뿐 아니라 메일에서도, 회의록에서도 말투 대신 단어의 무게를 고민했다. ‘넵’은 ‘네’로, ‘요’는 ‘~습니다’로, 웃는 이모티콘 대신 간결한 문장으로.
며칠 뒤, 조 과장은 승훈에게 말했다.
“요즘 말투 단정해졌더군요. 간결하면서도 신중한 인상이 들어서 좋았어요. 업무 신뢰도 올라갔고요. 처음에 고쳐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제가 한마디 한 것이지만 좀 미안하기는 했어요. 그래도 이해해 줘서 고마워요.”
승훈은 처음으로 ‘말투’가 아니라 ‘태도’로 인정받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건 단순한 말투 교정이 아니었다. ‘내’가 쓰는 말의 무게를 고민하기 시작했다는 증거였다.
“넵”과 “네”는 사전에서는 큰 차이가 없을지 모른다. 하지만 실무에서는 그 작은 어휘 하나가 업무의 깊이, 사람 간의 거리, 조직 내 신뢰를 결정짓기도 한다. 이제 그는 깨달았다.
‘말의 차이는 곧 사람의 인상을 만든다.’
그 인상을 신뢰로 바꾸는 건, 단어를 고르는 그 짧은 멈춤의 순간이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문해력/어휘력/이해력 점검 9단계
다음 밑줄 친 부분을 표기법에 맞게 고치시오.
1. 달리 방법이 없는데 제 녀석이 감히 안 하고 베기겠다고? ( ) 배기겠다고
2. 어른들은 진짜 당체 말을 듣질 않으신다니까. ( ) 당최
3. 도대체가 지가 뭔데 나한테 감 놔라 배 놔라 하는 건지 모르겠다니까. ( ) 제가
4. 걔는 왜 그렇게나 하는 짓이 얍쌉한지 도저히 알 수가 없어. ( ) 얍삽한지
5. 그쪽 일은 영수가 누구보다 빳싹하잖아. ( ) 빠삭하잖아
6. 자, 오늘 저녁은 내가 부대찌게 요리사. ( ) 부대찌개
7. 육월과 십월에 도대체가 휴가가 며칠인 거야. ( ) 유월 / 시월
8. 아무리 그래도 쌩판 모르는 사람인데 그렇게 대해서야 괜찮겠어? ( ) 생판
9. 한 차례 태풍이 몰아치더니 이후에는 고즈녁해졌다. ( ) 고즈넉해졌다
10. 제발 좀 게으름피우지 말고 얼릉얼릉 끝내라니까 왜 이리 말을 안 듣니. ( ) 얼른얼른
11. 들뜬 기분이 이제야 갈아앉았는데도 집중이 되지 않는다. ( ) 가라앉았는데도
12. 오른팔로 바닥을 집지 않았으면 큰일 날 뻔했어. ( ) 짚지
13. 그렇게나 좋은 향기를 품어내던 방향제였는데. ( ) 뿜어내던
14. 세락한 고향 마을 한가운데 앉아서 지난 추억을 떠올려본다. ( ) 쇠락한
15. 오늘 우리 동네 식당 오픈 행사로 유명 연애인이 온대. ( ) 연예인
https://www.yes24.com/product/goods/153901970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175542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