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사원의 문해력이 중요한 이유
어떤 말은 끝까지 들어야 의미가 전해진다. 어떤 문장은 제대로 읽어야 의도가 왜곡되지 않는다. 빠르게 소비되고 빠르게 잊히는 말들 속에서도 비즈니스 현장에서는 ‘읽히는 문장’, ‘이해되는 문장’이 결국 경쟁력을 좌우한다. 잘 읽히는 문장은 곧 신뢰이고 신뢰는 곧 기회다. 승훈이 이 단순한 진리를 온몸으로 실감하게 된 건 뜻밖에도 회식 자리였다. 업무 메일도, 회의 보고도 아닌 소주잔이 오가던 저녁 테이블 위에서였다. 그리고 그날, 실수한 건 그가 아니었다. 하지만 아찔할 수도 있었던 상황을 문제없도록 되돌린 건, 신입사원 이승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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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승훈 씨가 프로젝트를 잘 마무리했으니까, 박수 한번!”
허 부장의 말에 조심스러운 박수가 터져 나왔다. 고깃집 안쪽, 가장 조용한 자리에서 팀원들이 둘러앉은 조촐한 회식이 열렸다. 주방에서 막 나온 삼겹살이 지글지글 익고 있었고 소주잔이 조심스럽게 돌았다. 부장은 여전히 테이블을 장악하고 있었고, 조 과장은 조용히 고기를 굽고 있었다. 고 대리는 왼손으로 잔을 들고 오른손으로 휴대폰 메시지를 보내느라 바빴고, 승훈은 말없이 생수만 마시고 있었다.
“오늘은 고 대리가 카드 긁는 날인가요?”
허 부장이 농담처럼 외쳤다.
“그런 의미에서 한잔 받으시죠.”
“에이 부장님, 제 통장은 다이어트 중인데요.”
고 대리가 웃으며 맞받아쳤다.
“근데 조건 하나 있습니다. 발표 자료는 조 과장님이 도와주시는 걸로!”
회식 자리는 유쾌한 웃음소리로 가볍게 들떴고, 승훈은 조용히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어쩐지 오늘 회식이 긴장됐다. 단순히 낯설어서가 아니었다. 며칠 전 고 대리가 작성한 보고서 초안에서 문장의 흐름이 이상했던 게 마음에 걸렸다. 승훈은 그때 수정 여부를 묻고 싶었지만 막내가 선배의 글에 이의를 제기하는 것이 부담스러워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그 보고서는 그대로 외부로 발송됐다.
“고 대리, 그 보고서 어제 파트너 쪽에도 발송했다고 했지?”
조 과장이 불쑥 물었다.
“네, 오전에 일괄 발송했어요.”
고 대리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오탈자는 승훈 씨가 한 번 더 체크해 줬고요. 워낙 꼼꼼하잖아요.”
승훈은 순간 숟가락을 조심스럽게 내려놓았다. 그건 맞으면서도 틀린 말이었다. 맞춤법, 용어 통일, 서체 오류 등 형식적인 부분은 체크했지만 가장 중요한 건 ‘그대로’였다. 그 문장은 여전히 너무 길고 의미가 분산돼 있었다.
그는 고민했다. 이 자리에서 이 이야기를 꺼내는 게 옳을까? 하지만 지금 타이밍을 놓치면 상황이 더 커질 수 있었다. 그래서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대리님, 그 문장 중에요. ‘도입 시 기대 효과’ 부분… 혹시 수정된 버전으로 보내신 거 맞죠?”
일순간, 조용해졌다. 고 대리는 눈을 깜빡이며 말했다.
“수정한 거 아녔어요? 승훈 씨가 확인했잖아요.”
승훈은 살짝 당황했지만 이내 가볍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형식적인 것만 확인했어요. 제가… 그날 문장의 구조가 조금 길다고 느끼긴 했는데 선뜻 말씀드리질 못했어요. 그리고 대리님께서 마지막에 한 번 확인하겠다고 하셔서….”
허 부장이 가라앉은 분위기를 깨보려 노력하면서 흥미로운 듯 말했다.
“어떤 문장이었는데요?”
승훈은 스마트폰을 꺼내어 초안을 보여주었다.
‘기술을 도입하게 될 경우 예상되는 효과는 기존 시스템 대비로서 효율성과 안정성을 기반으로 한 혁신적인 업무 흐름의 전환 가능성을 포함할 수 있습니다.’
문장을 유심히 들여다보더니 허 부장이 바로 대꾸했다.
“이건… 문장이 너무 길고 중간에 뭐가 주어고 뭐가 핵심인지 잘 안 보이기는 하는군요.”
고 대리도 그제야 당황한 듯 말끝을 흐렸다.
“아… 그거… 제가 밤에 급하게 쓰다 보니까… 그냥… 넘어갔나 보네요.”
승훈은 얼른 분위기를 풀기 위해 농담처럼 말했다.
“저도 두 번 읽고 겨우 이해했어요. 솔직히 파트너사에서도 조금 헤맬 수도 있을 것 같아요.”
허 부장이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이해하기 쉬운 문장이 진짜 실력이지. 다 아는 말로 어렵게 말하는 건 누구나 하니까요. 근데 누구나 이해할 수 있게 쓰는 건 아무나 못 하지요. 저도 아직 잘 못하니까요.”
조 과장도 고개를 끄덕이며 술잔을 내려놓았다.
“외부 문서일수록 더 그렇지요. 우리끼리는 어찌어찌 맥락으로 넘기지만 외부에서 볼 때는 문장 하나하나에 신뢰가 달려 있으니까요.”
고 대리는 머리를 긁적이면서 쑥스럽게 웃으며 승훈을 빤히 쳐다보았다.
“와, 승훈 씨… 말 진짜 조심스럽게… 잘한다. 괜히 나도 기분 안 나쁘고… 다음엔 초안 쓰기 전에… 먼저 보여줘야겠군요. 하하.”
그 말을 들은 승훈은 얼굴이 빨개진 채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승훈에게 작지 않은 변화였다. 불과 두세 달 전만 해도 승훈은 자신이 쓴 메일 한 통도 “이게 이상한가요?” 하고 몇 번을 확인하던 사람이었다. 지금은 조심스럽지만 분명하게 문제를 짚을 수 있는 사람이 됐다. 하지만 고 대리가 당혹스러워하는 모습이 보여 조 과장은 한마디 덧붙였다.
“부장님, 그래도 고 대리가 차후 일처리는 스무스하게 잘 넘기니까 업체와의 진행 상황은 문제없을 겁니다. 혹시라도 연락 오면 잘 설명하면 되니까요. 하하.”
“그래요, 우리 고 대리 일 잘하는 건 나도 잘 아니까, 뭐 작은 실수는 있는 법인까요.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지는 법이 있으니까요. 이번 기회에 승훈 씨도 잘 캐치했으니 오히려 긍정적인 상황이 되었네요. 자, 기분 좋게 다들 한잔합시다.”
“부장님, 과장님, 다음부터는 더 신경 쓰겠습니다. 승훈 씨 덕분에 저도 이제 긴장감 잃지 않아야겠습니다. 하하.”
회식이 끝날 무렵, 허 부장이 승훈에게 다가와 귓속말로 이렇게 속삭였다.
“고 대리가 한 방 먹었지만 괜찮아요. 늘 잘하던 사람이라 가끔은 긴장감이 필요하니까. 우리 팀이 또 서로 이런 지적에 대해 관대하니 걱정 안 해도 괜찮아요. 오늘 승훈 씨 같은 사람이 진짜 우리 팀에 필요한 사람이야. 말은 칼이기도 하지만 방패가 될 수도 있어요. 자네 말은 오늘 방패였어.”
그날 밤, 승훈은 돌아가는 지하철 안에서 메모 앱을 켜고 한 줄을 썼다.
‘누군가에게 읽히는 문장을 쓴다는 것은 결국 상대를 배려하는 일이다.’
그 문장 하나 덕분에 승훈은 오늘 조금 더 성장해 있었다. 그리고 그 성장은 분명 다음 문장에서 또 힘을 낼 것이다. 건축물이 완성되기까지 하나씩 하나씩 재료들이 잘 섞여 올라가듯이 승훈도 결국 랜드마크가 될 만한 직장인이 될 것임이 분명하다.
문해력/어휘력/이해력 점검 10단계
1. 바른 말 / 바른말
‘바른 말’은 어법에 맞는 말을 의미.
‘바른말’은 이치에 맞는 말을 의미.
OX 퀴즈
박 차장은 회의 중에 이번 프로젝트의 실패에 대해 바른 말을 하는 데 거침이 없다. ( ) X
바른 말 고운 말을 정확하게 쓸 줄 알아야 국어 실력이 좋아진다니까. ( ) O
정말이지 바른말을 전할 때 바른 말을 사용하면 더욱 신뢰감을 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 ) O / O
2. ~대 / ~데
‘~대’는 ‘~다고 해’의 줄임. 직접 경험이 아닌 타인에게 들른 것을 전달.
‘~데’는 ‘~더라’의 줄임. 스스로 직접 경험한 것을 전달.
OX 퀴즈
그 녀석 오늘은 못 온데. ( ) X
어제 영수는 영희한테 차였대. ( ) O
어제 고향 친구를 만났는데, 그 녀석 참 많이 컸데. ( ) O
3. ~든 / ~던
‘~던’은 지난 일을 나타내는 어미.
‘~든’은 어느 것을 선택해도 차이가 없는 음을 나열하는 보조사.
OX 퀴즈
광수, 정말 잘하던데. ( ) O
누구든지 상관없으니 제발 이 일 좀 끝내기나 해. ( ) O
비가 오던지 눈이 오던지 난 분명히 널 만나러 갈 거라고 얘기했어. ( ) X
4. 띄다 / 띠다
‘띄다’는 남보다 훨씬 두드러짐을 의미. ‘뜨이다’의 줄임말.
’띠다’는 색깔, 기분, 성질, 감정을 나타냄을 의미. ‘나타내다’라는 의미.
OX 퀴즈
우리는 역사적 사명을 띄고 이 땅에 태어났다. ( ) X
그날따라 유난히 그녀가 눈에 띠었다. ( ) X
미소를 띤 얼굴이 눈에 확 띄었다. ( ) O
5. 연도 / 년도
‘연도’는 회계나 결산 등 편의상 구분하게 되는 1년 동안의 전체 기간. 특정 해의 뜻.
‘년도’는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한 해. 전체를 의미.
OX 퀴즈
이번 연도는 여름에 무척이나 더울 것 같아. ( ) X
우리 졸업 연도가 어떻게 되더라? ( ) O
당해 년도 신규 채용공고는 벌써 마감되었습니다. ( ) 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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