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을 빠르게 정리하는 요약 능력
회의는 순간이지만 회의록은 기록이다. 말이 흘러가는 동안 그 핵심을 붙잡아 글로 정리하는 일은 단순한 타이핑이 아니다. 그건 판단이고 해석이며, 업무를 꿰뚫어보는 요약의 힘이라 할 만하다. 승훈은 입사 3개월 만에 회의록을 맡게 된다. 평소 자신에게 따뜻하게 피드백을 주던 고 대리는 그 아침, 회의보다 한 시간 먼저 승훈을 위해 출근해 조용히 다가온다. 두 사람 사이엔 묵묵한 책임감과 은근한 신뢰가 자라고 있었다. 그리고 그날, 승훈은 회의록이야말로 ‘실력을 가늠하는 또 하나의 결과물’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
오전 7시 10분. 사무실의 불은 꺼져 있었고, 빌딩 안에는 출입카드의 삑 소리만이 정적을 깨고 있었다. 승훈은 굳이 탕비실에 비치된 믹스 커피를 한 잔 타도 되는데 비몽사몽한 기분도 없애버릴 겸, 굳이 밖에 나가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을 사서 자리에 앉았다. 그러고는 한숨을 쉬는 마음가짐으로 기분을 차분히 달래고는 노트북을 켰다.
오늘 오전 9시 30분, 허 부장이 주재하는 팀 전략 회의가 예정돼 있었다. 승훈은 처음으로 회의록을 ‘혼자서’ 맡게 되었다. 부장님의 특별 지시였던 것이다. ‘왜일까? 아직 신입인 나에게….’ 인정받았다는 기쁨과 함께 혹시 실수라도 하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이 동시에 엄습해 왔다.
어제 저녁, 승훈은 자리에 스탠드만 겨우 켜진 어두컴컴한 사무실에 남아 부서의 이전 회의록 20여 건을 프린트해서 꼼꼼하게 낭송하듯 읽었다. 각 회의록은 작성자에 따라 완전히 다른 ‘색깔’을 지니고 있었다. 어떤 회의록은 대화체로 너무 장황했고, 어떤 회의록은 핵심만 요약되어 있었지만 생략이 많았다. 어떤 건 누가 무슨 말을 했는지 한눈에 들어왔고, 또 어떤 건 ‘이 회의에서 도대체 뭐가 결정됐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
그는 깨달았다. 회의록이란 건 ‘말을 받아 적는 일’이 아니라 ‘말의 흐름을 구조화해서 다른 사람이 읽고 이해하게 만드는 것’이라는 사실을.
그때, 사무실 문이 열렸다.
“생각보다 더 일찍 왔네?”
고 대리였다. 회의는 두 시간 넘게 남았지만, 그도 머그잔을 들고서 주섬주섬 책상으로 다가왔다. 승훈은 놀라 눈을 동그랗게 떴다.
“대리님이 왜 이렇게 아침 일찍…?”
고 대리는 커피를 한 모금 벌컥 마시며 앉았다.
“오늘 승훈 씨가 회의록 맡는다는 소릴 듣고. 나는 처음 맡았을 때 새벽 여섯 시에 나왔던 기억이 나서요. 얼마나 떨릴지 알아서. 분명 도움이 필요할 것 같아서요. 물론 혼자 해낼 수도 있겠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승훈은 멋쩍게 웃었다.
“하루 전부터 복습했는데, 이게 생각보다 감이 안 와요.”
고 대리는 자리에서 일어나 승훈의 옆자리로 의자를 끌고 와 앉았다. 그러면서 다정한 말투로 건넸다.
“내가 회의록 쓰면서 했던 실수부터 알려줄까요?”
승훈은 메모 준비를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첫 번째. 모든 말을 받아 적으려고 했어요. 그랬더니 회의 끝나고 나도 내가 뭘 썼는지 모르겠더라고요. 두 번째. 핵심을 놓쳤지요. 중요한 논의가 어떤 순서로 오갔는지, ‘결론이 뭔지’를 제대로 못 적은 거죠.”
“그럼… 어떻게 해야 좋을까요?”
“말을 그대로 받아 적지 말고, ‘요점화’를 할 것. 그게 요약의 핵심이니까. 그리고 꼭 정리해야 할 세 가지만 기억할 것.”
고 대리는 흰 종이를 꺼내 적기 시작했다.
1. 이 회의에서 무엇이 논의됐는가?
2. 그 중에서도 누가 결정권을 가졌고, 어떠한 결론이 났는가?
3. 다음 액션은 누구의 몫인가?
승훈은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
“혹시, 좋은 회의록 예시… 보여주실 수 있나요?”
고 대리는 노트북을 켜고 자신의 예전 회의록 하나를 열었다. 짧은 문장들로 요약된 내용, 화살표로 연결된 업무 흐름, 그리고 마지막에 정리된 책임자별 액션 리스트까지…. 승훈은 감탄해 마지않았다.
“이렇게 명확할 수가 있구나….”
고 대리는 웃으며 말을 이었다.
“잘 쓰려고 하지 말고, 명확하게 쓰려고 해봐요. 그럼 느낌이 팍 하고 올 겁니다.”
9시 30분. 회의실. 허 부장의 발표가 시작됐다. 전략 회의답게 숫자와 계획이 필살기처럼 오갔고, 부서 간 이슈도 수면 위로 올랐다. 승훈은 타이핑을 하다가 몇 번, 손을 멈췄다.
‘지금은… 정리하지 말고 듣자.’
고 대리의 조언이 떠올랐고, 그 순간 허 부장의 말이 두 번째로 반복되었다.
“결국, 이번 분기 성과를 좌우할 건 협업 지연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에 달려 있어요.”
승훈은 그 문장을 ‘이번 회의의 요지’로 기록했다. 그리고 그 아래에 담당자, 마감 기한, 필요한 조치 사항을 간단히 메모했다.
오후 2시. 그는 회의록 초안을 다 쓴 뒤, 고 대리에게 보여주었다. 그는 꼼꼼히 읽은 후 기분 좋게 말했다.
“좋다. 그리고 이 부분은 살짝만 바꿔봅시다.”
고 대리는 승훈의 초안 중 다음과 같은 문장을 가리켰다.
‘부장님께서는 협업의 필요성을 강조하시며, 이에 따른 대응 방안을 종합적으로 검토해보자는 의견을 말씀하셨다.’
고 대리는 그 문장을 이렇게 고쳐 적었다.
‘협업 지연 문제는 분기 성과에 직결되므로, 이에 대한 대응 방안 검토를 지시함. (담당: 기획팀, 6/15까지)’
승훈은 놀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같은 말인데 이렇게 다르네요.”
고 대리는 미소 지으며 이었다.
“회의록은 메시지를 정제해서 ‘업무 지시문’으로 바꾸는 작업이에요. 감탄사를 없애고, 책임과 기한을 드러내는 것. 그게 실력이죠.”
그날 밤, 승훈은 회의록 최종본을 정리한 뒤 전송 버튼을 눌렀다. 그리고 처음으로 이렇게 생각했다.
‘나는 오늘, 말이 아니라 의미를 기록했다.’
회의록 한 장을 완성했다는 자부심은 단지 문서를 잘 썼다는 의미가 아니다. 그는 일의 흐름을 읽는 눈을, 말 속의 결론을 붙잡는 감각을 처음으로 체득한 것이었다.
문해력/어휘력/이해력 점검 12단계
1. 율 / 률
‘율’은 앞말이 모음이나 ‘ㄴ’ 받침으로 끝날 때.
‘률’은 그 외 받침으로 끝날 때.
OX 퀴즈
감소율, 소화율, 비율, 이자율. ( ) O
백분율, 회전율, 할인율, 전환율. ( ) O
이탈율, 경쟁율, 사망율, 입학율. ( ) X
2. 결재 / 결제
‘결재’는 문서나 안건을 승인하는 행위.
‘결제’는 주로 돈을 주고받을 때 사용. 일을 처리하여 끝냄.
OX 퀴즈
부장님, 결제 올렸습니다. ( ) X
현금 말고 카드로 결재할게요. ( ) X
손님, 결제 도와드리겠습니다. ( ) O
3. 알맞은 / 알맞는
‘알맞은’은 일정한 기준, 조건, 정도에 넘치거나 모자라지 아니한 데가 있음.
‘알맞는’은 잘못된 표현으로, 동사 ‘맞다’의 활용형 ‘맞는’에서 유추.
OX 퀴즈
본인에게 알맞는 직업은 도대체가 뭐라고 생각하는 건가요. ( ) X
다음 중 보기의 빈칸에 들어갈 내용으로 알맞은 것을 고르시오. ( ) O
그곳은 잠깐 비를 피하기에 알맞는 곳이었다. ( ) X
4. 꽤나 / 깨나
‘꽤나’는 ‘보통보다 조금 더한 정도’의 부사 ‘꽤’에 ‘수량이나 정도’를 나타내는 보조사 ‘나’가 붙은 부사어.
‘깨나’는 어느 정도 이상의 뜻을 나타내는 보조사.
OX 퀴즈
오늘은 햇살이 깨나 따뜻했어. ( ) X
너 힘깨나 쓰는구나. ( ) O
돈깨나 있다고 잘난 척하기는. ( ) O
5. 늑장 / 늦장
원래 ‘느릿느릿 꾸물거리는 태도’를 뜻하는 단어는 ‘늑장’뿐이었으나 현재는 ‘늦장’도 복수 표준어로 인정.
복수 표준어의 예시
가뭄/가물, 간질이다/간지럽히다, 감감무소식/감감소식, 게을러빠지다/게을러터지다, 거치적거리다/걸리적거리다
가엾다/가엽다, 들락날락/들랑날랑, 딴전/딴청, 떨어뜨리다/떨구다, ~뜨리다/~트리다
손자/손주, 헛갈리다/헷갈리다, 쇠고기/소고기, 복받치다/북받치다, 여쭈다/여쭙다
이곳에 올리는 브런치 글을 바탕으로 출간된 도서 <AI 시대의 필수 문해력 수업>이 예스24 실시간 종합 1위/인문 1위/IT모바일 1위를 차지하였습니다.
https://www.yes24.com/product/goods/153901970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175542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