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답만 좇던 우리 모두의 오답 노트

영화 <관념의 남자 김철수>

by Jeremy
KakaoTalk_20260418_090601992.png



정답만 좇던 우리 모두의 오답 노트, 영화 <관념의 남자 김철수>


오랜만에 극장 안이 기분 좋은 온기로 가득 찼던 시간이었습니다. 4월 22일 개봉한 화제작, 압구정 CGV에서 진행된 영화 <관념의 남자 김철수>의 시네마톡(GV) 사회를 맡아 관객분들과 아주 밀도 높은 대화를 나누고 왔습니다.


영화가 끝난 직후라 그런지 객석의 분위기는 한껏 달아올라 있었는데요. 저 역시 관객분들의 호흡에 맞춰 조금 더 유쾌한 분위기를 끌어내고자 작은 이벤트를 하나 준비했습니다. 무겁고 진지한 평론가의 모습 대신, GV 진행 중 슬쩍 꺼내든 재미있는 소품 하나에 극장 안이 금세 웃음바다가 되었죠. 덕분에 딱딱한 격식은 내려놓고 아주 편안하고 생동감 넘치는 대화의 장이 열릴 수 있었지요.


이번 GV가 유독 즐거웠던 이유는 단연 이재리 감독(겸 배우), 차시윤 감독(겸 배우), 그리고 김용재 배우가 뿜어내는 입체적인 케미스트리 덕분입니다. 스크린 안에서 보여준 유쾌한 앙상블이 GV에서도 고스란히 이어지더군요. 세 분의 핑퐁 같은 티키타카를 곁에서 조율하며 저 역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푹 빠져들었습니다.




정답 없는 세상, 주관식 모험을 떠난 철수의 이야기


영화 자체도 곱씹을수록 그 맛이 참 좋습니다. <관념의 남자 김철수>는 평생 사회가 정해놓은 '정답'이라는 객관식만 고르며 살아온 초등학교 교사 철수가, 여자친구 세미와의 이별 위기 앞에서 정신과 의사 '김레오나르도'에게 극단적인 처방을 받고 낯선 '위성 도시'로 떠나는 블랙 코미디입니다.


미국 시네퀘스트 영화제 코미디 부문에 공식 초청받았을 만큼 유머의 타율이 훌륭하지만, 그저 웃고 넘기기엔 뼈를 때리는 묵직함이 있습니다. 우리 모두 각자의 '고정관념'이라는 단단한 껍질 속에 숨어 살고 있지 않은가 하는 질문을 툭 던지거든요.


수많은 원고를 다루며 방대한 생각들을 독자가 소화하기 쉬운 '지식의 덩어리'로 큐레이션 하는 것이 제 오랜 고민이듯, 두 감독님 역시 철수의 기상천외한 여정을 통해 '관념의 탈피'라는 복잡한 주제를 아주 경쾌하고 맛깔나는 서사 구조로 직조해 냈습니다.




관객과 함께 완성된 메시지


GV를 진행하며, 그리고 현장에 오셨던 여러 관객분들의 리뷰를 찬찬히 살펴보며 가장 인상 깊었던 지점은 단연 '공감'이었습니다.


"나 역시 한국 사회가 요구하는 관념에서 벗어나려 발버둥 치는 터라, 철수의 찌질하지만 짠한 모습에 깊이 이입하며 관람했다"는 후기가 기억에 남습니다. 창작자가 스크린을 통해 건넨 'I-message'가 관객들의 마음속에 가닿아 완벽한 'You-message'로 치환되는 짜릿한 순간. 작가이자 평론가로서 이런 생생한 소통의 현장에 함께할 수 있다는 건 참 가슴 뛰는 일입니다.


유쾌한 웃음 끝에 진한 여운을 챙겨가고 싶으신 분들, 혹은 일상의 궤도에서 잠시 이탈해 나만의 오답 노트를 써보고 싶으신 분들께 이 작고 단단한 독립영화를 강력히 권합니다. 따뜻한 봄날, 극장에서 철수의 주관식 모험에 동참해 보시길 바랍니다.


https://youtu.be/h71_BjD7T9I?si=oKp1x2DD0dzN8hJz


매거진의 이전글인공지능이 우리와 같은 '몸'을 갖게 된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