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직 나만을 위한 도피처, 카페 천국

취미는 취미 수집

by Jeremy

오랜만에 다시금 브런치에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위클리매거진이 업그레이드를 준비 중인데 빨리 글을 써서 올리고 싶은 마음이 커서

자체적으로 브런치에 그냥 글을 올리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이번에는 브런치 위클리매거진 도움없이 오롯이 순수하게 제 글만의 힘으로 많은 분들이 사랑해주십사 하는 바람으로 쓰기 시작합니다.


이번 브런치의 주제는 '취미'입니다.

저는 지금도 취미가 많고, 예전에도 취미가 많았고, 이후에도 많을 것 같습니다.


늘 뭔가를 배우는 것은 재미가 있습니다.

더불어 배우지 않는 것도 재미가 있습니다.


이러나 저러나 저만의 콘텐츠로 남아서 가장 저다운 모습을 찾아가는 것이겠지요.


저도 제 인생은 처음이라 어떻게 될지 모릅니다.

그냥 열심히 살고, 재미있게 살 뿐입니다.


그러다 보면 저라는 사람처럼 살아간 또 하나의 방식이 나오는 것이겠지요.

그러한 재미로 이 글들도 쓰고 싶습니다.


취미가 더 이상 무의식적으로 '독서', '음악감상', '영화관람'이 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오히려 이력서에 그 칸이 없어져야 하는 것이 더 맞는 것이겠지만요.


여하튼 저의 새로운 브런치가 시작됩니다.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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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이 열리네요. 그대가 들어오죠. 첫 눈에 난 내 사람인 걸 알았죠….’ 세상 그 무엇도 갈라놓을 수 없을 것만 같은 운명적인 만남은 꼭 예쁜 카페에서 시작될 것만 같다. 드라마를 너무 많이 보다 보니 현실과 드라마 속 세상을 혼동하고 있는 걸까? 나는 정말 그런 걸까?


카페는 이처럼 로맨틱하면서도 달달한 공간임에 틀림없다. 스타벅스, 커피빈, 투썸플레이스, 탐앤탐스, 엔제리너스 같은 프랜차이즈 카페보다는 소소한 동네 카페가 좋다. 느낌적인 느낌, 아니면 달달한 감성을 느끼기에는…. 이 역시나 더없이 드라마적인 발상이겠지만 안락함과 포근함을 느끼려면 창가 자리를 양보할 순 없다. 왠지 비가 오거나, 눈이 내리거나, 간질거리는 햇살이 따스하게 내리쬐거나.


집에서 글을 끄적이거나, 책을 읽어야 하는데 집중이 잘 되지 않을 때가 있다. 솔직히 그렇지 않은가. 귀차니즘이 우주 빅뱅처럼 대폭발하여 무릎이 다 닳아빠진 츄리닝 바지를 입는 둥 마는 둥 입고서 양치도 세수도 제대로 하지 않아 약간은 멍한 상태. 그런데 뭔가는 해야 한다는 죄책감이 들어 꾸역꾸역 하고는 있는데 내용이 눈을 통해 머리로 가는 건지 눈으로 들어가기는 하는 건지 싶은 그런 코마 상태.


그럴 때는 나 스스로 나를 토닥여본다. ‘카페 가서 책 읽어봐. 카페 가서 글 써봐. 분위기가 달라지면 책도 잘 읽힐 테고, 글도 잘 써질 거야.’ 게으름이 계속 누적되어 가는 와중에도 엄습해 오는 죄책감. 휴, 결국 양치를 한다. 세수도 한다. 핏이 예쁜 청바지도 꺼내어 입고 심플하지만 디자인이 예쁜 셔츠도 입는다. 백팩에는 책 한 권을 넣고, 노트북을 넣고, 뭔가 잘할 수 있을 것만 같은 다짐까지 꾸역꾸역 집어넣고….


문을 열고 나가려는데 여섯 냥냥이가 우르르 달려온다. 가지 말라고. 같이 놀아달라고. 맛있는 간식 달라고. 미안한 마음을 겨우 억누르며 문을 여는데 중 가장 활발한 아이가 밖으로 뛰쳐나온다. 고양이는 영역 동물이라 멀리 가지도 못하고 우리 집은 7층이라 더욱이 어디 갈 수도 없는데 굳이 그렇게 밖으로 나와야 한다. 바깥세상은 호기심 천국인가보다. 그러다가 살짝 두리번거리고는 다시 들어간다. 문단속 끝.


그나마 조금 일찍 부지런을 떨었다면 창가 자리에 앉을 수 있다. 그런데 왜 굳이 나는 이렇게 창가 자리에 집착하는 것일까? 혹시 나에게 고양이 같은 습성이 있어서 그런 걸까? 하루 종일 집에 있는 고양이에게는 창밖이 TV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냥 멍하니 사람 지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아이디어를 떠올려보기도 하고, 창가에 앉아 노트북을 펼쳐놓고 글을 쓰거나 책을 읽고 있는 모습을 바깥의 누군가가 보고서 ‘우와, 분위기 있네’ 하는 생각을 해주었으면 하는, 가끔씩 피어오르는 특유의 관종 마인드 때문에?


사실 카페에서는 쉬고 싶은 마음이 크다. 단 몇 분이라도 멍 때리는 기분을 느끼고 싶은 마음이라고나 할까. 죄책감 때문에 노트북도 들고 가고, 책도 들고 가지만 솔직히 그냥 모든 것을 내려놓고 쉬고 싶다. 혹시 ‘집에서 쉬는 게 더 좋지 않나요?’라고 묻지는 말아주시기를. 집에서는 왠지 할 일이 산더미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청소부터, 빨래, 설거지, 방 정리, 거실 정리, 화장실 청소, 고양이 뒤치다꺼리 등등등. 안락하고 편안한 내 집인데 어느 순간 쓰나미처럼 두려움이 휘몰아칠 때가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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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 도피를 위해 동네 카페로 탈출한다. 부지런쟁이들은 청소와 정리를 통해 즐거움을 느끼겠지만 나는 그러질 못해서 우선은 피하고 봐야 한다. 정신 건강을 위해서라도. 동네 카페에서 틀어주는 음악은 그리 크지 않기 때문에 ASMR을 듣는 것처럼 졸릴 때가 많다. 그런 기분이 딱 좋다. 세상은 더없이 빠르게 달려가고, 날아가는데 이곳에서의 시간은 나의 심장 박동수에 맞추어주듯 느긋하게 걸어간다. 가끔씩은 기어간다고나 할까.


공간이 주는 안락함도 있다. 인테리어가 전문가의 손길을 거쳤거나 아니더라도 뭔가 통일감 있게 정리되어 있으니 보는 맛을 넘어 감상하는 맛이 있다. 더불어 넉넉하면서도 푹신한 2인용 소파에 앉아 커다란 쿠션을 껴안고서 비스듬히 팔걸이에 기대어본다. 세상 그렇게 편할 수가 없다. 여기가 천국이오.


갈수록 프랜차이즈 카페에는 가지 않으려고 한다. 우선 특유의 번잡함이 싫다. 유명한 곳이다 보니 손님이 너무 많다. 음악도 너무 시끄럽다. 조용한 템포의 곡을 틀더라도 크게 틀어서인지 사운드에 맞춰 내 심장도 따라 쿵쾅거린다. 그런데 그런 와중에 노트북을 켜놓고서 열심히 작업을 하고 있는 분들을 보면 놀랍기만 하다. 강철 같은 저 집중력이라니. 물론 그들은 나와 다른 분들이라 뭐라 할 수 없겠지만 신기하다. 집중력 강화 훈련을 받으신 건가?


솔직히 나의 집중력은 너무나 비루해서 귀마개를 꽂지 않으면 도무지 되는 것이 없다. 작은 소리에도 계속 신경이 거기에 반응하기 때문에 귀마개의 도움이 없으면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그러다 보니 프랜차이즈 카페는 나의 휴식과 힐링을 위한 도피처가 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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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금 동네 카페로 터벅터벅 걸어간다. 나만의 안식처, 도피처, 탈출구. 아무도 그곳을 몰랐으면 좋겠다. 돈을 벌어야 하는 사장님에게는 미안한 마음이지만 나만 알고 싶다. TV에 소개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SNS에 추천글도 올라가지 않았으면 좋겠다. 지나가다가 문득 예쁜 카페라며 마구마구 들어오지도 않았으면 좋겠다.


너무나도 이기적인 나라는 생각이 들지만 오직 나를 위해 행복한 이기주의자가 되고 싶다. 그런 마음으로 고즈넉한 동네 카페에 앉아 있고 싶다.


‘혹시나 너무 오래 앉아 있다고 사장님이 살짝 눈치 주신다면 카페 라테 한잔 더 주문할게요. 그 정도 센스는 있습니다. 종종 온다고 굳이 친한 척하시는 것은 사양할게요.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서 이곳을 사랑하는 거니까요. 물론 카페 라테 스몰 사이즈를 라지 사이즈로 업그레이드해주시는 건 사양하지 않겠습니다. 오늘도 좀 오래 앉아 있다가 갈게요. 혹시 꾸벅꾸벅 졸지도 몰라요. 하지만 금방 깰 테니 너무 염려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무엇보다 여기에 예쁜 카페 오픈해주셔서 감사해요. 힘들었던 하루, 도망치고 싶은 일주일이 이곳에서 스르륵 풀리는 거 같아요. 제가 조금 이기적으로도 보여도 카페를 사랑하니까 나쁜 고객으로 여기진 말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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