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혼자만의 멜랑꼴리 한(ㅎㅎ) 둘째 밤이 지나고 다음날 날이 밝았지만 상황은 더 좋지 않았다. 어찌어찌 롯지로 갔지만, 리프트가 열릴 기미가 없었다.
스키장에서는 신설이 내리면, 눈사태 위험을 미리 차단하기 위해 Avalanche Mitigation이라는 프로세스를 통해 스키어들의 안전을 도모한다. 좋은 명당자리를 잡느라 잠을 설치고 차지한 주차장에서 커피를 끓여 내려마시고 있었다. 새벽부터 쿵~ 쾅~ 하는 소리로 눈사태 안정화 작업을 하는가 했는데 한 번은 꽤나 큰 굉음이 들렸다. 나와 파트너는 꽤나 큰 다이너마이트를 터트렸나 보다 짐작했다.
그런데 곧이어 앰뷸런스가 연이어 주차장으로 진입하고 주변이 어수선했다.
한 시간여 지난 후, 리프트가 전면 중단되었다는 소식이 들려왔기에 점심즈음 우리는 차를 돌려 숙박지로 돌아왔다. 그리고 몇 시간 후 미디어를 통해 들려온 뉴스는, 눈사태 안정화를 진행하던 중 두 명의 스키 패트롤이 눈사태를 만나 중상을 입었고 병원으로 후송되었다는 것이었다.
그 커다란 굉음이 눈사태였고, 앞뒤를 다투어 진입했던 앰뷸런스는 부상자를 실어 나르기 위한 것이었음을 깨달았다. 신설이 조금씩 쌓여가면서 밤사이 떨어진 기온으로 표면이 얼고 다시 신설이 내려 쌓이는 과정이 이루어진다면 눈사태의 위험은 적을 것이다. 하지만, 신설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 한꺼번에 눈이 폭발적으로 내리는 상황이라면 base가 단단하지 않을 것이 뻔하고, 눈사태 발생의 위험도가 높아진다.
이번 폭설의 경우가 그에 해당된다. 스키장이 오픈하고 한두 차례 눈이 내리긴 했으나 스키어들이 즐길만한 수준에는 미치지 못했었다. 그리고 갑자기 며칠 만에 몇 피트의 폭설이 쏟아지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리프트를 오픈하기 전에 안정화 작업을 하다가 그만 인명사고가 발생된 것이었다. 갑작스러운 사고에 스키장 측에서는 사고를 당한 동료들의 회복을 기원하는 숙연한 마음을 기반으로 전면 스키리프트를 중단한 것이었다.
모든 리프트가 중단되었고 더 이상 다시 오픈할 기미가 보이지 않자 우리는 숙소인 RV Park으로 돌아왔다. 이른 점심을 먹고 저녁을 먹고 내일은 다시 개장하겠지라는 희망으로 잠을 청했다.
하지만 웬걸, 다음날 아침 앱을 통해 확인해 보니 오늘도 리프트는 중단을 이어간단다. 꼬박 6시간 거리의 스키장으로 크리스마스 연휴를 통째로 반납한 우리에겐 정말 난감한 상황이었다.
이왕 리프트가 닫혔으니 마음 비우고 충정하는 셈 치기로 하였다. 오후 2시경, 이른 점심으로 주꾸미를 구웠다. 평소 나의 파트너의 최애 음식인 주꾸미는 마켓에서 날것을 사서 주무르고 비빈 후 씻고 삶고 양념하는 제법 지루한 과정을 거쳐 준비되는 음식이다. 하지만, 먹는 것으로 시간을 때 우는 우리로선 비상식량으로 집어온 주꾸미를 꺼내야 할 시점.
지글지글 불판에 주꾸미를 굽고 해가 중천에 떠있는 대낮이지만 낮술을 들이켰다.
다 먹고 치웠는데도 아직 해가 지기는 이른 시각. 답답한 마음에 내 키만큼 쌓인 눈을 바라만 보는 것도 억울해 산책을 나가기로 했다.
추운 날씨로 꽝꽝 얼어붙은 눈길을 조심조심 걷고 있었다. 차내에 있다가 나오느라 얇은 장갑을 낀 손이 시렸다. 잠깐 주머니에 손을 넣어 덥히려는 순간.
“ 어 어 어어어~~~”
그만 꽈당하고 넘어지고 말았다. 주머니의 손을 꺼낼 찰나조차 허락되지 않은 낙상이었다. 넘어지는 순간, 두 번의 낙상으로 험난한 고관절 수술을 겪어냈던 친정 엄마 생각에 어떻게든 낙법을 발휘해야 했다. 내가 군에 다녀온 것도 아니고 태권도를 제대로 배워본 적도 없지만, 넘어지는 그 순간 내 머릿속에 번뜩 낙법을 봤던 기억이 떠올랐던 것 같다.
최대한 몸을 웅크리며 구부리고자 했던 것 같다.
하지만, 주머니에 손을 넣은 낙법이 무슨 소용이겠는가,
아뿔싸….
끊어질듯한 손목의 통증이 밀려왔다.
- 손모가지 통증투혼은 다음 회에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