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장.변하지 않는 변화

J_Part 5. 남아 있는 사람의 얼굴

by 직장인C

사람들은 남아 있는 사람을 믿는다.

떠난 사람보다.


“요즘 많이 힘드시죠.”

팀장이 말했다. 회의가 끝난 뒤, 아무도 없는 자리에서.

나는 잠깐 말을 멈췄다.
이런 질문에는 바로 대답하면 안 된다.


“괜찮아요.”

너무 빠르지 않게.


“조금... 책임감이 생긴 것뿐이에요.”

책임감. 이 단어는 사람을 선하게 보이게 만든다.


“그래도 많이 달라졌어요.”

팀장은 이어서 말했다.


“팀 분위기도 그렇고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다들 애써주고 있어서요.”

‘다들’이라는 말은 개인을 지운다.

그래서 안전하다.


그날 이후로 나는 ‘남아 있는 사람’의 얼굴을 연습했다.

회의에서는 조금 더 차분하게.

메일에서는 조금 더 공손하게.

팀원들 앞에서는 절대 먼저 불만을 말하지 않았다.

대신 이렇게 말했다.


“요즘은 다들 힘들잖아요.”

이 말은 누군가를 특정하지 않는다.

그래서 모두가 자기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JD가 말했다.


“그래도 J님이 계셔서 다행이에요.”

나는 웃었다.


“아니에요. 저도 도움 많이 받아요.”

겸손은 언제나 신뢰를 부른다.

어느 순간부터 팀 안에서는 이런 말들이 자연스럽게 오갔다.


“그래도 지금이 낫지 않아요?”

“요즘은 불필요한 긴장감이 없어서 좋아요.”“이제야 팀 같아요.”

나는 그 말을 고쳐주지 않았다. 설명도 하지 않았다.

사람들은 스스로 결론을 내릴 때 가장 강하게 믿는다.

팀장은 여전히 모든 걸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문제가 있었다는 것도, 지금은 안정됐다는 것도.

하지만 그는 과정의 방향은 보지 못했다.

그건 눈에 보이지 않으니까.


나는 가끔 혼자 남아 있는 사무실에서 이렇게 생각했다.

사람들은 결과를 사랑한다.

그리고 결과가 괜찮으면 그 과정에서 누군가 사라진 건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나는 여전히 “힘들다”는 말을 입에 올리지 않았다.

대신 이렇게 말했다.


“그래도 해야죠.”

그 말은 헌신처럼 들린다. 그리고 헌신은 의심받지 않는다.

며칠 뒤, 팀장은 다시 말했다.


“새로 오는 분은 J님이랑 잘 맞으면 좋겠어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좋겠네요.”

그 순간 나는 확신했다.

이제 누가 와도 상관없다. 이미 이 팀은 내 기준으로 숨 쉬고 있었다.


나는 창문에 비친 내 얼굴을 잠깐 바라봤다.

피곤해 보였지만, 괜찮아 보였다.

사람들이 믿을 만한 얼굴.


그리고 아직 아무것도 하지 않은 사람의 얼굴.


-To be contin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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