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장. 변하지 않는 변화

J_Part 4. 빈자리는 곧 역할이 된다.

by 직장인C

사람이 떠난 자리는 늘 비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그 자리는 곧바로 의미로 채워진다.

나는 그걸 먼저 했다.


“다음 달쯤, 인원 충원 얘기가 나올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이 말은 팀장이 한 것이었다. 회의가 끝나갈 즈음, 아주 가볍게.


“아직 확정은 아니지만요.”

확정이 아니라는 말은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건, 빈자리가 공식적으로 언급되었다는 사실이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그 전까지는 지금 인원으로 버텨야겠네요.”

‘버틴다’는 말은 노력하는 사람처럼 들린다.

팀장은 그 말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그래도 지금은 훨씬 안정됐잖아요.”

안정. 이 단어가 나올 줄 알았다.

사람들은 언제나 결과를 보고 안심한다. 과정은 잊고.


그날 이후로 나는 팀 안에서 기준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아주 노골적이지 않게. 하지만 분명하게.


“이제는 속도가 중요해요.”

JD에게 말했다.


“완성도도 중요하지만,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빨리 맞추는 게 더 중요해요.”

JD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더 효율적이죠.”

효율. 이 말이 나오면 사람들은 질문을 멈춘다.

H에게는 다른 말을 했다.


“팀장님 피드백이 빨라지셨어요.”

사실이기도 했다. 하지만 전부는 아니었다.


“그래서 중간에서 정리해주는 역할이 더 중요해질 것 같아요.”

H는 잠깐 생각하다가 말했다.


“그럼... 저희가 팀장님이랑 직접 소통하는 건 줄어들겠네요.”

나는 웃었다.


“아니에요. 다만 흐름은 하나로 가야죠.”

이 말은 모순처럼 들리지만, 이상하게 사람들을 설득한다.

며칠 뒤, 팀 내부 대화에서 이런 말이 나왔다.


“다음에 들어오는 분은 이 팀 분위기에 잘 맞아야 할 것 같아요.”

누가 처음 말했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건, 아무도 반대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맞아요.”

JD가 말했다.


“예전처럼 힘들어지는 건... 솔직히 좀.”

그는 끝까지 말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끝맺음 없는 문장이 모든 걸 설명했다.


예전처럼.

그 말 속에는 L이 있었다.

이제는 이름조차 불리지 않는.

나는 속으로 정리했다.

이 팀은 이제 이렇게 기억될 것이다.


우리는 노력했다

우리는 배려했다그런데 누군가는 그걸 견디지 못했다

이 서사는 누구를 악인으로 만들지 않는다.

그래서 더 안전하다.

팀장은 나에게 다시 말했다.


“다음에 사람이 들어오면 이번에는 좀 더 신중하게 봐야겠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좋을 것 같아요.”

그리고 덧붙였다.


“팀에 잘 맞는 분이면 좋겠어요.”

‘잘 맞는다’는 말은 정의되지 않는다.

그래서 내가 정할 수 있다.


그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나는 생각했다.

사람 하나를 팀에서 밀어내는 데 큰 소동은 필요 없다.

목소리를 높일 필요도, 명확한 가해자도 필요 없다.

그저, 기준을 만들고, 기억을 정리하고, 분위기를 맞추면 된다.그러면 다음 사람은 그 기준 안으로 들어온다. 그리고 그 사람은 모르게 된다.

이 자리가 원래 누구의 것이었는지.


나는 아직 아무도 만나지 않았다. 새로 올 사람의 얼굴도, 이름도 모른다.

하지만 상관없었다. 이미 자리는 만들어졌으니까.

그리고 나는 그 자리가 어떤 사람을 삼킬지 이미 알고 있었다.


-To be contin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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