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_Part 1. 괜찮아 보이는 사람
R은 첫날부터 무난했다.
너무 무난해서 기억에 남지 않을 정도로.
“잘 부탁드립니다.”
회의실 문을 열고 들어온 R은 말투도, 자세도, 시선도 딱 적당했다.
과하지 않고 부족하지도 않은.
나는 그게 마음에 들었다.
“업무는 조금씩 파악하시면 됩니다.”
“모르는 건 바로 물어보셔도 되고요.”
내 말에 R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팀장님.”
그 대답에 어딘가 안심이 됐다.
요즘은 그저 문제 없는 사람이 가장 귀했으니까.
J는 회의 내내 조용했다.
예전 같았으면 새로 온 팀원에게 업무 구조를 설명하고, 맥락을 잡아주고, 자기 역할을 분명히 했을 텐데.
그날의 J는 메모만 하고 있었다.
차분했고, 조용했고, 성실해 보였다.
나는 그걸 성장이라고 받아들였다.
회의가 끝나자 J가 말했다.
“R님, 혹시 이후에 잠깐 시간 괜찮으세요?”
정중한 말투였다.
“제가 업무 흐름만 간단히 설명드릴게요.”
나는 그 장면을 보며 속으로 생각했다. 그래, 이제는 잘 돌아가고 있구나.
며칠 동안 특별한 문제는 없었다.
R은 요청한 자료를 제때 올렸고 피드백에도 빠르게 반응했다.
가끔 질문도 했지만 부담스럽지 않은 수준이었다.
그런데 묘한 장면들이 조금씩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회의에서 R이 말을 시작하려다 멈추는 순간.
누가 막은 것도 아닌데 스스로 말을 접는 듯한 모습.
자료를 공유할 때 내가 아닌 J를 먼저 바라보는 시선.
마치 확인을 받는 것처럼.
점심시간이 지나고 나서 R이 자리에 남아 혼자 식사를 하는 날이 잦아진 것도 그 즈음이었다.
물어보면 항상 같은 대답이었다.
“조금 정리할 게 있어서요.”
이상하다고 말할 정도는 아니었다.
요즘은 다들 바쁘니까. 다들 예민하니까. 다들 자기 방식이 있으니까.
나는 그렇게 스스로를 설득했다.
J는 여전히 문제 없어 보였다.
회의 후에는 간단하게 정리해서 메신저로 공유했고, 외부 커뮤니케이션에서도 톤은 안정적이었다.
오히려 예전보다 조심스러워진 느낌이었다.
그런데도 내가 마음에 걸렸던 건 공기였다.
설명할 수 없는. 말로 붙잡을 수 없는.
팀 안에서 사람들이 웃을 때 눈이 먼저 움직이는 방향. 의견이 나올 때 누군가의 얼굴을 먼저 살피는 습관.
그리고 회의가 끝난 뒤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는 속도.
나는 그걸 “새 팀에 적응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했다.
그 생각은 모든 걸 덮어주기에 충분히 안전했다.
그날 퇴근 무렵, R이 조심스럽게 다가왔다.
“팀장님, 혹시 제가...”
말끝을 흐리다 다시 입을 다물었다.
“아닙니다. 괜히 말씀드렸어요.”
나는 웃으며 말했다.
“편하게 말씀하셔도 돼요.”
R은 고개를 숙였다.
“아니에요. 괜찮습니다.”
괜찮다는 말은 언제나 사람을 안심시키지만,
그날은 이상하게 마음에 남았다.
나는 창밖을 보며 잠깐 생각했다.
내가 너무 예민한 걸까. 아니면...
그 생각은 끝까지 가지 않았다.
아직은 문제가 아니었으니까.
아직은 누구도 울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나는 그날 처음으로 이렇게 느꼈다.
이 팀은 조용히 돌아가고 있지만, 어딘가에서는 누군가가 숨을 고르고 있다는 느낌을.
그리고 그 숨은 아직 밖으로 나오지 않았을 뿐이었다.
-To be continu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