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_Part 3. 말이 사라지는 방식
변화는 항상 말부터 사라진다. 나는 그걸 그때는 몰랐다.
회의는 여전히 정해진 시간에 시작했고, 안건도 늘 비슷했다.
그런데 R의 말이 눈에 띄게 줄어들기 시작했다.
처음엔 신입이라 그런 줄 알았다.
조심스럽고, 눈치 보고, 분위기 파악하는 단계.
누구나 겪는 과정이라고 스스로 납득했다.
하지만 그 이상이었다.
이전에는 회의가 끝나고 나면 R이 종종 따라와 질문을 했다.
“이 부분에서 제가 생각한 방향이 맞을까요?”
“조금 더 보완하면 괜찮을까요?”
그 질문들은 서툴렀지만 성실했다.
어느 순간부터 그 질문이 사라졌다.
대신 회의가 끝나면 R은 늘 J 쪽으로 향했다.
둘이 나란히 자리에서 일어나 말없이 걸어가는 모습이 몇 번이나 눈에 들어왔다.
나는 일부러 모르는 척했다. 그건 팀장의 습관이기도 했다.
확실하지 않은 건 확인하기 전까지 의심하지 않는 것.
하지만 업무 결과물에서 이상한 점이 보이기 시작했다.
R의 자료는 깔끔했지만 어딘가 과도하게 정리돼 있었다.
불필요할 정도로 단정했고, 위험한 문장은 모두 빠져 있었다.
나는 코멘트를 남겼다.
이 부분은 조금 더 솔직하게 써도 괜찮습니다. 문제 제기처럼 보여도 괜찮아요.
잠시 후 답장이 왔다.
네, 팀장님. 다만 이 표현은 조금 조심하자는 의견이 있어서 수정했습니다.
의견.
누구의 의견인지는 굳이 쓰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그날 오후 디자인팀과 함께하는 짧은 협업 미팅이 있었다.
R은 자신의 파트를 설명해야 했다.
그는 모니터를 바라본 채 말을 이어갔다.
“이 부분은... 이렇게 처리했고요...”
설명은 정확했지만 어딘가 기계적이었다.
디자인팀 매니저가 질문을 던졌다.
“이 수치는 왜 이렇게 나온 건가요?”
R은 잠시 멈췄다.
그리고 익숙한 장면이 다시 반복됐다.
옆을 본다. J 쪽을.
“아...이건 제가...”
말이 흐려졌다. J가 대신 말했다.
“그 부분은 저희가 내부적으로 조정한 값입니다. 디자인에 반영만 해주시면 될 것 같아요.”
디자인팀 매니저는 더 묻지 않았다. 회의는 그대로 넘어갔다.
그 순간 나는 확실히 느꼈다.
R은 설명하지 않는 게 아니라 설명할 수 없게 되어 가고 있다는 걸.
회의가 끝난 후 나는 R을 불렀다.
“R님, 잠깐 이야기할 수 있을까요?”
그는 놀란 표정이었다.
“아, 네. 괜찮습니다.”
괜찮다는 말이 너무 빨리 나왔다.
“아까 회의에서 조금 긴장하신 것 같아서요.”
나는 최대한 부드럽게 말했다.
“괜찮아요. 틀린 건 없었어요.”
R은 웃었다. 입꼬리만.
“아닙니다. 제가 아직 부족해서요.”
그 대답은 이상할 정도로 익숙했다.
마치 이미 여러 번 연습한 문장처럼.
“혹시 업무하면서 불편한 건 없으세요?”
나는 한 발 더 들어갔다. R은 잠깐 숨을 골랐다.
“아뇨. 전혀 없습니다.”
그는 눈을 마주치지 않았다.
그 대신 책상 위 모니터만 바라보고 있었다.
그날 저녁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팀에서 ‘불편하다’는 말은 어디로 가는 걸까.
아무도 말하지 않지만 모두가 알고 있는 것.
불편함을 말하는 순간, 그 사람은 조심해야 할 대상이 된다는 것.
나는 아직 확신할 수 없었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해졌다.
R은 점점 더 ‘안전한 사람’이 되려 하고 있었다.
말을 줄이고, 표정을 관리하고, 의견을 정리해서 누군가에게 먼저 검열받는 사람.
그리고 그 누군가는 늘 같은 사람이었다.
-To be continu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