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장. 변화는 이루어 진 것인가

팀장_Part 5. 가장 안전한 선택

by 직장인C

나는 사람을 건드리지 않기로 했다.

조직에서 사람을 직접 다루는 건 언제나 위험하다.

특히 확신이 없을 때는 더 그렇다. 그래서 나는 구조를 선택했다.


회의 방식을 바꾸고, 보고 라인을 조정하고, 업무 흐름을 조금씩 정리했다.

겉으로 보기엔 아무도 다치지 않는 방식.

누군가를 지목하지도, 비난하지도 않는 가장 무난한 선택.

팀 미팅에서 나는 이렇게 말했다.


“앞으로 업무 피드백은 저를 중심으로 조금 더 빠르게 진행하겠습니다.”

말투는 차분했고, 표정도 평소와 같았다.

누구의 이름도 부르지 않았다.


J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미소를 띠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 표정이 너무 자연스러워서 나는 오히려 안심했다.

괜한 걱정이었나. 조직이라는 게 원래 이런 미묘한 균형의 문제니까.


그날 이후 변화는 즉각적으로 나타났다. R의 결과물이 눈에 띄게 빨라졌다.

피드백을 주면 바로 반영되었고, 질문도 명확해졌다.

문장은 더 직설적으로 돌아왔고, 불필요한 완충 표현이 줄어들었다.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역시 구조였구나.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흐름의 문제였어.

하지만 이상하게도 한 사람만 점점 말이 없어졌다.


J였다.

회의 중 의견을 내지 않았다.

보고도 간단해졌고, 메일도 필요한 말만 담겼다.

표면적으로는 아무 문제가 없었다.

오히려 더 협조적인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그 침묵이 묘하게 무거웠다.

회의가 끝난 뒤 J가 조용히 다가와 말했다.


“팀장님, 요즘 많이 바쁘시죠.”

그 말에는 걱정도, 불만도 담겨 있지 않았다.

너무 평온했다.


“네, 조금요.”

“그래도 팀을 위해서 이렇게 신경 써주셔서 감사해요.”

나는 그 말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그래, 이제 정리되는구나.


하지만 그날 저녁 R에게서 메시지가 왔다.


팀장님, 혹시 제가 요즘 너무 튀는 건 아닐까요.


나는 잠시 화면을 바라봤다.

튀는 것.

나는 바로 답장을 보냈다.


전혀 아닙니다. R님은 자기 일을 잘하고 계세요.


잠시 후 답장이 왔다.


네... 알겠습니다.


그 짧은 답장에 안도가 아닌 체념이 묻어 있었다.

그때도 나는 깊게 생각하지 않았다.

사람은 자기 자리에서 불안해질 수 있다.

특히 조직이 변할 때는 더.


그래서 나는 다시 구조를 다듬었다.

업무 배분을 명확히 하고, 결정권을 문서로 남기고, 보고 순서를 더 단순하게 만들었다.

그게 최선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보지 못했다.

누군가는 이 모든 변화를 ‘정리’가 아니라 ‘침범’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는 걸.

누군가는 자신이 쌓아온 영역이 조용히 무너지고 있다고 느끼고 있었다는 걸.

그리고 그 누군가는 가만히 있지 않을 거라는 걸.


그날 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사람을 건드리지 않으면 안전할까.

아니면 가장 위험한 선택일까.

나는 아직 답을 몰랐다.


-To be contin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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