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_Part 5. 가장 안전한 선택
나는 사람을 건드리지 않기로 했다.
조직에서 사람을 직접 다루는 건 언제나 위험하다.
특히 확신이 없을 때는 더 그렇다. 그래서 나는 구조를 선택했다.
회의 방식을 바꾸고, 보고 라인을 조정하고, 업무 흐름을 조금씩 정리했다.
겉으로 보기엔 아무도 다치지 않는 방식.
누군가를 지목하지도, 비난하지도 않는 가장 무난한 선택.
팀 미팅에서 나는 이렇게 말했다.
“앞으로 업무 피드백은 저를 중심으로 조금 더 빠르게 진행하겠습니다.”
말투는 차분했고, 표정도 평소와 같았다.
누구의 이름도 부르지 않았다.
J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미소를 띠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 표정이 너무 자연스러워서 나는 오히려 안심했다.
괜한 걱정이었나. 조직이라는 게 원래 이런 미묘한 균형의 문제니까.
그날 이후 변화는 즉각적으로 나타났다. R의 결과물이 눈에 띄게 빨라졌다.
피드백을 주면 바로 반영되었고, 질문도 명확해졌다.
문장은 더 직설적으로 돌아왔고, 불필요한 완충 표현이 줄어들었다.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역시 구조였구나.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흐름의 문제였어.
하지만 이상하게도 한 사람만 점점 말이 없어졌다.
J였다.
회의 중 의견을 내지 않았다.
보고도 간단해졌고, 메일도 필요한 말만 담겼다.
표면적으로는 아무 문제가 없었다.
오히려 더 협조적인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그 침묵이 묘하게 무거웠다.
회의가 끝난 뒤 J가 조용히 다가와 말했다.
“팀장님, 요즘 많이 바쁘시죠.”
그 말에는 걱정도, 불만도 담겨 있지 않았다.
너무 평온했다.
“네, 조금요.”
“그래도 팀을 위해서 이렇게 신경 써주셔서 감사해요.”
나는 그 말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그래, 이제 정리되는구나.
하지만 그날 저녁 R에게서 메시지가 왔다.
팀장님, 혹시 제가 요즘 너무 튀는 건 아닐까요.
나는 잠시 화면을 바라봤다.
튀는 것.
나는 바로 답장을 보냈다.
전혀 아닙니다. R님은 자기 일을 잘하고 계세요.
잠시 후 답장이 왔다.
네... 알겠습니다.
그 짧은 답장에 안도가 아닌 체념이 묻어 있었다.
그때도 나는 깊게 생각하지 않았다.
사람은 자기 자리에서 불안해질 수 있다.
특히 조직이 변할 때는 더.
그래서 나는 다시 구조를 다듬었다.
업무 배분을 명확히 하고, 결정권을 문서로 남기고, 보고 순서를 더 단순하게 만들었다.
그게 최선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보지 못했다.
누군가는 이 모든 변화를 ‘정리’가 아니라 ‘침범’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는 걸.
누군가는 자신이 쌓아온 영역이 조용히 무너지고 있다고 느끼고 있었다는 걸.
그리고 그 누군가는 가만히 있지 않을 거라는 걸.
그날 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사람을 건드리지 않으면 안전할까.
아니면 가장 위험한 선택일까.
나는 아직 답을 몰랐다.
-To be continue-